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시작한 다이어트는 성공적이었다. 눈바디 기준으로. 지금까지 식단도 열심히 지켰고 운동도 거의 쉬는 날 없이 해왔다. 체중만 놓고 보면 약 5개월 반(167일) 동안 약 18kg을 감량했다. 그만큼이나 감량할 살을 지니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살이 찐 채로 계속 살아온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때 매일 개인 운동을 했었고 그때부터 줄곧 70kg 대를 유지했다. 참고로 키는 179cm이다.
군 복무 중 이등병 때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지 잠시 3주 정도 80kg이 된 적이 있었다. 인생에서 몸무게 80이란 숫자가 처음이어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3주 후에 자동적으로 다시 70kg 중반으로 내려왔다. 특별히 운동을 하거나 식이요법을 한 기억은 없다. 다만 선임들이 줄줄이 전역했을 뿐.
입대 약 6~7개월 전 개인적으로 몸짱 프로젝트라고 하여 9주간의 도전을 한 적이 있다. 웨이트와 달리기를 주 5회 하고 먹는 것도 정말 조금만 먹었다. 아침에 밥은 거의 세 숟갈, 점심도 반찬 위주, 저녁은 토마토 or 두부. 그때는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때가 70~71kg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80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의 기분이란!
군대에서도 매일 웨이트와 달리기를 했다. 먹는 것도 조금만 먹었다. 아침은 군대리아 나오는 날 외에는 소량만, 점심도 밥보다 반찬 위주로, 저녁은 우유 250ml에 스페셜K 종이컵으로 딱 한 컵. 그래서 전역할 때도 72~73kg 정도였다.
최근 복구된 싸이월드에서 찾은 과거의 9주 프로젝트와 전역 후 사진
(이때 바디 프로필에 도전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바프가 대중적이지는 않았지만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학생인 나에게 비싸기도 했고 앞으로 점점 더 몸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감히 바프를 찍을 몸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전성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직장인이 된 후 체중이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 그러다가 결혼 한 달 전에 우연히 체중을 측정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90kg라는 믿지 못할 숫자를 마주했다. 부랴부랴 4kg 정도 감량했지만 사실상 결혼식을 거의 인생 최고치 몸무게로 치른 것이다. 그 후 중간에 조금 감량했다가 또다시 늘어나기를 반복. 아무튼 거의 비슷한 범위 내에서 출렁거리는 그래프의 양상을 보였다. 대충 여름에 87~88kg, 겨울에 90~92kg까지.
늘 다시 운동해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마음은 있었다. 역시 마음이라도 먹고 있어야 언젠가 실천을 한다. 그게 바로 올해였다.
이번 프로젝트명은 '과거의 나를 이겨라!'
바디 프로필 촬영 하루 전 날 인바디를 해보니 마지막 10일 간 체중이 3kg이 빠졌고 골격근량도 0.9kg이나 줄었다. 수분 조절로 인해서 인바디 수치상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만 아무튼 마지막에 골격근량이 너무 많이 줄어서 놀랐다. 다이어트 기간 중간에 골격근량이 좀 증가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론적으로 골격근량은 처음 시작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결국 기존의 몸에 있던 지방만 깎아낸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정말로 그냥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용 인바디 중에 거의 최상급인 인바디 다이얼W H20N 모델을 사용 중인데 헬스장의 고가 모델과 수치 차이는 약간 있으나 그 차이가 거의 일정하여 보정값을 적용한다고 치면 비슷한 값으로 환산도 가능하다. 아무튼 신체 변화 추이를 관찰하는 용도로는 충분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이 모델을 기준으로 보니 촬영 당일은 전날에 비해 체중 -1.3kg, 골격근량 -0.8kg가 나왔다. 촬영 전날부터 당일까지는 거의 단수 상태이기 때문에 수분 조절한 것이 측정값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다만 체지방률 한 자릿수 달성은 실패했다. 하루 전 날 기준으로 10.5%에 그쳤다.(촬영 당일에는 9%대 였을 것으로 추정되긴 함) 이것에 대한 나름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목표였던 체지방률 한 자릿수 달성 실패 이유 분석
1) 본격적인 유산소를 늦게 시작함
일단 살을 빼야 했는데 근손실까지 발생하여 너무 말라 보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이게 바프 초심자의 흔한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다. 바프는 무조건 데피니션이 좋아야 좋은 결과물을 나온다고 한다. 초반에는 유산소를 많이 하지 않아도 감량이 잘되었다. 그래서 린 매스 업을 노려보겠다고 유산소는 거의 소량으로 하고 무산소에 식단만으로 감량을 했다. 트레이너가 지금도 감량은 잘되겠지만 일단 살을 최대한 빼야 하니 유산소도 하라고 한 것을 덜 지킨 게 문제이다. 전적으로 트레이너를 믿고 따르기로 마음먹고 시작했으면서.
