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크림으로 가득찬 스페인 밀푀유, Milhojas
스페인은 프랑스와 국경을 맞닿아 있는 만큼, 프랑스의 디저트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오늘 소개할 밀로하스(Milojas)도 프랑스에서 건너온 스페인 디저트 중 하나다. 사실 이 디저트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밀로하스는 Mil + Hojas가 합쳐져서 만든 단어로, '천 개의 잎'이라는 뜻이다. '천 개의 잎'을 불어로 번역하면, 프랑스 대표 디저트 '밀푀유(mille-feuille)'이다.
스페인에 프랑스의 밀푀유가 들어오게 된 것은 18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 부르봉 왕가가 스페인 왕실에 자리를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프랑스 요리들이 스페인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의 정교한 디저트들이 스페인 왕실과 상류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그들만의 베이킹 전통과 프랑스의 페스츄리 기술을 융합되어 '밀로하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달달한 디저트는 현재까지도 스페인의 국민 디저트로써 사랑받고 있다.
스페인의 밀로하스와 프랑스의 밀푀유는 언뜻 보기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얇고 바삭한 페스츄리를 정교하고 아름답게 쌓아 사이사이에 크림을 넣는 것은 동일하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각적 효과이다. 아직 프랑스에서 밀푀유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 검색만 해보았을 땐 프랑스의 밀푀유는 아주 예쁘고 화려해 보인다. 빵 자체에 초코크림이나 과일 등으로 데코레이션도 화려하게 해서 고급스러운 디저트의 느낌을 준다. 반면에 스페인 밀푀유의 외관은 거칠고 소박해 보인다. 그리고 밀푀유의 포인트는 기술적으로 얇게 쌓인 페스츄리인데, 스페인의 밀로하스는 크림을 듬뿍 넣어 크림을 더욱 강조하는 느낌이 든다. 크림을 듬뿍 넣다 보니, 스페인의 밀로하스가 프랑스 밀푀유보다 크기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스페인의 밀로하스는 무언가 친근하고 서민적인 디저트로 보인다.
스페인의 밀로하스의 맛은 어떨까. 잘 구워진 밀로하스를 주문하여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으면, 촘촘하게 쌓인 얇은 페스츄리 층이 바삭하게 부서지면서 고소하고 달달한 향이 느껴진다. 한편, 페스츄리 사이에 놓아진 산뜻한 크림이 퍼지면서 부드러운 풍미가 입안에 퍼진다. 크림이 입 안에 녹는 동안 페스츄리 층은 바삭하게 유지되어 재미있는 식감을 만들어낸다. 더 달게 먹고 싶으면, 밀로하스 위에 슈가파우더를 뿌리거나, 초코시럽 혹은 캐러멜 소스를 얹어서 먹을 수도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살면서, 업무 상으로 알게 된 사람의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은 반대로 우리 집에 지인을 초대하여 같이 불금을 보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내가 빠지지 않고 준비하는 디저트가 있다. 마드리드 대표 빵집인 'Pasteleria Mallorca'의 '라즈베리가 올라간 밀로하스 케이크(Tarta Milhojas de frambuesa)'이다. 한국 분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이 디저트를 꺼내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케이크 정말 맛있다.'라는 평을 내린다. 이 밀로하스 케이크는 바삭한 페이스트리 사이로 생크림과 커스터드 크림을 듬뿍 넣어 만든다. 고소한 페이스트리 향과 크림의 단맛이 만나면서 싸구려 단맛이 아닌 '고급스러운 단맛'을 보여준다. 슈가파우더가 뿌려진 라즈베리를 케이크 상단에 빽빽하게 배치하여 상큼한 맛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빨간색의 라즈베리, 눈처럼 뿌려진 슈가파우더, 하얗고 노란 크림은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라즈베리 밀로하스가 어찌나 바삭한지, 포크와 나이프로 밀로하스를 자르면 페이스트리 부분이 거의 가루가 되듯이 잘게 부서진다. 처음에는 먹기 불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잘게 잘린 페이스트리로 그릇에 묻은 크림까지 싹싹 긁어서 깨끗하게 먹을 수 있어 마지막 남은 한 조각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1인용 케이크도 판매하고 있으니, 마드리드에 여행할 때 마요르카 빵집(Pasteleria Mallorca)의 라즈베리 밀로하스를 꼭 먹어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