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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뉴스의 기울어진 카피가 던진 질문에서-떠오르다12

스마트뉴스가 공각기동대를 빌려 말한 것

by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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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4일 아침,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과 아사히 신문을 펼친 독자들은 조금 당혹스러웠을 것입니다. 한 페이지 전체를 차지한 컬러 광고가 눈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정작 카피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어서 바로 읽히지가 않았던 것이지요. 신문을 살짝 기울이거나 고개를 돌려야 글자가 제대로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읽어낸 한 줄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래서, AI를 제대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광고 속에는 『공각기동대 S.A.C.』의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이 2026년의 도쿄 토라노몬 거리에 내려앉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광고주는 일본의 대표 뉴스 앱인 스마트뉴스(SmartNews)였습니다. 같은 날 시작된 '스마뉴 AI 계획(スマニュー AI計画)'이라는 캠페인의 첫 신호탄이었죠.


저는 이 캠페인을 살펴보면서 AI 시대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지점에서 달라지고 있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떠올려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떠오르다'에서 이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스마트뉴스(SmartNews)라는 회사


본격적인 분석으로 들어가기 전에, 스마트뉴스가 어떤 회사인지 간단히 짚고 가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서비스를 직접 써본 분이 많지 않아 생소하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크린샷 2026-04-23 221048.png https://www.smartnews.com/

스마트뉴스는 2012년 일본에서 시작된 뉴스 큐레이션 앱입니다. 쉽게 말하면, 수많은 언론사의 기사를 한 곳에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의 네이버 뉴스나 다음 뉴스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스마트뉴스는 포털의 한 코너가 아니라 독립된 전용 앱이고, 회원 가입 없이도 바로 쓸 수 있으며, 오직 '뉴스 소비 경험' 하나에 집중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창업자인 스즈키 켄(鈴木健)은 수학자이자 정보학 연구자 출신으로, 기술 회사 창업자로는 드물게 오랫동안 "복잡한 사회를 복잡한 그대로 살아가는 법"을 고민해 온 인물입니다. 이 배경이 스마트뉴스라는 회사의 성격을 상당 부분 설명해 줍니다. 단순히 빠르게 뉴스를 모아서 뿌리는 앱이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서비스의 뿌리에 놓은 회사라는 뜻입니다.


규모는 작지 않습니다. 일본과 미국을 합쳐 누적 다운로드 5천만 건 이상, 월간 활성 사용자 2천만 명 이상, 3천 개가 넘는 언론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뉴스 플랫폼 중 하나입니다. 1천 개가 넘는 채널(주제별 섹션)을 제공하고, 특히 미국판은 보수와 진보 양쪽의 기사를 균형 있게 보여주는 '정치적 균형 알고리즘'이라는 독특한 기능으로 해외 미디어에서도 여러 차례 주목받았습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미국에서 "반대편 의견도 한 번씩 읽어보게 만드는 뉴스 앱"이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회사의 일관된 정체성입니다. 스마트뉴스는 창업 초기부터 "세계 곳곳의 양질의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미션을 내걸어 왔습니다. 미션 문장만 보면 어느 미디어 기업에나 흔한 수사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회사는 자회사 '슬로뉴스(Slow News)'를 별도로 설립해서 심층 탐사 보도를 지원하고, '스마트뉴스 미디어 연구소'를 운영하며 초·중학생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료를 일본의 지자체와 공동 개발해 왔습니다. 정보의 속도만이 아니라 정보의 질과 판별력에 꾸준히 투자해 온 드문 미디어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맥락이 왜 중요할까요? 이번에 분석할 '스마뉴 AI 계획' 캠페인은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정보 리터러시에 10년 넘게 공을 들여온 회사가 AI 시대를 맞아 그 문제의식을 한 번 더 전면에 내세운 결과물인 것입니다. 캠페인의 설득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이 점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스마트뉴스가 "당신, AI를 제대로 다루고 있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는 자격은, 광고의 카피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이 회사가 걸어온 길에서 나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왜 카피를 기울여 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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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카피가 기울어져 있었는가부터 생각해 봅시다.


