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럽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OLA Jul 20. 2022

산토리니, 그리스

광고 속 그곳...

 2020년 코로나가 발발된 이후 첫여름 해외여행인 듯하다. 물론 작년 여름은 국내에서, 코로나가 사그라든 연말엔 오랜만에 마데이라로 해외여행을 갔었지만 일 년 동안 여름휴가를 바라보고 일한다는 유럽 사람들에게 여름휴가는 엄청 길고 의미가 있어 유럽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방학을 하고 아빠도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길게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인다. 올해는 작년에 좌절되었던 한국행도 계획하고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던 그리스행 티켓도 다시 끊었다. 드디어 그리스 여행!!! 

요즘 영국 공항이 난리라는데 취소, 연착, 짐분실 없이 무사히 도착! 감사합니다~^^


 첫 도착지 산토리니는 사진이나 광고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특히나 올여름 이상 고온으로 걱정이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줘서 다행이었다. 곳곳에 포카리 스웨이트 광고로 유명한 장면이 연출되었는데 사실 광고 속 장소는 산토리니가 아니라 미코노스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미코노스도 비슷한가 보다. 그리스에서 산토리니와 미코노스가 가장 유명한 곳이라 그만큼 관광객이 엄청 모인다. 이번에 우리의 여정은 산토리니, 밀로스, 아테네 순이다. 밀로스는 아직 산토리니나 미코노스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루브르에 있는 밀로의 비너스가 발굴된 곳이다. 

 보기에 아름다운 언덕 위의 호텔들은 앉아서 스무디 한잔하며 바라보기는 너무 좋으나 체크인 체크아웃할 때 직원들이 짐 옮기는 거 보면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이 뜨거운 날씨에 그냥 오르내리기도 힘든데 짐까지 짊어지고 옮겨야 하는... 물론 관광객이 많이 가서 그분들의 할 일이 많아지는 게 좋은 것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힘든 게 아닌가 참 뭐가 맞는지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우리 호텔은 그래도 급경사는 아니라 다행이라 해얄지...

 산토리니는 얇은 크루아상 모양의 그리 크지 않은 섬이다. 산토리니에 있는 공항에서 우리가 묵었던 이메로비글리 호텔까지 15분 정도였고 이 섬의 중앙이라 할 수 있다는 피라마을에서 석양이 유명한 이아마을까지 15km고 그 반대편도 그 정도다. 우린 택시를 이용해서 움직였지만 이아마을에서 피라마을까지 트레킹을 즐기기도 한다. 물론 요즘은 이상 고온 현상이 많아 특별한 경우가 있겠으나 그리스는 5~6월부터 한여름인 7~8월 사이의 기온 차가 그리 크지 않다. 6월에 최고 온도 30도를 찍어도 8월에 33도 정도 되는 날씨랄까? 한 여름 날씨가 스페인, 이태리 경우 40도를 넘나드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여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특히 영국 사람들처럼 해를 좋아하지만 더위에 취약한(뭐 별로 겪어보지 못했으니; 올해 같은 이상 고온이면 활동을 자제하라고 알람이 뜨는 거다 =.=) 사람들에게 제격이랄까? 암튼 그래서 그리스가 비싸지만 인기가 많은 듯하다. 산토리니 택시비 포함 물가 비싸다. 근데 영국 파운드로 계산해보고 런던 물가 비교해 보면 뭐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아테네에서 가는 식당마다 가성비 갑이라며 너무 좋아했다. 이전 도시에 비하면 아테네가 매우 물가가 저렴했다. 

