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May 13. 2022

무기대여법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



푸틴도 젤렌스키도 이제 전쟁 끝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전쟁이 이렇게 되어서야 두사람 모두에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손절해야할 타이밍입니다만 문제는 그 타이밍이 더이상 두사람 손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쟁 초기, 절대적 열세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 조건으로 나토 가입 철회, 돈바스 양도의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푸틴이 걷어차 버렸죠. 그때만 해도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체를 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반대로 젤렐스키는 어떻게든 우크라이나는 지켜내자는 생각이 더 강했을 것입니다. 


전쟁 두달이 지났고, 이제는 3달째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죽고 부서지고 약탈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대는 매일 수백명이 죽고 전차와 장갑차는 이미 수백대가 고철이 되어 버렸습니다. 폭격에 타버린 식량과 기름은 또 부지기수. 이런 데도 두 나라는 전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아마도 아조프해를 내해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영토 확장에서 이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 본토와 돈바스 지역을 거쳐 크림반도까지 육로를 장악하게 되면 아조프해는 온전히 러시아의 내해가 됩니다. 푸틴으로서는 어느정도 면이 서는 결과입니다. 아마도 우크라이나도 그 현실을 받아들이려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오데사를 지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할만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푸틴도 젤렌스키도 미국을 너무 과소 평가한 셈입니다. 무기대여법은 러시아의 무도한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 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면 거의 무한대로 미국 무기를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수복할 때까지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게 좋은 의도 같은데 가격표라니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돈바스 양도 의사를 내비쳤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치의 양보도 없다고 선언한 것은 아마 5, 6주 전쯤으로 생각됩니다. 그 시점이 절묘합니다. 저의 상상입니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게 행동을 요구했을 것입니다. 이에 호응하여 상원은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킵니다. 이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게 요구합니다. 끝까지 싸우면 하원도 통과시켜주고 안그러면 국물도 없다 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양보불가 선언을 하게 되고, 미국도 남아있던 하원 의결 절차를 마친 것입니다. 


푸틴이 아조프연안지역을 모두 점령하고 우리가 이겼다, 전쟁은 끝났다 라고 선언해도 우크라이나는 고토 회복을 위해 계속 공격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응전하든지, 군대를 물리든지 해야 합니다. 끊임없는 소모전이 전개될 것이며 러시아는 이 수렁에 빠져 나라가 엉망이 될 것인 반면, 미국은 러시아가 곶감처럼 빼먹던 유럽 에너지 시장과 군수물자 시장을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대로 접수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 일부러 전쟁을 부추킨 것은 아니지만(파병은 없다는 말이 푸틴의 오판을 유도했을지라도) 전쟁이라는 대사건앞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 아니겠습니까.


작가의 이전글 JFK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