광고는 본래 단숨에 읽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카피를 눈에 확 띄게 배치하고, 독자가 애쓰지 않아도 메시지가 머리에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광고 디자인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광고는 그 원칙을 일부러 거스릅니다. 독자에게 가벼운 불편함을 먼저 건네는 것이지요. 신문을 돌려야, 고개를 기울여야 비로소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저는 이 디자인이 캠페인 전체의 주제와 정확히 포개진다고 생각합니다. 광고가 독자에게 묻는 질문은 "AI를 제대로 다루고 있는가"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지 말고, 한 번 더 보고 판단하라는 요청입니다. 그 요청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광고를 읽는 행위 자체를 살짝 능동적인 동작으로 바꿔 놓은 것입니다. 독자가 신문을 기울이는 그 순간, 이미 캠페인의 메시지를 몸으로 한 번 연습한 셈이 됩니다.


광고를 '읽는 방식'까지 메시지의 일부로 설계한 태도는, 요즘처럼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대에 드물게 인상 깊은 접근입니다.


왜 하필 공각기동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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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페인을 이해하려면 공각기동대가 어떤 작품인지 먼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처음 들으시는 분도 계실 테니까요.


『공각기동대』는 1989년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로 시작된 일본의 SF 시리즈입니다. 배경은 이런 미래 사회입니다. 사람의 뇌에 장치를 심어 네트워크에 직접 접속할 수 있고, 팔다리나 몸의 상당 부분을 기계로 교체한 사이보그도 흔합니다. 2002년에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공각기동대 S.A.C.(STAND ALONE COMPLEX)』는 그중에서도 정보 조작과 네트워크 범죄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이 '웃는 남자 사건'입니다.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느 날 한 해커가 기업 임원을 납치해 TV 생방송 현장에 나타납니다. 거기 있던 사람들 모두 그의 얼굴을 눈앞에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뇌 속 기억, 방송 카메라에 찍힌 영상, 거리의 CCTV 녹화 화면에서 모두 범인의 얼굴 위에 '웃는 남자 마크'라는 낯선 로고가 덮여 있었습니다. 해커가 그 순간 모두의 시선과 모든 기록을 실시간으로 해킹한 것이지요. 결국 아무도 범인의 진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눈앞에서 봤는데도 말입니다.


2002년에 방송된 이 이야기가 지금 얼마나 무섭도록 현실에 가까워져 있는지 잠깐 생각해 보시지요. 2026년 오늘의 우리는 생성 AI가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가짜 영상을 진짜처럼 덮어씌우고, 텍스트를 재조립해 뿌리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공각기동대가 상상해 낸 '웃는 남자'는 지금 우리 일상에서 매일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스마트뉴스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본질을 찾아내도록 돕고 싶다"는 스마트뉴스의 지향이, 정보의 진짜와 가짜를 묻는 공각기동대의 세계관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가 중요한 대목입니다. 이번 협업은 단순히 유명 캐릭터의 인지도를 빌린 콜라보레이션이 아닙니다. IP가 원래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브랜드가 이어받아 증폭시키는 협업입니다. 캐릭터의 얼굴만 갖다 붙인 것이 아니라, 작품이 30년 넘게 던져온 질문을 브랜드의 질문으로 자기 것으로 삼은 것이지요. 이 차이가 이번 캠페인을 흔한 애니메이션 협업과 구분 짓습니다.


AI를 자랑하지 않는 AI 광고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는 일본 최대 광고 대행사인 덴츠가 맡았고, 총지휘는 하시구치 유키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기획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AI로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리지만,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아직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이 한 문장이 캠페인의 성격을 거의 다 설명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가 지난 몇 년간 봐온 AI 광고들의 풍경과 한번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AI를 다룬 광고들은 거의 모두 같은 문법을 따라왔습니다. "우리 AI는 이만큼 대단합니다." 생산성을 몇 배 올려준다, 창작의 벽을 허물어준다, 지금까지 없던 경험을 만들어준다 같은 약속들이 광고의 주 멜로디였습니다. 소비자는 잘 몰라도 된다, AI가 알아서 다 해준다, 그러니 믿고 쓰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뉴스는 정반대로 걸었습니다. "AI는 당신이 생각하시는 만큼 잘 다뤄지고 있지 않다"는 불편한 지적을 건넨 것입니다. 그것도 자사의 AI 기능을 대규모로 업데이트하기 직전의 타이밍에 말입니다.


