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유럽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OLA Jun 22. 2022

바르셀로나 2

 

 가우디가 자신의 온 인생을 바쳐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성당 입장권과 nativity tower를 오르는 입장권을 예매하고 시간 맞춰 입장!! 입구부터 느껴지는 웅장함과 무게감. 내부로 들어서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강열한 햇빛으로 인해 성당 안이 총천연색으로 물들고 그 느낌은 몸 전체가 아름다운 선율 혹은 물속에 잠겨 있는 듯 신비롭다. 엄청난 관광객들이 넘쳐나지만 성당 중앙의 좌석에는 분주함을 내려놓고 앉을수 있는 자리가 있다. 양쪽으로 서있는 각각 4개의 기둥에는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라고 쓰여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창조주의 거룩함에 매료된 듯 겸손한 기도의 모습으로 앉아있다. 1882년부터 모금을 통해 짓기 시작한 속죄의 성가정 대성전. 과연 그때와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우리를 향한 그분의 뜻은 무엇일까? 절로 기도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교통사고로 1926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온 삶을 바쳐 성당을 지은 가우디나 가우디 사망 이후 그 뜻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혹은 2026년이라 예상하는 완공 때까지 성당을 짓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부디 가우디의 초심을 간직하기를...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성전 안을, 사람들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 아름다움은 사진으로도 어떤 설명으로도 표현이 어렵다. 나무를 형상화했다는 성당 기둥들과 그위로 내리는 형형색색의 따스한 햇빛이 햇살 좋은 숲 속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유럽의 흔한 성당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가 완성한 [탄생의 파사드], 가우디 사망 이후 스페인의 현대 작가 수비라치가 완성한 [수난의 파사드], 아직 미완성인 [영광의 파사드] 이렇게 3개의 파사드로 이루어져 있다. 2026년에 완공된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과연 계획대로 완공을 할 수 있을지, 완공되면 수많은 유럽의 평범한 성당 중에 하나가 되어 미완성일수록 더 많은 수익이 나므로 아마도 완공은 계속 미뤄질 거라는 혹자의 예상대로 그 완공이 미뤄질지는 알 수 없으나 완공되는 날, [영광의 파사드]를 보러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과연 이미 완성된 두 파사드처럼 전혀 서로 다른 매력을 풍길지 어떨지...

성당 지하에 가우디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작은 박물관이 있고 그 아래에 가우디가 잠들어있다. 성당에는 아무나 안치될 수 없다는데 가우디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한다. 성당을 짓는 데에만 집중한 가우디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그 행색이 너무 누추하여 노숙자로 여겨져 빨리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결국엔 죽음에 이르렀다는데 자연을 그대로 반영한 천재적인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렇게 빨리 생을 마감한 것이 후세대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Nativity Tower에 올라가면 탁 트인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올라가 봐야 별개 없다고 그냥 높을 뿐이라는데... 모든 전망대가 다 그런 거 아닐는지... 아들이 무서워했던 나선형 계단 오르기도 좋았고 타워 위에서 시내를 바라보던 딸아이의 환한 미소도 너무 좋아서 난 올라가는 거 추천한다. 참고로 난 집 밖으로 나서는 걸 싫어해서 그렇지 일단 나서면 멈추지 않고 뭐든 다 해보고 싶어 하는 편이라...ㅋㅋㅋㅋ 나의 추천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가우디가 죽기 전까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짓는데 온 생을 바쳤지만 성당을 맡기 전까지 가우디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이 바르셀로나 곳곳에 있다. 바뜨요 씨의 의뢰로 지어진 까사 바뜨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품격 멘션 까사 밀라와 구엘공원. 특히 구엘 공원은 친구이자 후원자인 구엘의 이름을 딴 곳으로 60채의 고급 빌라를 세우고자 했으나 건설이 중단되어 단 두 채만 지어졌다고 한다.  구엘이 사망한 후 후손들은 이 공원을 바르셀로나시에 제공하고 시청의 매입 결정 후 대중들에게 개방되었다고 한다. 자연을 본떠 만든 가우디의 곡선의 아름다움과 친환경적인 디자인은 봐도 봐도 감탄스럽다

왼쪽: 헨젤과 그레텔의 집을 본떠 만든 거라는데 맞는 말인지는 확인 불가.^^  지금은 경비실로 쓰인다고...

