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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Jan 05. 2023

2022년 회고록

Intro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의 시간이지만 이 글을 쓰기 직전까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또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앞으로 있을 인생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에도 종종 하는 고민인데 우연히 지금 문득 떠올라서인지 모르겠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허송세월을 보낸 순간이 많다. 항상 달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꾸준히 걷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매번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게으른 삶의 반복이다.


남들은 전부 열심히 사는 것 같다. 사람마다 '열심'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자신만의 기준에서 만족을 하면 그게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매일 달리면서도 불안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일주일에 한 번 걷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상은 매일 달리고 싶은데 현실은 일주일에 한 번 걷지도 않고 있다. 쉬는 날도 늘 숙제가 있는데 하지 않고 노는 것처럼 불안하게 시간을 보낸다. 제대로 노는 것도 아니고 생산적인 것을 한 것도 아니고. 이것을 좀 고치고 싶다. 안 할 거면 불안 해하지를 말고 할 거면 놀지를 말자! 집돌이인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해야 할 것이 오로지 어떻게 잘 놀지에 대한 것뿐이니까.


회고록도 12월 내에 작성하고 싶었는데 결국 미루다 1월이 되었다. 반성의 시간은 끝내고 회고의 시간을 가져보자.


1) 운동과 다이어트

늘 한다 한다 하면서 몇 년간 묵혀두었던 과업을 올해 달성했다. 새해 다짐 단골손님인 운동과 다이어트를 진짜 새해부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는 그냥 운동과 다이어트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바디 프로필까지 이어졌다. 직장인이 된 후 계속 상승한 체중을 예전 수준으로 감량했다. 약 6개월 간 18kg 정도를 감량했는데 이걸 우와~할게 아니라 그만큼 뺄 살을 가지고 살아온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스스로에게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남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6개월 하고도 20일 정도 간 운동과 식단을 지키며 열심히 감량했고 지속적인 체중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바디 프로필 이후 약 6개월 간은 지속적인 체중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초반 한 달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두 달까지도 꽤 잘 유지되었는데 미세한 변화가 쌓이니 역시 시간이 지나면 큰 변화가 된다. 이건 뺄 때나 찔 때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찌는 속도가 뺀 속도의 절반인 것이 다행이다. 운동은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다만 상반기에 비하면 하반기에는 운동 강도와 시간이 줄었다. 새해가 되었으니 다시 관리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번에 비하면 시작점이 다르니 좀 더 쉽지 않을까 기대한다.


2) 이직

2020년, 2021년 그리고 2022년. 올해도 이직을 했다. 이렇게 보니 적응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오해(?) 받을 수도 있겠다. 첫 회사는 나름 오래 다녔고 두 번째 회사는 적응을 못한 것이 맞다. 그리고 세 번째 회사는 만족을 못한 것이다. 이제 네 번째 회사인데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우연히 채용 공고를 보았고 흥미로운 포지션이 보였고 운이 좋게 합류하게 되었다. 정말 인생이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특히 이번 회사는 면접부터 좋은 느낌을 받았고 함께 일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과거 어떤 조직에서보다 빠르게 적응 중이다. 업무적인 것이 아니라 회사의 생활, 문화, 사람에 대한 것이지만 아무튼 스스로 놀랄 만큼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그럼에도 아마 느리게 적응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낯을 많이 가리는 타입이라 사실 이 정도면 내 입장에서는 빠른 편인데 말이다. 그냥 편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이 쉽고 편하다 이런 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들 좋다. 물론 지금까지 거쳐온 곳에서도 운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업무는 사실 빠르게 적응 중이라고 말하긴 그렇다. 왜냐면 직무가 약간은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발자에서 교육자로 탈바꿈하고 있는 시기이다. 앞으로 개발 비중보다는 교육의 비중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과거 직무 변경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기억 때문에 사실 조금의 걱정 아니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일단 해야 할 일을 미리 알고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그리고 개발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교육이 아닌 안드로이드에 관한 것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자였던 나에게 갑자기 프론트엔드 교육을 하라고 하는 것보단 쉽다는 의미다. 다만 알고 있는 것만이 아닌 모르는 내용들도 학습하면서 계속 성장해야 한다. 흔히 개발자는 항상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막연히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누군가를 성장시키기 위해 해야겠다는 것은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조금 어려운 부분이라면 티칭이 아닌 코칭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 체득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동료들이 아낌없이 도와줄 거니까. 글을 쓰다 보니 이 조직이 왜 적응하기 편하다고 느끼는지 알 것 같다. 바로 훌륭한 구성원들 덕택이다. 그런 말이 있잖은가.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고.


