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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Dec 09. 2023

나 홀로 타이완 [ 觀 ] - ①

[홀로 떠난 타이완 여행기] 몰라도 너무 몰랐던 대만 - 1편


처음이었다. 혼자 여행을, 그것도 해외를 나간 다는 것은. 그런데 참 좋았다. 지금이라도 가길 잘했다. 대만 땅에 발을 딛자마자 느꼈다. 내가 참 이 나라를 모르고 있었구나, 어디 대만 뿐이겠는가. 요즘은 어디든 뉴스와 콘텐츠가 넘치지만 정보과잉으로 콘텐츠 생산자의 시각으로 오히려 편견을 갖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 Tony Stock


여행 전에 알아본 대만과 직접 바라본 대만의 모습, 직접 맡아본 대만의 공기, 직접 맛본 대만의 음식은 그 많은 유튜버들의 여행 꿀팁이나 꼭 사야 하는 아이템,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던 것들이 그닥 쓸모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 역시 나다운 여행이었으므로 그런 쓸데없는 편견을 버릴 수 있었던 참 좋은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무엇보다 3년 전 시작한 웨이트 덕에 10년 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체력에 놀랐고, 여전히 나에게 아이 같은 호기심과 설렘이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입맛은 크게 변해 당황스러웠고, 일정에 무리함이 없이 즐거울 수 있었던 점은 주변에 나와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대만 여행기(엄밀히 타이베이 여행기)는 일정을 따라가기보다는 보는 것 <觀(볼 관)>, 먹는 것 <食(먹을 식)>, 그리고 느끼는 것 <感(느낄 감)> 세 가지 테마로 써 볼까 한다. 이번 여행에서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이었다. 나의 오랜 취미였으나 최근 멈춘 사진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진 때문에 스크롤 압박이 있는 점양해 부탁드린다.








비행기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나라, 물가가 저렴한데 음식이 맛있고,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나라 대만. 그리고 삼성도 못이기는 TSMC를 보유한 세계 최대 주문형 반도체 생산국. 과거 단교하고 중국과의 수교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은원관계에 놓여 일부 혐한 정서도 있는 나라. 일본의 식민지였으나 우리나와는 달리 관계가 좋아(순순히 복종한) 일본 풍이 많은 나라.. 이런 이야기들이 대만에 대한 내가 아는 것들이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출발, 타이베이 고속철도(MTR)를 이용해 도착한 곳은 숙소가 있는 시먼딩(西門町, 서문정) 이었다. 내리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서울의 명동이나 홍대, 혹은 작게 축소한 도쿄 시부야 교차로 같았다. 낡음과 새로움의 시간차가 주는 질감들이 뒤섞여 울퉁불퉁하고 입체적이었다. 낮설고 새롭기도 했지만 무언가 친근함이 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본 타이베이의 첫 모습, 시먼딩 ⓒ Tony Stock
시먼딩의 번화가는 서울의 명동 + 홍대 같은 느낌이다. ⓒ Tony Stock


우선, 타이베이의 기본 지명을 중국어 발음으로 알아보자. 크게 동서남북 네 개의 문을 중심으로 구역을 나누면 아주 쉽다. 이 네 가지 명칭을 알고 지하철과 연결하면 헛갈리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뚱먼 / 東門, 동문

전통시장(야시장과 다름)이 있는 구 도심, 랜드마크들이 있다. 장개석기념관이 있고 좀 더 동쪽으로 가면 타이베이 101 타워가 있는 업무상업지역이 나온다.


시먼 / 西門, 서문

명동, 홍대를 섞어 놓은 듯한 신시가지, 2~30대가 가장 많은 타이베이 최대 번화가. 각종 이벤트와 맛집, 브랜드 스토어, 술집이 몰려 있다.


난먼 / 南門, 남문

도교 사원 용산사와 난먼야시장등 대만색이 짙은 로컬 한 느낌의 지역. 전통거리와 여행객이 덜 오는 현지 야시장이 있다.


베이먼 / 北門, 북문

타이베이 최대 야시장 스린야시장이 있고, 더 위로 올라가면 유명 온천지역이 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으로 유명한 단수이로 가려면 지하철 레드라인을 이용해 북쪽 방향 끝으로 가야 한다.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시먼홍루(西門紅樓), 내부는 쇼핑몰  ⓒ Tony Stock
이곳이 스벅이라니 ⓒ Tony Stock
이곳이 스벅이라니 ⓒ Tony Stock


일본과 중국을 반반 섞은 듯한 절묘한 조합이다. 또한 낡은 것들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덧붙였다. 그래서 건물 아래 위, 전면과 후면이 다르다. 새로 지은 건물은 타이베이 101이 있는 상업지역 말고는 보기 힘들다. 매우 실용적이고 무리함이 없으며 시간의 흔적을 잘 간직한 도시 같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있을 것이다. 나는 너무 좋았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다 밀어 버린 것들이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칙칙하고 어두운 건물이라는 바탕 위에 진하고 선명한 색감들이 더해져 있다. 대부분 덕지덕지, 주렁주렁.. 맥시멀 한 비주얼이다. 그런데 나름의 질서와 시각적 통일감을 가지고 있어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다. 또한 대만사람들의 질서 정연함 덕에 무질서하기보다는 오히려 전반적으로 차분하다.


ⓒ Tony Stock
ⓒ Tony Stock


신고 간 반스 신발이 3시간이 지나자 내 발바닥을 아작을 내고 있다. 첫날부터 이건 아니다 싶어 시먼딩의 ABC Mart를 찾아갔다. 전부터 사고 싶었던 뉴발란스 2002 시리즈를 찾았으나 회색 재고가 없어 가장 비슷한 걸로 샀다. 우리나라보다 20% 저렴한 데다 텍스 리펀드(Tax Refund)도 추가로 받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결론적으로 이걸 산 건 신의 한 수였다. 여행기간 동안 걸은 거리를 생각할 때, 이걸 안 샀다면? 지옥을 경험했을 것이다.


ⓒ Tony Stock
ⓒ Tony Stock


어두 컴컴한 곳이 많다. 가로등이 밝지 않다.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


이방인인 나에게는 영화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오래된 옛 건물을 잘 보존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며, 또 상업적으로 잘 활용하는 대만 사람들이 지혜롭다 생각된다.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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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ny Stock
ⓒ Tony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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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ny Stock


일본의 영향인 듯, 아기자기함이 있고 캐릭터에 진심이다. 어디든 일러스트와 피규어, 코스튬, 그림들이 넘쳐난다.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근데, 솔직히 이런 건 나조차도 항마력 딸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흥미롭기도, 때론 과하기도, 때론 이유를 모르겠는 시먼딩의 그라피티들이다. 골목 구석구석, 어디고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그라피티와 낙서, 벽화로 꽉 차 있었다.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우범지대 뒷골목이 아니다. 개방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도심 한복판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죄다 민원감일텐데 거의 모든 상점의 셔터에도 여지 없이 통통, 둥글 둥글, 형형 색색이다.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 Tony Stock


타이페이, 특히 시먼딩에 가면 하루 종일 그림과 낙서를 볼 수 있... 보아야 할 것이다.


ⓒ Tony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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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타이완 [觀] - ② 편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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