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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스터 Jan 14. 2022

MZ세대라 부르지 말라

최근 온갖 곳에서 "MZ세대", "MZ세대를 이해하라"같은 말들이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남발되고 있는 것 같아서.


결론부터 말하면,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대략 96-7년부터 2009년까지 출생한 Z세대를 하나의 범주인 것처럼 묶어서 불러선 안된다. 애초에 다른 두 사람을 한 사람으로 정의하면 둘 중 어느 쪽에도 초점을 맞추기 어렵고 둘 중 어느 쪽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밀레니얼과 젠지는 출생과 성장 과정에서 겪은 환경과 사회 변화, 그로 인해 형성된 특징들이 매우 다르다. 물론 현시점에서 구매력과 선호 브랜드, 구매 습관과 삶의 지향가치도 하나의 범주에 묶기엔 다른 점이 너무 많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자라면서 겪은, 본인 삶에 큰 영향을 준 이벤트부터가 다르다. 밀레니얼들에게 영향을 준 인생의 이벤트들이 서울 올림픽, Y2K, 9.11 테러 같은 거라면 Z세대에게는 경기대침체, ISIS, 테러, 난민, 미국의 흑인 대통령, 아이폰과 페이스북 같은 것들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IMF의 직격탄을 맞은 부모를 바라보며 자란 Z세대들은 밀레니얼에 비해 경제의식 수준이 높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실용적이다. 밀레니얼들이 디지털을 친숙한 "테크놀로지"로 받아들인다면 Z세대는 그야말로 "디지털 네이티브"다. 밀레니얼들이 온라인을 오프라인의 매끄러운 확장 정도로 대한다면, Z세대는 애당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거기다 1982년과 2009년 사이에는 거의 한 세대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것을 어떻게 한 그룹으로 묶을 수 있나?



전 국민의 45%에 육박하는 인구수를 가진 이 두 집단을 한 데 묶어 MZ세대라고 통칭해버리는 것은 X세대, 혹은 베이비 부머들이 편의상 "(나보다) 젊은 사람들"을 표현하기 용이하도록 한데 묶어놓은 것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엉성한 범주화는 사회를 똑바로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고, 특히 마케터에게는 무책임하고, 동시에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어떻게 40대 초반의 과, 차장과 20대 중반의 신입사원이 하나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단 말인가? 부르기는 편할지 모르나 이런 것이 자꾸 양해되면 우리는 소비자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이들이 만들어낸 사회와 문화의 변화,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수신 금리가 두 자리였던 넘는 풍요와 고성장의 시대에서 자란 밀레니얼과 IMF로 실직하고 폐업한 부모의 처진 어깨를 보며 자란 Z세대. 주 5일 근무는 물론이고 눈치 보며 칼퇴를 해야 했던 직장생활을 겪은 밀레니얼과 재택근무와 화상회의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주 5일 출근이 오히려 낯선 Z세대. 부지런히 월급을 모으면 언젠간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직장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과 애당초 포기하고 코인과 주식, N잡에 열을 올리는 Z세대를 하나의 그릇에 놓고 보면 안 된다. 적어도 마케터라면 말이다.


물론 개별인들은 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대를 구분하는 이유는 이 구분이 사회의 현상을 설명하고 변화를 예측하는 기반 논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 시장과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면밀히 감지하고 행동을 취해야 하는 마케터에게는 더욱 이런 그룹핑이 필요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그루핑의 기준과 적용은 더욱 정교해야 한다.


나름의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해서 세그먼트를 나누고 그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표적시장을 정확히 조준하는 것이 타게팅이고, 타게팅은 정교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마케팅 기본 중 기본이다. 상당수의 소비재 시장에서 이미 밀레니얼은 최대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고, 이들과는 다른 가치관과 소비성향을 지닌 Z세대가 곧 그 바통을 넘겨받게 된다. 핵심 타깃이 밀레니얼인지 Z세대인지 특정하지 못하고 MZ세대 모두에게 팔 거야라고 믿는 브랜드는 둘 사이를 방황하다 길을 잃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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