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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Nov 17. 2023

나 홀로 타이완 [프롤로그]

내 생애 첫 홀로 여행을 떠마며


내생에 처음으로 혼자 떠나기로 했다



올해 20년 넘게 몸담았던 업계를 떠나며, 새로운 일들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을 믹서기에 갈아 넣고 있던 중이었다. 30대의 전투력이 되살아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려던 참이다. '너 뭐 하고 있냐?'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일하고 있지' 당연한 답이다. '아니, 뭐 하고 있냐고.' '일하고, 또.. 뭐 좀 쉬다가 일하고.. 넷플릭..' 또 묻는다. '그니까.. 도대체 뭐 하고 있냐고'


ⓒ GIPHY


아, 순간 깨달았다. 또 직진만 하고 있음을. 여행이든, 휴식이든, 좀 브레이킹을 하자. 처음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근교를 둘러보다 며칠 국내 여행을 갈까.. 결국, 해외로 가자! 까이꺼!로 바뀌었다. 늘 가보고 싶었던 대만으로 가볍게 3~4일 정도 가보자. 여행상품을 고르다 문득, 늘 가던 식의 여행을 가는 게 맞을까? 내가 안 해본 것, 아니하던 것과 정 반대로 해보자!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 무계획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첫째, 혼자 간다.

둘째, 호텔이 아니라 공동 숙박시설로 간다.

셋째, 안전에 관련된 것 빼고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간다.

넷째, 유명 관광지에 기를 쓰고 가지 않는다. 혹은 패키지 투어 하지 않는다.

다섯째, 유명 음식점에 굳이 줄 서지 않는다.


물론, 일부러 관광 명소나 맛집을 피한 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가고 싶으면 가고, 맛집도 그때그때 기분 따라갈 생각이다. 아침부터 계획에 따라 칼같이 움직이고, 맛집이란 맛집은 다 찾아가 몇십 분이고 기다리던 예전의 여행방식을 이번에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 이유도 일단 가보고 찾아볼 셈이다. 후회할지도 모른다. ㅎㅎ 


그냥 호텔 갈 걸.. ⓒ GIPHY


이런 계획을 주변에 공유하고 일정 조율을 하던 중 의외의 제안을 듣는다. "이사님 기왕 가실 거 일주일 정도 충분히 다녀오세요, 3박 4일은 너무 짧아요." "아네..?? 그 정도로 자리를 비워도 될지.." "괜찮습니다. 일정을 잘 조절해 보아요." 아무리 그래도 나는 바쁜 와중에 자리를 비우는 게 너무 미안해서...


9박 10일로 일정을 변경했다고 알려주었다. 후훗! 나란 남자.. 






언제 철 드나..


지금껏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것은 그냥 매번 누군가와 같이 가게 됐을 뿐, 의식하지 못했다. 이제야 처음이라니, 약간의 설렘이 있다. 뭔가 내 삶이 작동하는 낯선 방식을 하나 얻어 올 것 같은  막연한 기대다. 뭐 없으면 기존의 방식 맞는 거니 돌아가는 걸로.. 다음 주 월요일 오후, 난 타이베이에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그저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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