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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베리코 Nov 11. 2024

로마 시대부터 내려온 스페인 근본 디저트, Flan

스페인 디저트인 플란(Flan)은 현지 식당, 가정,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 디저트이다. 겉보기에 푸딩과 비슷한 모양의 플란은 스페인에서 역사가 오래된 '근본' 디저트 중 하나이다. 이 디저트의 기원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인들은 닭을 가축화하여 계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었고, 계란, 우유, 꿀을 섞어서 계란 푸딩을 만들었던 것이 그 시초이다. 당시 장어, 시금치 등을 넣은 플란이 존재했던 것을 보면, 아마도 초기 플란은 일종의 식사처럼 소비되었던 것 같다. 이 디저트가 '플란'이라는 이름으로 붙여진 것은 7세기로, 프랑스어로 ‘평평한 케이크’를 의미한다. 프랑스와 스페인에 전해진 플란은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재료와 만나 각자의 독특한 요리법으로 발전했으며, 현재는 달달하게 만든 디저트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플란의 주재료는 달걀, 우유, 설탕이다. 요리나 베이킹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조리법이 그리 낯설지 않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플란을 만드는 과정이 신기했다. 플란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만드는 것이 캐러멜 시럽이다. 설탕을 끓여서 캐러멜 색깔이 될 때까지 휘젓고, 틀에 담는다. 그러고 나서, 달걀, 설탕, 우유, 바닐라를 넣어 만든 반죽을 캐러멜이 담긴 통에 그대로 붓고, 끓는 물 위에 중탕하여 오랜 시간 굽는다. 그렇게 되면 바닥에 깔린 캐러멜 시럽이 끓으면서 서서히 반죽에 스며들고, 부드러운 푸딩이 완성된다. 서빙을 할 때는 반죽통을 뒤집어서 캐러멜 부분이 위로 위치하도록 서빙한다. 실제로 갈색 빛깔의 시럽이 노란 푸딩 부분에 흘러내리면서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언뜻 보면 치즈 케이크와 같은 비주얼을 보인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달걀 푸딩 Flan. 언뜻 보면 치즈케이크 같이 보인다.

플란의 매력은 무엇보다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에 있다. 스푼으로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고소한 하면서도 달달한 캐러멜의 짙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그렇다고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계란이 많이 들어간 푸딩이기 때문에, 노른자의 고소한 맛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만드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과일, 초콜릿, 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맛을 가미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식당에 따라 플란을 과하게 익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약간 달달한 계란찜을 먹는 것과 같은 식감을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푸딩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치아를 사용하지 않고도 혀와 입천장으로도 충분히 으깨서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플란은 달걀과 우유를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영양적으로도 나름 괜찮은 디저트이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 A 등이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어 조금은 죄책감을 덜 갖고 즐길 수 있는 디저트이다. 하지만, 설탕과 지방 함량도 높아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플란은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고, 씹기에도 불편하지 않아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국민 디저트이다.

보통 Flan은 아주 부드럽다. 그러나 오른쪽 사진 같이 바짝 구운 푸딩은 달달한 계란찜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플란은 스페인의 대표 디저트 중 하나이지만, 일반 빵집이나 카페에서는 잘 팔지 않고 가정이나 식당에서 주로 소비된다. 스페인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보통 종업원이 후식 메뉴판을 가져온다. 정통 스페인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 대부분에서는 후식 메뉴로 플란을 선보일 것이다. 플란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중남미 국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도 접해볼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 스페인까지 이어진 달콤하고 부드러운 플란을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푸딩이 입안에 사르르 녹아 깔끔하게 입을 정리하고 행복하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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