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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Sep 21. 2020

DMZ다큐영화제 감상일지 (2)

*9월 19일 상영된 영화들입니다.


1. 뱅크시

영국 브리스톨 출신의 문제적 아티스트 뱅크시를 조명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그라피티, 그리고 거기서 발전한 거리예술과 저항예술의 발전 과정을 살피며 영국의 거리 예술의 발전과 거기서 뱅크시의 역할을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그라피티나 거리 예술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기에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진 영화였다.영화는 미국의 문화가 영국에 건너가서 발전하고, 거기에 영국과 유럽적 색채가 결합되어 발생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어떤 모습을 가졌는가를 조명하는데, 그와 함께 다양한 거리 예술가의 작품들도 비추어 줘 상당히 흥미로웠다.


약간 기대와 어긋났던 점이라면, 나는 <뱅크시>가 좀 더 미시적인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뱅크시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점을 파고들기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을 견지한다. 하지만 그게 나빴다는 건 아니다. 말했듯이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엔딩 역시 마음에 들었다. 풍선과 소녀라는 뱅크시의 작품이 천문학적 금액에 경매되던 순간, 뱅크시가 그 작품을 파쇄하는 걸로 영화가 끝난다. 현대 미술에서 거리 예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 그에 대한 뱅크시의 답변이 잘 나타나 있는 마무리였다.


2. 끊어진 능선

중국 어느 깊은 산속. 노부부가 동굴에 집을 마련하고 살아가고 있다. 옥수수를 키우며, 소 떼를 돌보며, 열매를 따며 그리고 나무를 베며, 그들은 자연과 더불어, 혹은 자연을 이겨내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끊어진 능선>은 약간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노부부의 삶을 조명한다. 영화에 서사는 없다. 기승전결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이전에 이야기라 할 만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과 간혹 일어나는 돌발적인 사고와 같은 모습만 카메라에 담겨 있을 뿐이다.

<끊어진 능선>에는 흔히 이런 영화에 나올 거라 생각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나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같은 것은 없다. 노부부는 대화조차 거의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 영화에서 할아버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염병'이겠는가.


그런 만큼, 이 영화는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영상미도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 <끊어진 능선>은 그야말로 노부부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만을 실감나게 담아낼 뿐이다. 어떻게보면 '나는 자연인이다'같은 티비 프로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예능적 요소는 다 빠진 채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영화였다. 필자는 영화가, 아니 어떤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건 간에 작품이라면 보는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 영화를 보고는 '할아버지 할머니 정말 힘드시겠다', '찍느라 엄청 고생했겠네' 정도의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3. 내언니전지현과 나

일랜시아라는 게임을 다룬 이 영화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글을 적고자 한다. 지극히 사적인 이유에서,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올해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간단히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영화의 사람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들과 동질감, 그리고 아련한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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