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이란 말이 있습니다. Exposure. 사진이나 영화에선 필름 또는 이미지센서에 빛을 닿게 만드는 일입니다. 일상에선 무엇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다, 예로써 태양에게 피부를 노출시키는 여름을 노출의 계절이란 말처럼 입니다. 불현듯 노출이란 단어에 마음이 쓰입니다.
사진이나 영상에서의 노출은 필름(이미지센서)이 빛에 반응하는 속도나 능력(ISO)에 따라 조리개나 셔터 속도로 빛의 양을 조절하는 수치를 말하면서 또한 기록하는 행위도 포함합니다. 생각을 글로 옮기니 어려운 단어 투성입니다. 간단히 줄여 사진 촬영할 때 빛의 양을 조절하여 찍는 걸 노출이라 합니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는 자동으로 노출을 결정하므로 사용자가 고민하지 않고 기록할 수 있지만 필름을 주로 사용하던 때엔 매우 신중하게 고민에 고민을 더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노출 준비시간도 많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이 주류인 요즘엔 일단 많이 찍고 그중에 가장 좋은 장면을 고르니 촬영 속도도 빠르지만 생각할 시간도 줄어 왜 이렇게 찍혔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납니다. 이런 얘기하면 꼰대라 할 텐데.. 어떤 결과를 만들 때 만든 사람이 그 과정을 잘 모른다는 건 뭔가 부족하고 조금은 즉흥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쓰는 1.3 크롭 카메라는 2006년에 나온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입니다. 초점도 손으로 돌려 맞춰야만 하고 노출도 수동으로 조절하여 촬영합니다. 물론 반자동 기능이 있긴 하지만 잘 안 쓰고 수동으로 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좀 느리고 촬영 과정 전반을 다 알아야만 하고 또 후반 작업까지 미리 생각하며 촬영을 해야 합니다. 옛날 필름 카메라처럼요. 과정을 모두 이해하고서 노출 준비를 하면 느리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측했던 것이 거의 그대로 표현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초점은 어디에 맞추고 노출은 어떻게 결정할지, 또 포토샵에서 1, 2차 작업을 거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등을 생각하며 기록하는 시간이 노출의 과정인 듯합니다. 게다가 이 시간엔 적어도 잡념이 없습니다. 잡념이 없는 무념무상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저는 이 노출시간을 선호합니다. 언젠가 내공이 깊어지면 어느 사진가께서 말씀하신 물아일체(외물(外物)과 자아,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한데 어울려 하나가 됨)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 건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