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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Aug 18. 2023

하위직 공무원의 나라 걱정

이러다가 집을 못사는거 아닌가?

 나는 하위직 공무원이다. 감사원 입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하위직 공무원이었다. 행시 합격이 빠른 친구들은 지금 과장도 하고 있지만 중앙공무원 계급으로 치면 나는 아직도 "주사"이다. 예전에는 주사로 퇴직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딱히 그런 것도 아닌듯 싶다.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검사, 판사로 가면 4급으로 인정해주지만 성적이 부족해서 못갔으니 안타까워할 일은 아니다. 그냥 그들은 고위직 공무원, 나는 하위직 공무원으로 내 할 일을 하면 그만이다. 


 하위직 공무원으로서 좋은 점 또한 있다. 나름 소신껏,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위로 올라가게 되면 인사권을 가진 자에게 잘 보여야 한다. 승진을 해야 가족을 부양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지금은 과잉충성을 비판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만, 내가 그 자리에 간다면 나도 그리 안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인사권", 참 무서운 권력이다. 지금 나는 21세기 현대사회에 살고 있지만 간혹가다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경험들을 하곤 한다. 그럴 때는 참 거북하다. 


 MZ 세대 공무원들이 사명감이 없다는 기사를 접했다. 아직도 조선시대, 사농공상의 사고에 사로 잡힌 기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경으로 들어오면 세금 제외하고 1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체감 상 느끼는 서울 집 한채가 1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지가 오래되었다. 대한민국 치안의 일선에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들이 순경들이다. 주취자의 구토물을 치우고, 각종 싸움에 개입해서 중재를 하고, 밤 새워서 운전도 하고, 집회가 있으면 방패 들고 나가야 하고, 대사관 경비 근무를 서야 하고, 짭새라고 현장에서 무시도 당하고, 선배들 눈치를 보면서 받는 돈이 150만 원이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서울에 집 한채를 매수할 수가 없다. MZ 공무원의 사명감을 지적하는 기성 언론인들에게 나는 되묻고 싶다. 젊은 공무원들의 사명갑을 앗아간 사람은 국가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본인들이 아니냐고 말이다. 뭐든지 경험하지 않고 비판하는 것은 참 쉽다. 


 정치인은 연예인과 유사하다는 말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대중들의 관심이 있어야, 이를 토대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먼 미래를 고민하기 보다는 당장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야 당선될 수 있고, 그들의 부를 유지할 수 있다. 상식선에서 너무 타당한 말인 듯 싶다. 하지만 정치인(고위공무원)과 연예인이 다른 점은 연예인의 권력은 국가미래를 좌지우지 할 수 없지만 정치인(고위공무원)의 권력행사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엄마아빠, 장인장모가 서울에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삶에 큰 안전판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노력을 통해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물론 내가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가지는데 부모님의 도움은 절대적이었지만 손가락이 휘어지라 공부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어느정도 결과를 성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장선 상에서 돈이 돈을 낳는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열심히 노동을 하면 적당한 시기에는 결과를, 성취를 볼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훌륭한 위정자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지금 우리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전업투자자라는 직업을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유튜브를 많이 봤다. 음봉, 양봉, 기준선, 피보나치 수열 같은 용어를 사용하며 짧은 시간에 돈을 버는 그들의 스킬을 배우고 싶었다. 내가 본 유튜버들은 직장 생활을 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돈도 더 많이 벌고. 나도 그들의 기술을 밤낮없이 열심히 공부한다면 그들과 같은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주식을 사고 팔며, 부동산을 사고 팔며 돈만 버는 삶을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가치가 있다. 나쁜 놈을 잡을 수 있도록 세계 경찰기구들을 연결해주는 일은 분명 주식을 사고 파는 일 보다는 사회 전체적으로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이 일이 아직까지 재밌고, 앞으로 이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 


 살아가면서 돈은 매우 중요하다. 나도 쫓겨나지 않을 집을 갖고 싶고 아이를 교육시키기 위한 충분한 돈을 벌고 싶다. 하지만 돈돈돈돈 거리고 싶지는 않다. 빚으로 빚을 막으면서 말도 안되는 집 값을 유지시키면서 사회로 새로 진입하는 젊은 공무원들의 목표를 앗아가고, 부모님의 경제력에 안도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는 아닐 것이다. 


 "다행이다. 엄마아빠가 나한테 물려줄 집이 있어서. 그리고 증여세 낼 돈은 있잖아". 이런 생각은 좀 안하고 싶다. 그럴거면 왜 대학을 나왔으며, 왜 직장을 잡았으며, 왜 애를 키우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사회는 더 병들거라는 사실, 이건 너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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