2) 초반부터 가혹했던 식단 조절
운동 시작과 동시에 기존 식단을 완전히 정리하고 클린 하게 먹었다. 이건 실패 이유라 기보단 조금 비효율적이었던 게 아닐까 싶은 부분이다. 트레이너를 전적으로 믿겠다는 마음의 약간 부작용(?) 사례이다. 개인적으로는 뭐든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선호한다. 운동도 처음부터 100kg으로 못하듯이 식단도 조금씩 줄여가는 맞춤형 식단을 기대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식단은 가혹했다.
고구마 250g, 닭가슴살 100g, 방울토마토 5개, 샐러드. 초기 한 끼 식단이고 추후 탄수화물은 절반으로 줄어들다가 막바지에는 한 끼가 아닌 하루 250g까지 내려갔다.
클린 식사의 시작
개인적으로는 기존 배달 음식 위주의 식습관에서 현미밥으로 변경하고 서서히 양을 줄이고 고구마로 변경하는 과정을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고구마라니. 살짝 당황했지만 믿고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추후 얻은 정보로는 초반부터 너무 가혹하게 하면 너무 힘들어서 지칠 수 있고 몸도 거기에 적응해서 나중에 꺼내 들 무기가 없다고 한다. 선수들 인터뷰도 보니 쌀밥, 현미밥, 고구마, 단호박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많이 했다. 막판엔 고구마를 절반으로 줄이고 닭가슴살은 두 배 늘렸다. (그렇지만 트레이너님도 선출이고 너무 FM이라서 그렇지 고수다.)
3) 노력 부족
다 필요 없고 더 강도 높게 운동하지 않은 나의 탓이다. 그때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도 지나고 나면 역시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만 든다. 그리고 분명 PT 수업만큼의 강도로는 혼자서 절대 하지 못했다. 아마 PT 수업 강도로 매일 했으면 결과는 틀림없이 정말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5월 한 달 간은 운동량의 거의 두 배로 늘려서 나름대로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끝이 아니기 때문에 실패가 아니다! 그리고 체지방률 수치에 대한 목표 달성을 못한 것이지 다이어트의 실패가 아니다! 이제 유지어터가 되어보자! 아니, 벌크업에 도전하자! 아좌좌~!
다이어트 과정
다이어트 과정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인바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관점에서 체중이 늘어나 있었던 시기의 나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근손실 없는 감량에 만족할 수도 있지만 골격근량 변화량은 조금 아쉽긴 하다. 마지막 골격근량은 단수 영향이 크다는 트레이너님 말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촬영 당일 아침은 73.8kg이었다. 가정용 인바디 값을 기준으로 헬스장 인바디 값을 추정하면 체지방률도 9%대였을 것으로 보인다.
[웨이트] PT 주 2회 (총 40회), 4분할(등, 어깨, 가슴, 하체), 2분할(등/가슴, 어깨/하체)
PT는 20회 정도는 추천한다. 단 기초 체력은 만들어 놓고 하기를 꼭 추천한다. 그러면 기본적인 운동법을 배우는데 충분한 횟수다. 예전에도 운동을 인터넷과 책으로 공부하면서 했지만 실제 트레이너가 옆에서 지도하는 것과는 차이가 아주 크다. 중량에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고 올바른 자세와 자극점을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40회를 한 이유는 확실히 혼자서 PT의 강도로 운동하는 것은 일반인이 수행하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리고 회사에서 자기 개발비가 좀 지원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략적인 운동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너무 쉬워 보이게 간략해놨나..? PT를 받는 날도 추가로 개인 운동을 꼭 했다. 특히 5월에는 운동량을 2분할로 바꾸고 유산소도 대폭 늘리면서 유/무산소 운동 시간만 하루 최소 3시간 30분을 투자했다.