오른쪽에 있는 구엘 공원의 천장은 비가 오면 구를 따라 빗물이 기둥 쪽으로 모이고 기둥의 구멍을 따라 밑으로 흘러내리도록 효율과 미학을 동시에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왼쪽: 그리스 신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는 기둥들.    중간: 인체 공학적으로 척추에 딱 맞게 곡선으로 만들었다는 벤치. 예쁜 건 덤.


왼쪽; 바뜨요 씨가 아이들을 위한 집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로 리모델링한 [까사 바뜨요]

오른쪽; 당시엔 채석장이라 불리는 수모를 당했지만 사실은 [까사 바뜨요]와는 달리 설계부터 조각품 디자인까지 가우디가 도맡아 정성을 쏟은 [까사 밀라]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Telefericos de Barcelona를 타고 몬주익 성으로 가서 거기서부터 내려오면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몬주익 경기장을 들러 내려오려 했으나 여행에는 항상 변수가 있으니... 거꾸로 몬주익 성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약간은 허술한 케이블카가 더 스릴 만점이었다. 완전 무섭~ =.= 바다를 가로질러 내려오면서 뻥 뚫린 뷰도 보고 어린이 요금 없이 그냥 4인 요금이지만 아깝지 않게 탈만했다. 내려와서 바닷가로 직행한 어린이들은 수영복이 없어서 너무 슬펐던...(수영복 챙길 계절이냐고...) 바닷가를 서성이던 아들은 결국 운동화를 바닷물에 다 적시고... ㅠㅠ

몬주익 성과 그 주변에서 바라본 바닷가. 목포앞바다랑 비슷...=.=




바르셀로나 성당


곳곳에 달려있던 노란 리본

 거리를 지나면서 세월호 노란 리본을 종종 보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한국 축구 선수에 대한 예우로 세월호를 추모하는 행사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지금까지 거리 곳곳에서 세월호를 추모한다는 건 약간 의아했는데... 역시 그 노란 리본은 카탈루냐 독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상징이라고 한다. 바르셀로나는 오래전부터 경제와 무역 활동이 활발한 도시로 스페인의 세수를 20% 정도 감당하고 있으며 그중 9% 정도만 바르셀로나시로 되돌아오는 격이라고 하니 그에 대한 불만도 있고(근데 원래 세금이라는 게 수입이 많은 사람에게 걷어서 그렇지 못한 곳에 쓰는 것이니 단지 그에 대한 불만은 아닐 테고 아마도 간단하지 않은 문제가 있을 듯...) 원래 이들은 같은 민족이 아니란다. 열심히 번 돈으로 다른 민족을 도와주는 게 맘에 안 들고 카탈루냐는 이미 스페인 왕국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민족으로 본인들이 스페인에 포함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분리 독립을 외치고 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에 와보니 사실 난 개인적으로 이들의 마음아 어떨지 조금 이해가 된다. 물론 무조건 분리 독립이 좋다는 건 아니고 이런 국제적인 일에 대해 미천한 지식이므로 이만 총총.

 강남 대로를 연상케 하는 넓고 쭉 뻗은 도로들, 지하철과 버스를 오가며 환승이 자유롭고 편리한 시스템, 뜨거운 날씨나 사람들이 붐비면 센스 있게 에어컨을 틀어주는 엄청난 길이의 관절 버스까지... 바르셀로나의 편리하고 깨끗한 (유럽에선 흔히 볼 수 없는)초현대식 시스템에 엄청 놀랐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 고풍스럽고 여유로움에 감동하면서도 휴대폰이 절대 안 터지는 지하철이며 내리는 곳에서 직접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어야 하는 지하철 문을 보면서 선진국이라며 이리도 아날로그적일 수 있나 놀랐었는데 이젠 유럽 사람들 혹은 그들의 문화는 그러려니 빠르고 편리한 것보다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며 편의성보다는 옛것을 지키는데 애쓰느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뭐 그냥 단순히 변화에 대해 보수적인 것일 수도) 암튼 그런 면에서 바르셀로나는 우리나라를 더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초 현대식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관광지에 입장료가 필요하고 영국의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처럼 무료입장 뭐 그런 건 거의 없다.

 아줌마에게 여행의 묘미는 남이 해준 밥!! ㅋㅋㅋ 게다가 스페인은 음식이 매우 맛있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완전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