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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Feb 29. 2024

내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얼굴에 새겨진 시냇물

나의 얼굴에는 웃으며 자리 잡은 시냇물이 흐르면 좋겠다.



어린 시절 60대를 넘어선 분들을 뵈면, 쉽게 무서울 것 같은 분인지, 다정할 것 같은 분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뭔가 무서울 것 같은 분들은 여지없이 목소리도 크고, 무섭게 말을 하고, 다정할 것 같이 생긴 분들은 다정했다. 그 예감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당시 나는 그런 어르신들을 보며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맞춘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된 건, 어르신들을 보며 쉽게 어떤 분인지 잘 맞출 수 있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그 이유는 그들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누구나 얼굴에는 주름이 늘어난다. 

주름은 내가 자주 짓는 표정을 따라 생겨 난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짓는가에 따라 그 표정은 점점 정착한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의 얼굴 위에 시냇물처럼 정착하고, 인상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된다. 


70대 중반인 나의 엄마는 사진을 찍을 때 웃지 않는다. 웃으면 더 많이 드러나는 주름들이 싫으시다며 사진을 찍으면 무표정하려 애쓴다. 


엄마는 이젠 하늘로 간 센 아빠 옆에서 화내지 않고 살아왔고, 자기 보다 먼저 하늘로 가버린 아들 앞에서 깊은 슬픔을 간직한 분이시다. 그럼에도 언제나 순하게, 착하게, K 장녀로 삶을 살아낸 분이시다. 


그런 엄마의 삶의 스토리 속에서 난 언제나 환하게 웃는 아름다운 엄마의 표정을 기대한다. 아무리 웃는 얼굴이 더 이쁘다고 말씀드려도 스스로의 마주하는 주름진 사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젠 나도 그 기분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쁘건 못났건, 나이가 들면 우린 모두 젊은 시절의 나보다 못한 얼굴로 살아간다. 

더 이상 이뻐질 수 없는 운명으로 점점 더 못생겨져 가는 나를 마주해야 한다. 

주름도, 얼룩덜룩한 점박이도 늘어난다. 


내 인생의 시간 속에 힘들었던 사건들을 마주하며 나의 감정에 맞춰 표정 지으며 나이 들어간다.  

그런 표정은 내 얼굴에 정착하고, 내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화내면 화내던 얼굴로 정착하고, 슬프면 슬픈 얼굴로 정착한다. 결국 내가 가장 많이 한 표정들로 나의 얼굴은 늙어 간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감정으로 살아왔는지, 그 감정에 난 어떤 표현을 해왔었는지,  얼굴의 골짜기와 시냇물로 나라는 사람은 표현된다.   

누구나 거부할 수 없이 언젠가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나의 얼굴에는 웃으며 자리 잡은 시냇물이 흐르면 좋겠다. 

어린 그 시절 만난 할머니, 왠지 친절해 보였던 그런 할머니의 주름처럼 그런 시냇물로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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