1월 : PT 수업 베이스로 복습 (15개 5세트로 부위별 운동 2~3가지 수행)
2월 : PT 수업 베이스로 복습 (15개 5세트로 부위별 운동 2~3가지 수행), 복근(매일 행잉 레이즈)
3월 : 3.5분할 (15개 5세트로 부위별 운동 3~4가지 수행), 복근(매일 행잉 레이즈)
PT 1차 종료 (20회), PT 트레이너 바뀜 (20회)
(4/2~4/10 코로나 확진) : 홈 트레이닝
4월 : 4분할(등 어깨 가슴 하체) (15개 5세트로 부위별 운동 4가지 수행) (4/11~4/30), 복근(매일 행잉 레이즈), 이두/삼두(3~5세트)
5월 : 2분할 (메인 부위 12~15개 5세트로 4가지 수행, 서브 부위 10~15개 5세트로 3~4가지 수행), 복근(매일 행잉 레이즈), 이두/삼두(3~5세트)
6월 : 2~4분할 (15개 5세트로 부위별 운동 3~4가지 수행), 복근(매일 행잉 레이즈), 이두 또는 삼두(3~5세트)
6월에는 탄수화물도 반으로 줄인 후 마지막 열흘은 아주 소량만 섭취했다. 먹는 것은 적응이 되긴 하는데 마지막 단수는 적응이 안 되더라는.
대충 이런 느낌의 식단
다시 한번 느꼈지만 운동만큼 정직한 것이 없다. 특히 경쟁해야 하는 스포츠로써의 운동이 아닌 개인이 목표를 정하고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보디빌딩은 정말 정직하다. 너무나 간단한 과학과 수학의 조합이 바로 일반인 기준의 보디빌딩인 것 같다. 어떤 영양분을 얼마나 섭취할 것인가, 섭취한 칼로리 이상을 소모할 수준의 운동을 할 것인가 이 두 가지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리면 체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만 먹는데 살이 찐다는 건 정말 희귀한 병을 가진 특수 체질이 아닌 이상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충 느낌에 기반한 뇌피셜이 아니라 정확히 무엇을 언제 얼마나 먹었는지 기록해서 남겨야 한다. 그게 귀찮으면 그냥 나처럼 같은 식단을 계속 먹는 것도 방법이다. 그마저도 사진으로 모두 기록했지만.
누군가에게 대단한, 누군가에겐 당연한,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결과일 수도 있다. 힘든 순간도 아주 가끔 있었지만 전반적인 기억은 대체로 크게 힘들지 않았다에 가깝다. 습관이 되면 그것이 그냥 당연한 것이 된다. 그러면 그게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당연히 하는 일이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마냥 쉽고 즐거웠던 게 아니라 어떤 날은 정말 운동하러 가기 싫은 날도 있었다. 너무 피곤한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도 꾹 참고 이 악물고 멈추지 않았다. 지나고 나면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좀 더 열심히 좀 더 최선을 다 할걸! 그러나 그 순간에는 그때의 사정에 맞게 나름대로 노력했을 거라고 위로해본다. 다음에는 지금보다 좀 더 열심히 하면 되니까!
바디 프로필 결과
6월 20일 촬영을 하였다. 모델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 표정과 자세에 신경 쓰다 보면 몸에 힘이 풀려있고... 아래 세미보정 사진 2장은 배에 힘이 덜 들어간 상태라 좀 아쉽다. 그래도 사진이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 만족!
3컨셉 촬영이라 2개는 평범하게 선택했는데 남은 하나는 도대체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군인, 경찰관, 소방관, 의사 등 직업군이 제복이나 가운을 입고 찍는 것을 보고 나도 개발자라는 직업 컨셉을 살려보려고 해 봤다.
바디 프로필을 위한 몸은 건강상으로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마 여기서 한 2주 정도는 잘 먹고 운동도 적당히 하면서 회복하면 건강면에서는 더 나을 것 같다. 영양제를 챙겨 먹은 이유도 기립성 빈혈 증상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이제 건강하게 운동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