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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미 Apr 05. 2020

데이터 분석가로 직무 전환을 하고 싶은 경력자라면?

데이터 분석가가 되어야겠다고 하루아침에 결심한 그대에게

가끔씩이라기엔, 꽤 자주, "데이터 분석가 또는 (데이터 관련) oo롤로 넘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나 상담 요청을 링크드인으로도, 페메로도, 혹은 지인에게도 자주 듣는 편이다. 유통회사의 MD, 스타트업의 마케터, 대기업의 해외영업, 컨설팅 회사의 AE 등 진짜 산업 도메인과 기존 롤도 참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럴 때마다 딜레마에 휩싸이게 된다. (아래 적은 모든 타이틀로 회사에 합격한 적이 있거나 일했던 적이 있는 건 맞지만) 스스로 나는 전통적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혹은 데이터 분석가로도, 마케팅 데이터 분석로도, 퍼포먼스 마케터도, 그로스PM 으로도, 데이터PM 으로도 내 정체성을 한 방향으로도 뚜렷하게 정해본 적이 없다. 이런 나와, 6년 차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10년차 퍼포먼스 마케터 같은 분들이 하는 이야기와 내 이야기의 깊이의 차가 없을 리 없단 걸 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직무 경험자의 시각으로 엔트리 레벨에서 막연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도 많다. 막연히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면 좋을 거 같아....라는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각각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다를 수 있단 걸, 데이터 관련 업무라는 것이 굉장히 다층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걸 많은 롤 트렌지션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여러 번 업무 전환하거나 어떤 타이틀의 롤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했을 때에는, 1) 나의 비교 우위(시장에서의 가치)와 2) 내 흥미와 성장이라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를 결정했다. 그런 결정을 자주 내렸던 편이었고.


같은 맥락에서, 이미 경력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 급격하게 데이터 관련 job으로 업무 전환을 하려는 생각이 들었다면, 과연 내가 데이터 분석가 (혹은 데이터를 다루는 어떤 롤로서) 비교우위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일이 내 흥미에 맞고 지속적인 성장 의지가 생기는 영역이 맞는지 갑자기 뛰쳐나오기 전에 '현재 자리에서' 먼저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


지난 브런치 아티클에서도 썼듯, 지금까지는 데이터 관련 job들이 평균 연봉도 높고 수요도 많아 당장 몇 개월 학원 수업 듣고도 취업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던 것은 맞지만... 데이터 스킬은 가진 사람들이 보편화되고, 관련 교육이 조기화되고 (대학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 중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곧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또한 동시에 많은 영역이 자동화되거나 도구의 영역으로 흡수되면서 역으로 앵간한 기술로 이 바닥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생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몇 년 전 Top 로스쿨을 나온 친구가, 요즘은 변호사 자격증만으로는 안된다. CPA 가 되었던, 제2외국어가 되었던 또 다른 강점이 있어야만 취업을 잘할 수 있다 이야기한 적 있는데, 바로 이러한 경향이 데이터 채용 시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막연히 데이터 분석 쪽으로 업무 전환을 꿈꾸는 경력직들이 흔히 갖는 생각들이 '내가 R, 파이썬을 할 줄 알면', '캐글 수준의 머신러닝 모델링과 시각화 포트폴리오를 가지면', '통계/빅데이터 대학원을 가면'이라는 가정하에 지극히 스킬 중심적으로 생각하는데.... 스킬만 있어도 취업할 수 있던 시절이 phase 1이었다면, 이 시기는 곧 끝이 나거나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위에 이야기했던 스킬들은 말 그대로 '도구' 일 뿐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 채용 서류를 검토할 때 직무 전환을 시도하는 비전공 경력자라면, XX 수업 몇 개월 들으며 패키지 몇 개의 사용법을 익혔거나, 캐글 참여가 다인 지원자들의 서류는 별로 눈여겨보지 않게 되는 경향이 커졌고 (이런 지원자들의 별다른 경쟁력이 없으므로), 주로 보는 것은 그렇게 획득한 스킬을 업무적 성과로 어떻게 전환해서 발전시켰는가, 어느 정도 성숙된 스킬을 (제대로 알고) 사용했나, (데이터 분석이 당연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얼마나 데이터 분석을 접목하려고 열정적으로 학습하고 노력했는가를 본다. 대학원을 관련 전공으로 한 경우, 기대치를 높여 단순히 학위만을 받으려 했던 사람인지 스케일업 잘 안되고 티 안나는 기초 공부를 제대로 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인지를 본다. 그리고 적당히 기술력이 좋은 관련 전공자보다 특출 난 장점이 딱히 없다면... 패스한다.


수요가 높으니 지금 당장 이 분야로 진입하기 어렵지 않다 하더라도, 3-4년 일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커리어를 좀 더 길게 보았을 때 지속적인 비교 우위를 갖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하는데, 그럴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열정과 기초 역량이 높지 않다면 적당한 수준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피하려고 하는 '현재 그 롤'과 실리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많은 경우 이 부분을 간과한다.


데이터 분석가나 데이터 관련 롤이 특별한 무언가라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특별할 거라는 환상 때문에 지금껏 당신이 쌓아오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몇 개월 수업 들은 뒤 기술적으로 압도할 수준이 아니라면, 당신이 지금 가진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해 내 영역에서 조금씩 확장할 거리를 찾는 것을 먼저 하시길 바란다. 그렇게 목적 베이스로 도구를 배우고, 도구 자체에 빠져든다면 그때 진지하게 커리어 전환을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 적어도 나는 '데이터  쓰는 XX', 파이썬 패키지  다룰  있는 '데이터 분석가' 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좋은 커리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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