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준비로 바쁜 전통 재래시장을 직접 경험하며
명절 전 날, 늦은 밤 11시. 그 때 시장에 가게 된 건 아빠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나의 고향 고흥은 밤 9시만 되면 동네가 어둑해지는 시골인데, 명절 전에 시장에 가면 모두가 불을 밝히고 음식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마침 우리 엄마께선 시장의 한 반찬가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도와주고 계셨다. 그걸 이유로 엄마를 잠깐 뵙고 오자며 아빠와 시장으로 향했다.
밤 11시, 시장 근처에 다다르자 생선 굽는 고소한 숯불 냄새가 공기를 떠다닌다. 맞다 그랬지. 우리 고향의 시장은 생선을 구워서 파는 어물전이 대다수다.
보통은 새벽 4시부터 이른 오전까지 생선을 불에 굽는다고 하는데 명절은 예외다. 밀려드는 예약 건과 명절 당일 찾아 올 손님 몫까지 챙기다 보면 밤을 새우는 게 당연지사.
어디 어물 전 뿐이겠으랴. 떡집도 반찬집도 바쁘긴 매한가지다.
특히나 전의 경우, 예약 시간을 맞추기 위해 미리 만들어둬야 한다. 엄마에게 들어보니, 그 수량이 작년 추석보다 배로 많아져서 온종일 전만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집에서 직접 차례 음식을 만들어먹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점점 간소화되면서 시장에서 전, 나물을 구매해 제사상에 올리는 집이 많아졌다. 그 간편함 뒤에는 새벽 늦게까지 전을 부치고 생선을 굽는 상인들이 있었다.
늦은 밤 시장 투어를 마친 나는, 다음날 엄마와 사장 이모님을 돕고자 일일 아르바이트를 자처했다.
비록 3시간의 짧은 알바였지만 나 또한 산적꼬치를 만들고 이모들의 손발이 되어 도왔다. 얼마나 정신이 없던지, 이모들이 너무 바쁠 땐 내가 직접 손님을 맞이하며 나물과 전을 판매했다. 비교적 나이 드신 분들이 가득한 시장 속에서, 젊은 나의 존재를 궁금해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었다. 그럴 때면 웃으며, 제가 원래 서울에 사는데, 자주 시켜먹는 단골 반찬집이라서 잠시 도우러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명절이 되기 며칠 전부터 당일 오후까지, 고흥의 작은 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이 얼마나 많았던지 이모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여기가 전쟁터네, 전쟁터야!
온라인에 밀려난 시골의 작은 재래시장.
코로나로 인해 더욱 줄어버린 손님들.
코로나 이전 명절에 비교했을 때 손님은 분명 줄었겠지만 잠시나마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며칠 내 음식준비로 몸은 피로했겠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울 명절이었을 것이다.
이 곳은 총만 없을 뿐,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상인들의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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