일반적인 마케팅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막 AI 기능을 내놓으려는 회사가 왜 먼저 "당신은 AI를 잘 못 쓰고 있습니다"라고 찬물을 끼얹는 걸까요?


저는 그 답을 탈진실 시대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찾습니다.


지금 소비자들은 기술의 만능성에 이미 상당히 피로한 상태입니다. AI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었고, 실제로 써보면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기대를 부풀리는 광고가 반복될수록 이 피로는 더 깊어집니다. 이 시점에 "당신의 판단력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소비자는 모처럼 정직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거꾸로 가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쌓는 길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태도가 만들어내는 팬덤은 당장의 호감보다 훨씬 오래갑니다. 소비자를 "이미 훌륭하신 고객님"이라고 추켜세우는 브랜드는 달콤한 대신 얕고, 소비자가 더 나은 판단력을 갖추도록 돕겠다고 약속하는 브랜드는 당장은 덜 달콤하지만 오래 남습니다.


세 개의 채널, 세 가지 목소리


이번 캠페인이 인상적인 또 한 가지 이유는, 같은 메시지를 세 가지 다른 톤으로 나누어 전달했다는 점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신문 광고 — 진지한 질문의 톤


앞서 이야기한 신문 전면 광고입니다. 쿠사나기 소령이 도쿄의 실제 거리 위에 내려앉는 장엄한 비주얼에 기울어진 카피가 얹혀 있었습니다. 이 광고의 톤은 철학적이고 진지합니다. 독자에게 한 번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라고 정면으로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지하철 옥외 광고 — 따뜻한 유머의 톤



도쿄의 토라노몬 일대 지하철역에서 전개된 옥외 광고입니다. 여기서는 톤이 확 바뀝니다. 작품 속 귀여운 사고 전차 캐릭터 '타치코마'가 스마트뉴스의 브랜드 컬러를 입고 등장해 이렇게 말을 겁니다.


"어, AI를 안 쓰면 상사한테 혼난다고? 인간도 참 힘들겠네."


이 한 줄을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지금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AI를 쓰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쓰면 편리한 것이 아니라, 안 쓰면 뒤처진 사람 취급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이 스트레스를 AI가 스스로 관찰자의 시선으로 살짝 비틀어 말해 준 것이 위의 카피입니다.


여기서 AI는 인간을 위협하는 무서운 기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피곤함을 알아주는 동료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따뜻하고 해학적인 톤입니다.


세 번째: 웹 퀴즈 — 스스로 체험하는 톤


https://smartnews-koukaku.com/

특설 웹사이트에 마련된 '#공안 9과 선발 시험'이라는 퀴즈입니다. 공안 9과는 공각기동대 속 가상의 특수 부서로, 주인공들이 소속된 조직입니다. 이 시험은 팬들에게 익숙한 설정을 빌려와, 참가자가 공안 9과의 선발 시험에 도전하는 기분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여러 개의 뉴스 기사가 제시되는데, 그중에는 진짜 기사도 있고 AI가 창작한 가짜 기사도 섞여 있습니다. 참가자는 어느 것이 가짜인지 가려내야 합니다. 시험이 끝나면 정답률에 따라 공각기동대의 캐릭터가 등장해 평가해 줍니다. 만점에 가까우면 쿠사나기 소령이 인정해 주고, 점수가 낮으면 귀여운 타치코마가 위로 비슷한 조언을 건네주는 식입니다.


퀴즈의 가장 영리한 부분은 어디에 있을까요? 스마트뉴스가 "가짜뉴스를 조심하세요"라고 훈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사용자가 직접 자기의 판별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실패도 경험하도록 만듭니다. "당신의 정보 리터러시는 생각보다 낮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직접 체험해서 깨닫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브랜드가 가르치려 들지 않으면서도 배움을 일으키는 좋은 예입니다.


세 톤이 함께 만드는 효과


정리해 봅시다. 신문 광고는 진지하고, 지하철 광고는 따뜻하고, 웹 퀴즈는 참여적입니다. 같은 질문을 세 개의 다른 목소리로 나누어 전달한 셈입니다.