그리스식 레스토랑 Anogi; 맛있고 인기좋은 곳이라 예약 필수

 첫 저녁은 그리스식 식당에서 맛있게 잘 먹었다. 식당에서 만난 귀여운 냥이, 저 땐 이곳이 고양이들의 천국인 것을 아직 알지 못했다. ^^

저녁 산책에서 만난석양ㅆ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는 불빛들이 이아마을이다. 우리가 묵은 [Cresanto luxury suites]은 피라 마을 옆에 있는 이메로비글리 마을에 있는 호텔이다. 피라 마을(Fira)이 섬의 중심이라 그런지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있는 대신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다. 난 여기 오기 전에 사진으로 볼 때 경사에 있는 하얀 집들이 그냥 그 동네 집이라고 생각했다.(너무 생각이 없던 건가?!) 암튼 경사 위의 하얀 집들은 모두(뭐 다시 공사하는 집도 있고 혹시라도 가정집이 있을 수도 있겠으니 100%라 하긴 그렇지만 거의 다) 호텔이다. 말하자면 아주 작은 호텔(숙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상이랄까? 그런 호텔들에서 젊은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휴가를 즐기니 어찌 조용할 수 있겠나? 바나 레스토랑에서도 저녁에 바깥까지 울리게 쿵짝쿵짝 음악을 틀어놓는다. 산책 삼아 아이들과 지나다닐 때는 나도 나름 흥이 났으나 나의 숙소에서까지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아이들과 가족 단위 휴가를 원한다면 숙소는 북적거리는 이아(oia)나 피라마을보다는 이메로비글리로 잡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번 산토리니의 호텔은 개별 수영장 등 모든 시설이 완벽히 좋았다. 

 

 좁은 길들을 따라 구석구석 돌아보면 파란 지붕의 하얀 집, 세 개의 종이 있는 교회(Three bells of Fira)등등을 만날 수 있다. 어쩜 이렇게 하얀색 파란색 조합을 생각했을까 했는데 한나절 걷다 보니 이렇게 흰색이 아니라면 이 강한 햇볕은 받아낼 재간이 없겠구나 싶었다. 어쩌다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어두운 색 손잡이라도 만지면 너무 뜨거워 정신이 번쩍 났다. 생존 본능에서 나온 아름다움이다. 

Katsaboo restaurant/ Calm collection안에 있는 레스토랑


  남편은 여행 중 음식에 진심이다. 우리 가족 넷은 식욕이 그리 왕성한 편은 아니다. 난 그냥 대충 허기를 때우는 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많다. 물론 아이를 가진 이후로는 아이들을 먹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식사를 챙겼던 것 같다. 예전에 아이들 이유식과 유아식에 몰입해 있을 때 엄마가 했던 말씀이 생각난다. 6.25를 겪은 애도 아니고 왜 이리 밥에 집착하냐고...ㅋㅋㅋㅋ 암튼 그 집착은 식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엄마의 의무였달까? 그 이후로 우린 여행을 다닐 때마다 아이들의 식사시간을 열심히 챙겼다. 아직도 아이들이 성장기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빨리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배고플 때만 끼니를 챙기고 싶다. 남편은 그래서 더욱 맛이 없는 걸 먹을 수 없단다. 식욕이 왕성해서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먹을 때 맛있는 걸 먹어줘야 한단다. 뭐 그 덕분에 고맙게 잘 먹고 있지만 식사 시간 다 됐는데도 아직도 식당을 선별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 속이 부글부글 거린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이제 여행 계획할 때 아예 트립어드바이저 상위 순서에 있는 식당을 미리 예약해 버린다. 그때 예약된 캇사부, 호텔 식당인데 음식도 훌륭하고 친절했다. (직원이 위치가 좀 숨겨져 있어서 투숙객 외에는 잘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왔냐고...ㅋㅋㅋㅋ) 식사할 동안 호텔에서 예약해준 택시로 이야 마을로 고고!!

인스타 스폿;사람들이 눈앞에 줄을 서고 기다려서 매우 부담스럽다/이아마을 선셋포인트;사람들이 바글바글해진다고 한다.

 피라 마을과 같이 좁은 길을 오르내리며 예쁜 집들과 해안가를 구경한다. 이아 마을도 피라 마을과 비슷하다. 예쁜 것도 사실이지만 이쯤 되면 아이들은 지쳐간다. ㅎㅎ 난 운동과 여행이 한방에 되는 많이 걷고 많이 돌아다니는 여행도 좋아한다. 물론 호텔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아이들은 전자를 너무 힘들어한다. 뭐 나름 이해가 되는 게 나도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다. 조금만 걸어도 발이 닳는냥 힘들어했던 것 같다. ㅋㅋㅋ 몸을 아끼는 게 진짜 몸을 위하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운동을 아이들에게 권장하지만 휴가기간 동안 특히나 뙤약볕 아래 강행군을 강요하기는 어려웠다. 암튼 정말 인스타 스폿이 있었고 그 앞에 줄을 서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ㅋㅋㅋ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 덕분에 몇 곳만 시도했다. 사진이 취미인 남편은 신나게 사진을 찍으며 이아마을의 석양을 기다리고 싶어했지만 아이들은 호텔에서 수영을 원했고... 결국 석양은 내일 크루즈에서 보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여름 휴가는 선탠이지!!

 그래, 이게 휴가지!! 푸~욱 쉬어라. 선셋은 크루즈에서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셀로나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