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휴식이 필요할 때
키보드 소리만 듣고 싶은 날이 있다.
그 키보드 말고 그 키보드다. 어제가 그랬다. 재즈 건반의 전설들을 찾아 듣기도 하고, 알고리즘을 타고 커버곡들을 듣기도 했다. 즐겨찾기를 갱신하다 보니 오랬만에 내면에 음악이 차오른다. 그러다, 토니플리에 이 음악들을 소개를 하고 싶어졌다.
글 쓰기는커녕 글 한 줄 읽을 시간도 없는 요즘. 물리적인 바쁨 보다는 여러 계획을 구체화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줄어든 탓이다. 또 훌훌 털고 숨도 좀 쉬게 해 줘야 잘 살지 않겠나.
밥 재임스(1939~)는 퓨전재즈를 메인 스트림으로 올려놓은 아티스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연주는 어떤 자극적인 소리 보다 더 음악에 몰입시킨다. 리 릿나우어와 래리 칼튼이라는 재즈 기타의 양대 신이 거쳐간 전설의 재즈 그룹 포플레이(Four Play)를 만든 사람. 84세의 나이에도 점점 더 완숙미가 더해지는 그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이 연주를 소개한다.
그의 연주를 보고 있으면, '와 연주 잘한다'라는 말보다는 '아.. 행복하다'는 말이 나온다. 늘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키보드 사운드란 무엇인가를 들려준다. 그는 물리적으로 소리를 내는 피아노와는 다른 신시사이저만의 전자음에서 사람의 향기가 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작곡, 프로듀싱, 가수로서 그가 한 업적 중 최고는 관객을 행복하게 해 준 게 아닌가 한다.
조슈아 돔페는 구독 중인 키보드 연주 콘텐츠 채널 'nordkeyboards'에서 즐겨 듣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영국출신으로 8~90년대 꽤나 유행했던 퓨전재즈의 연주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한 젊은 연주자다. 참신함 보다는 뛰어난 테크닉으로 매끄러운 연주를 보여준다.
형이 거기서 왜 나와? 1980년대 전설의 일본 퓨전재즈 그룹 카시오페이아(Casiopea)의 드러머 아키라 짐보가 2016년에 발표한 리메이크 곡이다. 아키라는 재즈밴드로서 정체성이 흔들린 1989년 그룹을 탈퇴했었지만 전성기시절의 대표곡들을 재해석 한 이 곡을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끝으로 흥겨운 곡 하나를 소개한다. 유튜버 겸 연주자인 빅터틀이다. 나는 이 분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저 좋아하는 노래를 너무도 맛깔나게 연주해서다. 자칭 골든 이어를 가진 리스너로서 녹음이 조금 아쉽지만. 눅눅하던 내 오후를 확 깨워준 그의 연주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