정보 리터러시처럼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할 때, 이런 톤의 분산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나의 무거운 목소리로만 반복하면 사람들은 지쳐버리지만, 세 개의 다른 감정으로 쪼개서 전달하면 각자 자기에게 맞는 목소리로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신문 광고의 진지함에 마음이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타치코마의 농담에 친근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퀴즈에 도전하면서 깨닫습니다. 세 문이 하나의 방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말이 아니라 제품이 증명해야 합니다


이 캠페인을 잘 만든 광고 이벤트 정도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배후에 실제 제품 기능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스마트뉴스는 캠페인보다 9개월 앞선 2025년 7월에 '스마뉴 AI 요약'이라는 기능을 먼저 출시해 두었습니다.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적 사건이 터졌을 때, 여러 매체가 각자의 시각으로 기사를 씁니다. AI가 그 기사들을 하나씩 요약하고, 여러 매체의 관점을 하나의 개요로 통합해서 보여줍니다. 독자는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동시에 조망할 수 있고, 관심이 생기면 원문 기사로 넘어가 깊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이 캠페인의 정당성을 뒷받침합니다. 정보 리터러시를 말하는 브랜드가 실제로 사용자의 리터러시를 돕는 기능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이 점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해 두고 싶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AI 윤리', '정보 리터러시', 'ESG' 같은 무거운 주제를 이미지 광고로만 소비하고 실체 없이 끝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광고에서는 멋있는 말을 하지만, 실제 제품에는 그 말을 뒷받침할 기능이 없습니다. 이런 불일치를 요즘 소비자들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감지합니다. 그리고 감지되는 순간 브랜드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이 남습니다.


스마트뉴스는 광고로 말하기 전에 기능을 먼저 내놓아 두었습니다. 이 순서가 말과 실체의 일관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이 일관성이야말로 탈진실 시대에 브랜드가 비판받지 않고 메시지를 확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체가 없는 메시지는 결국 또 다른 '웃는 남자'가 됩니다. 겉은 근사해 보이지만 속은 비어 있는 아이콘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스트'와 '셸' 사이에서


마무리 전에 『공각기동대』의 원제를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이 작품의 영어 원제는 "Ghost in the Shell"입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껍데기 속의 영혼" 정도가 됩니다. 여기서 '셸(Shell)'은 몸을 대체하는 기계 껍데기를, '고스트(Ghost)'는 그 안에 머무는 인간의 영혼, 즉 자아와 판단력을 가리킵니다. 작품이 계속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기계 껍데기가 인간의 몸을 얼마나 대체하든, 그 안의 영혼은 여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는가?


저는 이 질문이 AI 시대의 브랜드가 놓인 자리와 묘하게 겹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AI는 셸을 무한히 만들어냅니다. AI가 쓴 글, AI가 그린 그림, AI가 요약한 뉴스, AI가 합성한 가짜 영상. 우리는 그 수많은 껍데기 속에서 어떻게 자기의 판단력, 즉 고스트를 지켜낼 것인가를 매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서 브랜드가 서야 할 자리가 보입니다. 셸을 대신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사용자의 고스트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는 브랜드가 이제부터 신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사람이 판단을 포기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더 잘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그런 방향에 자기 자리를 잡는 브랜드가 이 시대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뉴스는 이번 '스마뉴 AI 계획' 캠페인으로 그 자리를 먼저 선언했습니다. 기울어진 카피를 읽기 위해 신문을 돌리던 독자들이 얻은 것은 새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새로 자세였습니다. 정보를 대하는 태도 말입니다. 탈진실 시대의 브랜드가 팔아야 할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태도, 그리고 그 질문 끝에 도달할 사용자의 판단력입니다.


믿음이 어떻게 조작되는지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저에게, 이번 사례는 역설적으로 희망입니다. 믿음이 조작되는 시대일수록, 조작에 저항하는 리터러시를 함께 길러주는 브랜드가 진짜 신뢰를 얻기 때문입니다. 스마트뉴스는 그 방향을 먼저 걸어간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남는 숙제는 이제 분명합니다. "우리 AI도 대단합니다"의 또 한 번의 변주가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의 판단력을 돕겠습니다"라는 선언을, 제품과 메시지 중 어느 축에서 먼저 증명할 것인가. 이 순서를 먼저 해결한 브랜드가 다음 시대의 신뢰를 먼저 차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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