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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pr 30. 2024

한국인이 MBTI에 열광하는 이유

한국의 문화적 관점 


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한국에서 큰 인기이다. 덕분에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인과 일을 하는 많은 외국인들도 MBTI에 대한 내용과 워크숍을 의뢰한다.

한국은 마치 혈액형처럼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국인이 자신의 MBTI 유형을 알고 있다. 외국인이 볼 때는 신기하다. 

 중고등학생들의 그룹 활동의 시작으로 서로 소개를 하라고 하면 여지없이 나오는 것이 바로 자신의 MBTI 유형이다.  학생들 간의 팀 빌딩을 위한 자기소개에서도 종종 개인의 MBTI 유형에 초점이 맞춰지며, 소개팅에서도 서로의 MBTI는 마치 공유해야 할 필수 정보처럼 되었다.


딸아이가 시험이 끝났다며 옷을 사달라고 한다. 일주일 내내 교복을 입는 아이에게 많은 옷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 설명에 따르는 아이의 반응은 바로 "엄마, 'T'야?". 

MBTI에서  'T'는 논리를 우선시하는 Thinking을 나타내고, 'F'는 감정을 표현하는 Feeling을 의미한다. 이렇게 사고 싶은 마음을 읽어 주지 않은 채 옷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난 ‘T’ 유형이다. ‘너 T야?’라는 말은 이해 공감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 하는 리엑션이 되었다. 


한 때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이 인기였다. A형은 내성적이고 O형은 외향적으로 4가지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가늠하는 방법으로 활용했었다. 하지만 4가지 유형으로 모든 사람의 성격을 집어넣기에는 부족했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자꾸만 나타난다. 하지만 MBTI는 16가지 유형으로 나눠지고, 개인의 성격분류가 더 상세하여 더욱 다양한 사람들의 성격을 담아낸다. 16가지 다양한 유형이라는 점에서 혈액형의 네 가지 유형보다 정체성을 더 정확하게 정의한다고 우리는 인식한다. 모든 사람을 16가지 분류에 넣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부는 언제나 나의 성격과 잘 맞는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신뢰하게 된다. 첫마디에 무언가 맞춘 점쟁이를 무한 신뢰 하는 되는 것처럼 말이다.  


MBTI는 미국의 심리학자 칼융의 이론을 기반하고, 미국인 Isabel Briggs Myers와 그의 어머니인 Katharine Cook Briggs가 개발한 도구이다. 근데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욱 열광하고 잘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들과 일을 하며 MBTI 유형이 뭐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는 외국인을 본 적이 없다. 


한국의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 보자. 한국인들은 자아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성찰하는 시간이나 기회가 없다. 당장에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를 따진다면 세상 쓸데없는 짓으로 간주된다. 


중년 여성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에서 처음 서두에 자신의 삶의 여정 지도를 간단하게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단지 과거의 나의 여정을 X축 Y 축으로 나누어 그래프 상에 + 였는지, - 였는지를 그려 보라고 했을 뿐인데도, 울컥하는 분들이 잇다. 그들은 “내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한다. 우리는 이 정도로 스스로에 대해 바라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어쩌면 내가 나를 가장 잘 모른다. 특히 한국인은 더욱 그러하다. 한국 사람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나의 역할과 관계에 관해 설명뿐이다. 한국인이라면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내가 없는 나의 소개에 익숙하다. 


“저는 3형제 중 둘째 이고, ABC 회사에서 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팀장이에요. 집은 수원이고요.” 

추가적으로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를 묻는 것도 결국 관계의 부분이지 나에 대한 소개가 아니다. 


이렇게 나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없고, 나의 소개조차 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낯설다.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현실 자각 타임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의 순간을 마주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나를 정의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MBTI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나에 대해 스스로 굳이 정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16개 중 한 가지에 속하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간단하게 정의해 준다. 한 개인을 완전히 설명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고, 많은 장점과 함께 언급된 약간의 단점들은 마치 인간미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MBTI의 유형은 개인이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정의되어 있다.  


조화를 강조하고 상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유교적 문화 속에서 MBTI는 최소 16가지의 다양한 유형을 통해 실제 나를 희생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받는 간단한 방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야’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나와 비슷한 유형의 누군가가 어딘가에 존재하기에 난 모난 돌이 아니다.  


MBTI는 우리에게 제한적이 나마 다양성 존중의 경험을 제공한다. 한국의 경제 성장만큼이나,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그 변화에 맞추어 우리는 세대 간 경험과 인식은 상당히 다르다. 개인주의가 이기주의가 아님을 인식해 가는 앞으로의 세대는 더욱 MBTI 조차 자기를 정의하기에 충분하지 않음을 느껴갈 것임에 분명하다.


https://blog.naver.com/janekimjh

#한국문화이해 #글로벌역량 #외국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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