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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곳에서 Jul 01. 2024

2. 직장인의 현실적 산티아고 순례길 체험기_준비하기

Chat GPT와 함께 순례길 준비물 구비하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 위해서 뭐가 가장 필요할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5일만 체험하는 '한량 순례자'였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MTBI에서 항상 극 T가 나오는 나는, 비가 올 때, 햇빛이 강할 때, 부상을 당했을 때, 무릎이 아플 때,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을 때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짐을 꾸리고자 하였다. 인터넷으로 선배 순례자들은 무엇을 챙겼고, 뭐가 진짜 필요했고, 어떤 게 필요 없었는지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이렇게 여러 정보를 접하다 보니 순례길을 떠나기 위한 준비물이 한도 끝도 없었다.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걷기만 하려고 했던 여행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때 회사 업무가 바쁜 시즌이어서 준비물을 챙기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고, 결국 미루다 미루다 출발하기 하루 전에 부랴부랴 짐을 쌌다.


순례길 여행에 정답이 없듯 순례길 준비물 역시 정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순례길을 위해 새로운 물건을 사기보다는 집에 있는 물건으로 조달할 수 있는 품목들로 최대한 가방을 꾸리기로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귀찮아서 Chat GPT에게 물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디테일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Chat GPT에게 물어본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물 리스트. 세세하게 알려주어서 깜짝 놀랐다.

Chat GPT가 알려준 준비물 그대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한때 등산에 심취한 적이 있어서 거의 모든 기본 준비물은 이미 집 창고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배낭은 군대에서 쓰던 가방을 사용했고, 집에서 잠자고 있던 고어텍스 등산화, 등산 양말을 챙겼다. 그리고 피레네 산맥 등반 이후로 묵혀둔 등산스틱도 챙겼다. 5일만 체험하는 순례자였기 때문에, 옷도 고어텍스 자켓, 기능성 옷 상하의 2벌, 캡모자, 속옷들만 챙겼다. 모두 나이키에서 세일할 때 샀던 것들로, 땀 흡수가 잘되고 빨래하면 잘 마르는 기능성 의류들이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신을 슬리퍼, 장 볼 때 필요한 에코백을 챙겼다. 세면도구는 샴푸, 바디샴푸를 한 번에 쓸 수 있는 올인원 제품, 치약/칫솔, 올인원 로션만 넣어서 짐을 최소화했다. 위 모든 준비물은 이케아에서 구매한 지퍼백에 착착 쌓아서 가방에 불필요한 공간 손실이 없도록 했다.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어서 비상약은 별도로 챙기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Chat GPT에게 순례길 도중에 만나게 될 작은 마을에도 약을 파는지 물어보았다.

Chat GPT는 정말 요물이다. 5분~10분 정도 걸리는 검색을 20초 정도로 단축시켜준다.

혹시나 뭐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여 집 근처 데카트론에 방문했다. 데카트론은 프랑스의 아웃도어 체인점으로, 이케아의 스포츠 스토어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저가 상품을 취급하지만 품목 종류와 퀄리티는 우수했다. 알베르게에 베드버그가 많다는 소리를 워낙 많이 들은 탓에, 침낭은 꼭 사기로 했다. 침낭도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가장 접기 간편하고 너무 더워 보이지 않는 것을 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게 판초우의와 배낭 레인커버였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은 아이폰 날씨앱 상으로 흐리거나 맑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변화무쌍한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의 봄 날씨는 그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우의와 배낭 레인커버를 사지 않았는데, 이게 나중에 엄청난 파급효과로 찾아왔다.


짐을 다 싸고 무게를 재보니 대략 9kg 정도로 측정되었다. Chat GPT가 알려준 '체중의 1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라는 조언을 무시한 셈이었다.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무게를 줄이는 것이 어려웠다. 다 끝나고 나서의 이야기지만, 간단하게 짐을 꾸렸다 생각했는데도 버린 물건이 있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도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Chat GPT와 함께 배낭을 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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