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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llax Feb 26. 2020

흑백사진노트 16

이제부터는 줌렌즈를 자주 써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에는 자연스러운 시야를 위해 표준렌즈를 고집해왔지만 다양한 시선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가두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젠 좀 바꿔보자라 마음먹고 줌렌즈를 사용했습니다.



줌렌즈는 화각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재주가 있지만 자칫 게으름에 빠지는 경향도 수반합니다. 가만히 서서 줌렌즈의 조절만으로도 넓거나 좁은 화각을 자유자재로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잘 안 움직여도 되는 거죠. 그래서 그 게으름을 예방하려고 오랫동안 단일 초점거리의 표준렌즈(35mm 카메라의 40~50mm 렌즈)를 고집했었는데 이 날은 좀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컨셉은 없었지만 그저 길을 걸으며 인물의 표정과 분위기를 잡으려니 아무래도 자동초점이 되는 줌렌즈가 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35mm 카메라, 24-70mm (58mm), F4.5, 1/200, ISO 100


그렇지만 습관이란 게 참 무섭더군요. 촬영 후 메타데이터를 보니 거의 대다수 표준렌즈 언저리의 초점거리로 촬영하여 줌렌즈를 쓰려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표준렌즈로 촬영한 것과 거의 유사한 화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표준렌즈의 화각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자리 잡아 그 화각 범위 안에서만 촬영하려는 습관이 몸에 배었나 봅니다. 아무튼 이 날은 그저 자동초점렌즈의 이점만을 누리며 그렇게 촬영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사 다시 생각해보니 무슨 렌즈를 쓰는가에 너무 집착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저 대상과 그 분위기를 잘 구성시켜주는, 또 촬영자가 익숙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로 결과물을 잘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장 탓보다는 실력을 키우는데 더 집중해야겠다는 결론으로 가는군요. 장비보다는 대상과의 교감과 소통에 더 신경 쓰며 좋은 결과물을 만들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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