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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Nov 06. 2024

한국의 겸손과 자랑질의 이중성

한국 문화 속 겸손의 의미 

한국에서는 겸손을 큰 미덕으로 여겨왔다. 겸손을 높이 사는 문화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관계에 있어 중요한 덕목이다. 

한국에서의 겸손은 유교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적 조화와 관계의 안정성을 중요시하여 자신의 성취나 장점을 자랑하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도 얀테의 법칙을 보면 겸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얀테의 법칙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1]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 마라.
 10.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겸손의 행동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한국의 겸손 표현은 다른 국가에서는 겸손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의 가장 큰 겸손 표현 방법은 잘하는 것을 잘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골프 잘 치세요?”라고 묻는다고 하자. 

그럼 아주 잘 치는 사람의 경우 “예, 조금 칩니다.”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 ‘조금’이라는 의미를 금방 알아차리고 이는 겸손의 의미로 아주 잘 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골프의 수준을 상중하로 나눈다고 했을 때 중급 정도의 수준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프 칠 줄은 알지만 잘 못 쳐요.’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겸손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오랫동안 미국의 venture capitalist(투자자)들의 실사 (Due Diligence)를 통역했었다. 당시 한국의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투자자는 가끔 한국인의 겸손을 정보와 지식 부족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인터뷰를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는 것은 전문가 지원 업체에서 투자자가 문의한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가 섭외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자가 ‘e-commerce 분야에 대해서 잘 아시는지요.’라고 물을 때, 한국 사람들은 ‘조금 압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전문성을 가지고 답변을 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작은/부족한 식견으로 답변드리자면..”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투자자는 돈을 지불하고 투자 전 검토를 위해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내용을 듣고 싶어 할리 없다. 특히나 미국의 경우 스스로의 장점을 드러내는 문화이므로 더욱 이러한 겸손의 표현을 그대로 부족한 정보, 자신 없는 지식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한국은 이렇게 스스로의 지식과 경력에 있어 겸손한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비교와 경쟁 지향의 교육 환경에서 자란 한국인은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 부족한 부분을 더 인식하고 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스스로 잘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동시에 자랑을 일삼는 이중성을 가진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은 자랑을 은근히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자식 자랑을 친구들 모임에서 한다고 하자. 원하는 대학에 붙었을 경우, 이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공식적으로 자랑을 하고자 한다면 “아들이 서울대학에 붙어서 내가 오늘 한턱 쏠 께”라고 하며 자랑을 하기 위한 대가를 지불한다. 

이럴 경우 어찌보면 대가를 받은 사람들은 대접을 받으며 좋은 소식을 축하하고 그 자랑을 기꺼이 받아준다. “스카이 캐슬" 같은 드라마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의 학벌이나 성적을 자랑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자식의 성적이 사회적 지위처럼,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 부모도 쉽게 인정받고 수용된다. 물론 아직도 아이의 성적표에서 모든 과목이 A이고 과학만 B라고 한다면 이를 본 부모는 과학 B 만 눈에 보일 것이다. 무엇을 더 해야 과학을 A로 만들까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한국에서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힘든 기대치가 있다. 

한국은 경쟁이 치열한 사회로, 개인의 성공이 사회적 지위와 직결되는 경향이 있다. 자녀의 성취나 나의 성취를 은근히 자랑하는 것으로 ,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는 같은 겸손의 문화를 가진 일본과는 다른 방식의 표현이다. 일본은 '와(和)'를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며, 겸손과 절제를 미덕으로 여긴다. 따라서 개인의 성취나 자산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게서 보이는 얀테의 법칙과 같은 '조용한 겸손'을 상상한다면 한국에서는 더 치밀하게 자랑이나 과시를 겸손이라는 포장지로 감싼 듯 보이거나 부정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 


한국 문화에서 겸손은 사회적 조화를 증진시키는 수단이지만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기대와의 복잡한 관계를 반영하는 미묘한 자랑의 접근 방식과 공존한다. 한국 사회에서 겸손과 은근한 자부심의 이중성이 공존하는 문화이다. 


본 아티클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의 문화 이해를 위해 영문으로 작성한 글의 원문 입니다.

https://www.linkedin.com/pulse/complex-nature-humility-south-korea-jane-jihye-kim-be28c/?trackingId=loY8eVvCTUy0O8gR%2FEo23Q%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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