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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ung Sep 08. 2018

너의 취향은 무엇이니?

가이드북에는 없었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다  



난생 처음 떠나는 25살의 유럽여행. 또 언제갈 수 있을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곳. 그 이유에는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적은 돈과 시간으로도 여행할 수 있겠지만, 아직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내게는 한 번 여행했을때 오랫동안 충분히 느끼고 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 유럽 여행에 나는 아낌없이, 후회없이 여행하고 싶었다.

어설프지만 나만의 가이드북 완성 :)


그래서 6월의 유럽여행을 앞두고, 3달전부터 천천히 즐기면서 나만의 가이드북을 만들기 시작했다.

약 70장의 ppt 슬라이드. 물론 이미 알려진 여행정보는 캡쳐도 많이 했고, 페이스북에서 퍼나르기도 했다.


그 외에 필요한 정보는 직접 여행 가이드북에서 발췌해 적으면서. 이 과정은 나에게 불안함을 없애주는 든든한 존재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욕심이 커지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했다. 떠나기 하루 전까지 알차게 맛집정보, 여행 꿀팁, 쇼핑 리스트를 옮겨적었고, 뿌듯하게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런던의 대표 랜드마크, 런던아이


한달간의 유럽 여행동안 우리는 총 6개국 11도시를 여행했다. 30일이라는 시간은 우리 인생에선 짧을지도 모를 시간이지만, 여행의 시간에 빗대면 결코 짧지 않다.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가이드북에 있는 꼭 관람해야 할 것들, 가서 보면 좋을 미술관의 리스트를 확인하곤 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풀리면 모든 인생이 재미없다고 하듯,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행하는 동안 꼭 관람해야 할 것들, 먹어야할 것들의 리스트는 가뿐히 해치워 낼 줄 알았는데, 몸의 컨디션을 살피고 더 좋은 여행지에서 멍때리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여행지는 캔슬되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쉽거나 후회스럽지 않았다. 그때의 마음가짐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든 본질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런던, 타워브릿지
파리하면 에펠탑
예.알.못이지만 가장 유명한 작품들은 보고 왔다 : D..


유럽에는 셀 수 없이 유명한 관광지들로 가득하다. 랜드마크도 수없이 많고, 중세시대의 유럽의 모습을 간직한 건축물부터 유럽의 근대사회의 시작인 르네상스시대를 보여주는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차고 넘친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유럽의 역사라던지,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기 까지 영향을 미친 요소들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우리는 유럽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했던것 같다. 다소 나쁘게 말하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나 할까? ㅎㅎㅎ


결과론적으론 나의 無취향이 새로운 취향을 알게 해준 계기라고 좋게 포장해보련다.


유럽까지 가서 알아냈다고 하기엔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취향들이지만,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이라고 믿기에 적어보는 것들.



그 첫번째는 공원과 정원이다.

런던 세인트제임스 파크
런던 하이드파크
런던 하이드파크


공원은 예전부터 좋아하던 굳건한 취향 중 하나이다. 나무와 꽃이 살아 숨쉬고, 자연아래에 사람들은 운동을 하고, 걷고, 맛있는것을 먹는다. 유럽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그저 그 규모와 사람들이 다를 뿐, 여유를 즐기며 그 순간을 누리는 모습은 한국과도 같았다.


우리는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뛰어노는 아이들, 누워서 태닝하는 젊은 청년들, 사소한 다툼후 화해를 한 연인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 곳이 유럽이라는 점과 지금 여행지에 앉아있다는 점이 시선을 더욱 로맨틱하게 했다.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영국 코츠월드


어느순간부터 자연과 꽃을 이렇게 사랑하게 된 건진 모르겠다. 더 어렸을때는 꽃을 좋아하면 나이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취향에 나이가 뭐 있나 싶다. 여하튼 유럽의 정원들을 보니,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아니, 집이라도 살 수 있을까. 나에게 유럽의 공원과 정원은 현재로써 가지지 못해 아쉬운 것들에 대한 염원과 같은 것들인 것 같다.



런던, 메종베르토 스콘 맛집


또 알게된 나의 취향은 다름아닌 '스콘'


요새 빵 싫어하는 사람이 드물정도로, 빵순이들이 많고 맛집도 넘쳐나는데 난 누가 사다주는거 아니면 먼저 찾아가서 잘 사먹진 않는다.

급하더라도 삼각김밥을 사먹지.

여튼, 그러던 내게 티와 스콘의 만남으로 인식이 확 바뀌었다. 살짝 추웠던 그 때 런던의 날씨, 몸을 녹이러 들어간 낡고 오래된 스콘집에서 인생스콘을 만났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입안 가득 부드러움, 그리고 딸기잼과 크림의 달달한 조화까지.


완벽해!


이후로 한국에 와서도 스콘이 파는 집이 있다고 하면, 일단 시켜 본다. 그때의 기분과 걸맞는 인생 스콘을 아직 만나진 못했지만 그때까지 내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


* 스콘 맛집을 아신다면 제게 제발 알려주세요..



런던, 스카이가든 전망대
프라하, 길을 걸어가다 내려다본 블타바강
프라하, 레트나공원



다음 취향은 '전망대'였다. 모르고 있던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번 여행으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모습과 개미 처럼 작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흥미로웠는지 모르겠다. 여행했던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니 다시 찾는 재미도 있다.


그렇지만 정말 좋았던 이유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동안은 돌아다니지 않고 서서 혹은 앉아서 멍하니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체스키 크룸로프, 전망대탑
피렌체, 미켈란젤로 광장


마음 깊은 한켠의 여유를 찾고 싶었던 소망과는 달리, 여행하는 동안은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며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서 전망대나 높은 곳에 위치한 관광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시선이 어느곳에 멈추어도 좋았고, 잡생각을 하느라 무엇을 바라보았는지 몰라도 좋았다. 여유가 필요했던 내게 꼭 필요한 여행지였고, 나의 취향이었다.


내가 몰랐던 나의 취향, 바로 여유였다.





'YOLO'처럼 살아가고 싶은 나에게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대단하고 화려한 겉보기가 아닌 소소하지만 확실한, '소확행'이었다.


가이드북에서는 알 수 없었던 나의 취향을 알아갈 수 있음에 벅차고 감사하다. 여행을 떠나는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렇게 굳건해 질 수 있는 여행이라면 앞으로도 자주 떠날 수 있길 바라며!






Love nature & photograph

여행을 다니며 사진찍는 것을 즐깁니다.

인스타그램 for.comma 에서 더 많은 유럽여행 사진을 만날 수 있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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