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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스피디아 Jan 03. 2023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책

책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읽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신미경은 좋아하는 에세이 작가다. ‘오늘도 비움’이라는 책에서 처음 만났는데 평범한 일상을 맛깔나게 표현을 잘해서 참 좋아한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는 작가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여러 가지 루틴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워라밸이 없이 쫓기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그의 루틴을 닮고 싶고 내 생활 안에 들여오고 싶었다. 


그러나 워라밸이 없는 회사 생활은 이 책을 읽는 걸 한없이 뒤로 미루게 했다. 이후 퇴사를 하고 시간이 생기자마자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인상 깊은 대목들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서는 저자를 건강하게 살게 하는 여러 루틴 리스트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인상 깊었던 대목은 그가 어떤 루틴으로 살고 있느냐가 아니었다. 작가의 글이 왜 좋은지, 나는 왜 글쓰기를 좋아하는지였다.


2023년 1월 3일 오전 2:00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10쪽(<밀리의 서재> pc 기준이라 종이책과 다르다.)

언제나 지금보다 한 보 앞서 나를 돌보는 지금, 평생을 함께할 나 자신과 잘 지내며 스스로가 보기에 멋진 할머니로 나이 들어가는 것이 삶의 방향이 된다.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일상 속 루틴을 떠올려보고, 작은 일상들을 더욱 소중히 여길 기회가 된다면 참 좋겠다.

 ✅ 작가가 이 에세이를 쓴 집필 의도이다. 집필의도처럼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어떤 건강한 루틴을 내 삶에 들여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정작 눈에 들어온 건 저자의 '글'이었지만.


2023년 1월 3일 오전 2:16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21쪽

어떤 순간에도 임시의 삶은 없다.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일은 어떤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가장 확실한 것은 나는 지금을 살고 있고, 여기에 있는 나를 잘 돌보며 사는 것만큼 확실한 만족을 주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 완전히 동의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돌보기 위해 무얼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글을 쓴다는 거였다. 


당장 크리에이터가 될 수 없어도, 당장 책을 쓸 수 없어도, 그래서 돈을 못 버는 상태여도 '지금'의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매우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2023년 1월 3일 오전 2:22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35쪽

정말 좋아하는 일은 고민하지 않는다. 목표를 정해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으니까 별다른 계산 없이 한다. 그런 일 하나를 찾았다면 손에 꽉 쥐고 잘되든지 말든지 계속하는 거다. 성공에 욕심부리는 순간 부담감에 짓눌려 재미가 사라질 테니까. 그러니까 그저 ‘또 쓸 수 있어서 좋다’라는 가벼운 느낌으로 오늘도 쓴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설레었던 어느 날을 기억하면서.

 ✅ 나에게 그런 일이 무엇일까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런데 그건 ‘글쓰기’였다. 나는 비공개로 블로그에, 다이어리와 노트에, 에버노트에, 그리고 노션에 계속해서 기록해 왔다. 누가 시켜서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해 오던 거였다. 


나는 글쓰기 실력과 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로 돈을 벌 수는 없을 거라고, 작가가 될 수 없을 거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일을 해왔다. 


그러나 퇴사하면서 알았다. 나는 글쓰기가 좋고, 글을 잘 쓰고 싶고, 글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작가가 말한 대로 하고 싶으니까 기록을 한다. 그리고 기록이 좋으니까 손에 꽉 쥐고 이게 잘되든지 말든지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2023년 1월 3일 오전 2:28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63쪽

멍게 특유의 향이 갓 지은 잡곡밥과 깨끗하게 씻어 잘게 자른 채소와 잘 어우러진다. 별다른 양념 없이 쓱쓱 비벼낸 멍게 비빔밥에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 갓 끓여낸 냉이 된장국을 곁들여 여유롭게 먹고 나니 하루치 피곤이 풀린다.