최고의 복지는 동료


이걸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나도 노력해서 꼭 그런 동료가 되자고 다짐하고 있다. 선순환의 Self Pressure!


3) 학습

많이 못했다. 평년에도 대단히 뭘 한 것도 아니지만 올해는 더욱 못했다. 특히 상반기에는 운동에 집중하였고 시간을 할애했다. 물론 더 스스로를 몰아붙였으면 충분히 시간이 났겠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을 말고 하나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괴로우니까.


운동할 때 좋았던 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운동 중에 잡념이 침투했고 그게 부상으로까지 이어졌다. 범인은 바로 학습이다. 최근까지 NextStep에서 'TDD, 클린 코드 with Kotlin' 강의를 수강했다. 내가 예전에 써놓은 메모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뒤늦게 보니 2020년 회고록에도 똑같이 인용해 놨다. ^^;)


시험 기간에는 평소에 하기 싫던 청소도 재미있어지는 효과를 이용하여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더 하기 싫은 일'을 같이 하면 도움이 됨. 근데 문제는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덜 하기 싫은 일'을 찾게 된다는 점.
ex) 교양과 전공과목 공부할 게 있다면 교양을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함.


상반기에는 아마 운동보다 공부가 하기 싫었나 보다. 그런데 그때도 그랬지만 코딩 중에 중간에 끊고 가는 건 상당히 찝찝한 일이다. 그래서 업무를 하다가 어느 정도 선까지 마무리 짓다 보면 원래 가려고 계획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게 헬스장에 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반기에는 좀 달랐다. 강의 과제를 하다가 끊고 운동을 가면 운동 중에도 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시간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는 계속 붙잡고 있기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 풀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의를 완벽히 수강했나? 그건 또 아니기 때문에 올해 학습 점수는 낮게 줄 수밖에 없다. (강의는 끝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현재진행 중이다.)


그러나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다. 왜 더 빨리 이런 강의를 듣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정말 많이 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이 강의를 접한 사람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하반기 목표는 학습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했는데 이직을 하면서 업무 적응에 더 신경 쓰다 보니 소홀해진 것 같다. (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늘어놓는 중) 블로그에 포스팅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역대 최저다.

심지어 이런 알림도 받았다.

올해는 꼭 부지런히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해야만 한다. 사놓은 책도 좀 읽어야 한다. 꼭꼭! '클린코드 다시 읽기'라는 작은 독서 모임을 진행해 봤는데 잘 운영되지 않았다. 독서 모임도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코로나 방역 정책이 완화되면서 오프라인 개발자 행사가 속속 개최되었다. 그중에서 GDG 송도에서 진행한 'DevFest 2022'에 가봤다. 이런 행사에 거의 가지 않는데 이제는 좀 가야 할 것 같아서 가봤다. 2~3개 정도의 섹션을 듣고 귀가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이런 행사는 어떤 지식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라 노하우나 경험을 공유한다. 그런데 내가 그 지식에 대한 기본기가 없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GDG 코리아 안드로이드와 GDSC에서 진행한 'Compose Camp'를 충실히 수행하고 참가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다음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Outro

뭔가 바쁘긴 했다. 아니 바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해내지는 못했어도 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에!


질질 끌던 모바일 게임 끊기도 올해 성공했다. 아무리 자동사냥이라 해도 짬짬이 투입되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냥 그 순간 장비를 전부 날려버리고 게임을 지웠다. 끊는 것은 극단적으로 완전히 끊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일에서 단계별로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끊기'와 같은 문제는 서서히, 조금씩? 이런 건 잘 안 되는 것 같다.


출퇴근이라는 반복적인 일상은 기억을 압축하기 때문에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것 같다. 특히나 재택근무를 하고부터는 시간이 더욱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돌이켜보니 뭘 하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훌쩍 지나가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2023년은 너무 스스로에게 쫓기지 말고 마음의 평온을 얻는 법을 연습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는 힘들지만 인생 전반적으로는 행복하다. 그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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