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출근길에 만나는 버스기사님은 어떤 분인가요?
어떤 기사님은 왠지 모르게 화가 나 있습니다. 조금만 양보받지 못해도 분개하고 심지어 욕설까지 합니다. 빨리 타라고 고함을 지릅니다. 급가속, 급감속은 덤입니다. 힘든 출근길을 더 힘들게 만듭니다.
어떤 기사님은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출발 전에 넘어지지 말라고 출발합니다~라고 말씀하시고 출발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타니 앞쪽에 앉으신 분들에게 뒤쪽 자리로 이동해 달라며 양보를 부탁합니다.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처럼 똑같은 일을 해도 그 일에 임하는 태도가 정말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아파트 분리수거 하는 날, 종이박스 버릴 때도 그날 경비원이 어떤 분인가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분은 툴툴거리기 바쁩니다. 저도 괜히 눈치가 보입니다. 어떤 분은 제가 준비해 온 칼로 박스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 저에게 칼을 쓰지 않고 쉽게 뜯는 방법을 알려주시면서 본인이 하면 된다고 두고 가라고 합니다.
최근 어느 날은 분리수거장에 펼쳐 놓은 박스가 칼각을 유지한 채로 쌓여 있었습니다. 마치 기계가 작업을 한 듯 높이도 전체적으로 고르고 정말 누가 봐도 깔끔하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저도 그걸 흩트리지 않으려고 박스를 손으로 분해하고 펼쳐서 조심히 놓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칼로 자르면 되니까 두고 가라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만 연신 내뱉으며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일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즐겁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쉽지 않습니다. 즐길 정도가 되지 않더라도 일에 대한 태도는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일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큰 요소는 두 가지입니다. 바로 책임감과 자부심입니다.
책임감이 없다면 일할 자격이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불친절한 기사님도 책임감이 결여된 상태는 아닙니다. 정차를 하고 승객을 태우고 하차까지 합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최소한의 책임은 했습니다.
책임감을 높여주는 것이 바로 자부심입니다. 그저 운전대를 잡고 브레이크를 밟다가 문을 여닫는 지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출근하는 직장인을 안전하게 데려다 주어 국가 경제의 하루를 여는 중요한 임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책임감은 같을 수 없습니다. 살짝 오버스러운가요?
그렇다면 여러분 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을 넣고 길을 걷는 것과 10억짜리 수표 한 장을 넣고 길을 걷는 것을 떠올려보면 어떤가요? 똑같이 길을 걷고 있을 뿐입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도 결국 스스로 부여하는 가치에서 비롯됩니다.
상반된 태도로 같은 업을 종사하는 사람을 보며, 저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