 ✅ 작가의 에세이를 좋아한 이유가 담겨 있는 문장이다. 그의 글이 ‘자신이 본 것, 들은 것, 먹은 것’을 맛깔나게 생생함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멍게 비빔밥에 된장국을 먹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글로 표현되니 특별해진다. 의미가 생긴다. 나 역시 이런 글을 쓰고 싶다.


2023년 1월 3일 오전 2:37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96쪽

여행지에서 먹는 조식은 맛보다 여유를 먹는 시간 같다. 바쁠 것도 없고, 긴장될 일도 없는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맞이하는 아침. 유럽의 작은 호텔에서 먹는 그저 그런 크루아상과 홍차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꼭 여행지에서만 느끼라는 법 있나. 멀리 가지 않고 나의 일상에도 설렘의 양념을 칠 수 있다. 누군가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며 커피 향으로 아침의 설렘을 채운다면 내겐 홍차다.

 ✅ 내가 요새 보내는 나날들이 딱 이렇다. 퇴사를 하고 나서 바쁠 것도, 긴장될 일도 없는 아침. 비일상적이지는 않지만,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일상적이다.


계속해서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복직 이후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도 복직 이후에도 이 행복과 여유를 여전히 누리고 싶어서, 이 행복과 여유를 가져오는 ‘요소’를 계속해서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분석한 바로는 ‘여유’와 ‘느긋함’이다. 위의 장면처럼 쫓기지 않는 아침. 미리미리 준비되어 있는 아침. 급하게 움직이는 아침이 아니라, 여유가 있는 아침. 복직 후에도 이런 요소들을 잊지 말아야지.


2023년 1월 3일 오전 2:43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252쪽

기존과 다른 일로 전업하면서 연봉을 낮추고 들어갔건만 회사가 밥 먹듯이 철야를 시켰다. 한 사람에게 두 가지 역할을 시켰기 때문인데, 나의 빌어먹게 성실한 면은 이때에도 발현되어 대안이 생길 때까지 이를 악물고 일했다. 취업 사기처럼 느껴지던 회사에 다니는 동안 이직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고 지쳤다. 내 삶에는 일밖에 없었고, 새벽에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 깨면 나를 착취하던 상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일하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우리는 모두 일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다.

 ✅ 나도 지난 4년간 그랬다. 내 삶에는 일밖에 없었고 나는 일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아주 별로다. 차가워지고 예민해졌다. 날카로워지고 불친절해졌다. 결코 워라밸이 없던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2023년 1월 3일 오전 2:47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260쪽

내게 유일하게 겁이 없는 영역이 있다면 새로운 제안이나 기회를 덥석 물고 일을 어떻게든 해내고야 말겠다는 추진력에 있을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시작이라도 할 수 있다면,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부딪혀보았는데 깨지고 실패한다면 배울 수 있고,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 미지의 분야에 겁을 먹고 이러쿵저러쿵 상상만 하면서 결국 안 될 거라 결론 내리고 시도조차 안 해보는 일보다는 훨씬 낫다.

✅ 작가와는 달리 내가 잘 못하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퇴사 후 시도해보고 있다. 그중 하나는 당연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거다. 난 리뷰를 잘 못 쓰지만, 그래도 쓰면서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항상 쓰고 싶었던 책 리뷰를 이렇게 그냥 써 본다.


2023년 1월 3일 오전 2:50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353쪽

무언가 쓰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다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러다 보니 늘 소멸하는 일기보다 요즘의 관심사, 소위 말하는 ‘덕질’을 글로 남긴다. 건강한 식사법에 푹 빠져 있는 지금은 낫또는 저녁에 먹는 것이 좋다는 등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모으고 정리한다. 조선미술사 관련 전시회 등에서 새롭게 얻은 지식을 정리하고, 음악회에 다녀오면 감상문을 짧게 적고 다음번에 다시 읽어보며 그때의 즐거움을 곱씹곤 한다.

✅ 나도 덕질을 글로 남기고 싶다. 그래서 부족한 글이지만 이 책도 리뷰로 남겨본다.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하는 사람


건강하고 단단한 루틴이 무엇인지 궁금한 분,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분께 권한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 보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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