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베리코 Sep 05. 2024

스페인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지구별 대표 미식 국가, 스페인

스페인 마드리드 지사에 주재원 발령을 받아 2년 동안 스페인에서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다. 스페인은 나에게 '천국'과 같은 근무지다. 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여, 문과생으로서 학부 전공을 살려 영어가 아닌 '제2외국어'라는 기술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것은 밥벌이를 넘어 나에게 특별한 경험들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나에게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천국인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이다. 사실 나는 스페인 음식에 한(恨)이 맺힌 사람이다. 12년 전, 대학생 시절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한 시절이 있다. 그라나다는 스페인 대표 식문화인 타파스(Tapas)로 유명한 도시이다. 그때는 대학생 신분이라 비싼 음식을 사 먹는 것은 물론이고 외식을 하는 것 자체가 이벤트 같은 일이었다. 대부분의 날들을 스페인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사서 파스타를 해 먹거나, 삼겹살을 구워 먹는 수준으로 허기를 달랬다. 가끔 스페인 친구들과 식당에서 스페인 음식을 먹은 날에는 알 수 없는 행복감에 사로 잡혔다. 한편으로, '내가 직장인이어서 돈을 벌고 있으면, 여기서 맛있는 스페인 음식을 다 먹어볼 텐데!'라고 늘 생각했다.


이렇게 한이 맺힌 걸 스페인 수호성인들이 감동을 한 것일까. 12년 후 나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직장인으로서 다시 오게 되었다. 과거 대학 시절 맺힌 한을 풀기라도 하는 듯 스페인 전역의 맛집을 이곳저곳 방문하여 맛있는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며칠 전, 지인이 스페인 여행 중에 나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스페인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이야기하길래 무얼 먹었는지 물어봤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빠에야지!!". 빠에야가 너무 맛있어서 이틀 연속 빠에야를 먹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빠에야만 먹었다고??" 하면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내 기준 맛있는 음식들과 맛집 리스트를 싹 보내주었다.


스페인 식당에서 종종 한국 관광객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이 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뭘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수줍게 웨이터에게 손을 들고 빠에야와 뿔뽀(문어 요리)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 장면을 본 나와 아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탄식하며 속으로 생각한다. '님아, 그 빠에야를 시키지 마오... 스페인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물론 나도 빠에야라면 환장하고, 종종 사 먹곤 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목격하면 한국 관광객분들 테이블로 가서 '이거 이거도 주문해서 드셔 보세요!'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오해하지 마시길.. 나도 빠에야를 정말 좋아하고, 빠에야만 먹기 위해 스페인 발렌시아까지 간 사람이다.


스페인은 세계 최대 관광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메뉴판에 음식 사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스페인어로만 적힌 메뉴판만 운영하는 식당이 아주 많다. 스페인어로만 적힌 메뉴판을 맞닥 들이면 뭐가 뭔지 모르는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어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된다. 설사 음식이 영어로 적혀있다 한들, 한국과 180도 다른 스타일의 요리가 맛있을지는 직접 먹어봐야만 알 수 있다. 여행에서의 한 끼 한 끼가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인데, 비싸고 맛없는 음식으로 한 끼를 날리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 할 때면 내가 잘 알고 먹어본, 가장 유명한 음식인 빠에야를 주문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순도 100% 한국인이다. 나도 처음 스페인에 와서 입맛에 안 맞는 스페인 음식을 주문하는 실패를 수도 없이 경험했다. 지난 2년 간 용기 있게 직접 맛본 스페인 음식에 대한 정보는 누군가에게는 귀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스페인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신나게 먹고 있다 보면, 가끔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우리 테이블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쟤네는 어떻게 저렇게 알고 음식을 잘 주문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묘한 뿌듯함을 느낀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내가 한국인 입맛에 맞는, 아주 맛있는 스페인 음식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공유하고자 한다. 설명할 음식들 중에 이미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음식도 있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스페인 음식들 위주로 메뉴(목차)를 짰다. 스페인에는 빠에야, 하몽, 뿔뽀, 추로스만 있는 게 아니다. 지구별 대표 미식 국가 스페인 음식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