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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Dec 21. 2020

페르소나 5 더 로얄

스토리 리뷰

*스포일러 포함

성폭행 당할 뻔한 여성을 돕다, 도리어 누명을 써 상해죄로 유죄를 받아 보호관찰과 전학 조치를 당한 주인공. 그는 가족을 떠나 도쿄 욘겐자야에서 '르블랑' 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사쿠라 소지로' 라는 중년 남성에게 맡겨진다. 이사 온 첫 날 밤, 이고르라는 이상한 노인이 꿈에 나타나 주인공에게 갱생을 위해 힘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한편, 그가 전학을 간 슈진 고등학교에서는 '카모시다'라는 체육 선생 주변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인간의 마음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나쁜 사람을 개심시키는 '마음의 괴도단'으로 활동하게 된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 페르소나 5의 완전판인 페르소나 5 더 로얄이다. 여느 페르소나 시리즈가 그렇듯, 고등학생인 주인공과 동료들이 어떤 계기로 인해 내면의 힘 '페르소나'에 눈뜨고 그것을 통해 일련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P5R의 주 내용이다.


게임 시스템, 등장 페르소나, 동료 캐릭터의 특성을 살펴보면 페르소나 5와 로얄은 과거에 출시된 여러 여신전생 시리즈 게임에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보인다. 우선 전투 보상 시스템이 3편과 4편의 카드 시스템에서 본가인 여신전생 시리즈와 페르소나 1, 2에 있던 악마(페르소나)설득 시스템으로 회귀했다. 또한 페르소나 시리즈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진 여신전생이나 기타 시리즈에 등장했던 악마들이 대거 편입되었다.


이렇게 전투 시스템에서는 기존 페르소나 시리즈를 탈피해 본가의 영향을 받은 반면, 비전투와 일상에서는 페르소나 전작들을 오마쥬한 듯한 요소가 많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페르소나 4와 유사하며, 동료 및 코옵 캐릭터의 특성은 2, 3, 4편을 참고한 듯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페르소나 5 더 로얄 추가 캐릭터, 요시자와 카스미

말했다시피 P5R의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페르소나 4와 유사하고, 주제의식은 다른 페르소나 시리즈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주저하거나 멈춰서지 말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라.' 그렇다면 페르소나 5의 스토리가 다른 시리즈 게임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페르소나 3는 '주체적인 삶' 에 대한 포괄적인 강조였다. 마치 동화나 전설, 신화와 같이 상징적이며 현실과의 괴리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 그에 반해 페르소나 4는 지엽적이고 개인적이다. 배경은 시골 마을이며, 전체적인 스토리도 (엔딩 무렵 범인을 잡기 전까지는) 동료들의 개인적인 고난 극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 만큼 다른 시리즈보다 각 캐릭터들의 커뮤니티 스토리도 충실한 편이다.


이 두 작품을 거쳐 나온 페르소나 5는, 상당히 현실과 밀접하며 보편적인 이야기를 게임과 엮어나간다. 체벌이라는 이름 아래 가해지는 학생에 대한 선생의 폭력, 성폭행, 노동 문제, 선거, 불공정 경쟁 등의 소재가 메인 스토리에 등장한다. 물론 청춘물이니 만큼 이런 주제에 대해 깊이 고찰하기보다는 '나쁜 것을 고친다'는 식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태까지의 페르소나 시리즈와는 상당히 다르다.

페르소나 5 주인공과 마음의 괴도단

다른 페르소나 시리즈도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페르소나 5는 특히나 개혁적인 성향이 짙은 게임이다. P5R은 상당히 직접적으로 정치와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대중을 저격하고 있다. 정치와 주권자(시민)의 괴리는 모든 간접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일본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해 이루어진 참의원 선거는 50% 미만의 선거율을 기록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선거율이 60%를 넘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다. 일본은 선거에서 기호를 적거나 공란에 표기하는 방식이 아닌 이름을 적어야 하는 방식을 고수 중이고, 그에 따라 안분표 같은 기묘한 시스템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이 일본 전반에 뿌리내린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버블 경제의 몰락 이후 퍼져있던 일본인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을 계기로 극에 달했다. 특히나 대지진 때 실책을 저지른 것이 기존에 불신을 받고 요샛말로 적폐 취급 당하던 자민당을 몰아내고 수립된 진보 계열인 민주당 내각이었기에, 이후 일본인들의 불신감은 더 심해졌다. 요컨대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정치인은 다 똑같다.'라는 생각이 일본 국민 전반에 퍼진 것이다.


페르소나 5의 제작진은 도호쿠 대지진을 겪고 스토리라인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였다. 그들은 정부의 무능, 그것을 보고 돌아서는 국민을 목격하고, 정치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을 내놓았다. 그렇기에 페르소나 5는 상당히 정치적인 게임이 되었다.

페르소나 5 로얄의 신 캐릭터 마루키 타쿠토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P5R의 추가 스토리인 3학기의 내용은, 다른 누군가(신, 수상, 국회의원, 기업인 등 높은 사람 누구든)가 당신을 대신해서 당신의 행복을 추구해줄 것이라고 믿지 말고 스스로 당신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켜나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3학기 스토리의 보스인 마루키 타쿠토의 의도가 선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선한 의도가 모든 사람에게 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타인과의 1대1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우리는 종종 나의 선한 의도가 왜곡되는 것을 경험하고는 한다.


마루키가 정치인이라고 생각해보자. 마루키처럼 선한 의도여도 왜곡의 위험이 있는데, 하물며 현실에서는 어떨까? 아무리 순진하게 생각하더라도 100% 선한 의도로 정치를 하는 정치인은 현실에 없을 거라 봐야 한다. 시민 개개인은 각자의 이익과 정의를 위해 정치인에게 목소리를 내야한다. 소수의 사람에게 세상 일을 맡기고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페르소나 5의 본편 스토리에 연결선상에 있는, 3학기 스토리의 의의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점수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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