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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 넘치는 하노이 맥주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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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천년의 도시 Hanoi에는 다양한 역사 유적이 많습니다. 도시 전체가 색이 바랜듯하면서도 선이 굵고 대륙 특유의 모습이 짙게 깔려 있어 남부 호치민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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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다양한 매력 중에 하나가 바로 맥주입니다. 하노이 길거리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즐기는 신선한 생맥주는 기가 막히거든요. 사람들로 왁자지껄 떠들썩하고 덥고 무더운 하노이 날씨에 이 시원한 Bia Hoi Ha Noi (하노이 생맥주) 꿀꺽꿀꺽 마시는 맛이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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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맥주 맛을 배가시켜주는 녀석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꼭바이(coc vai)라고 불리는 맥주 잔입니다. 일명 항아리 컵이라 불리는 잔인데요 [Coc (컵), Vai (항아리)] 레트로한 감성이 아주 찐~~~~하게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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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유리로 만들어진 이 컵을 보고 있으면 제 어렸을 때 생각이 납니다. 이제 40대 후반인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코카콜라를 유리병에 담아서 판매했거든요. 그 때 콜라 유리병이 딱 콕 바이 컵같은 재생 유리병이었습니다. 유리 재생해서 만들 때 발생하는 기포가 유리에 고스란히 남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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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면서도 저렴하게 만들어진 이 맥주는 하노이에 어느 식당에서나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호치민에서는 하노이식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요 레트로 감성을 마구 자극하는 잔이 궁금해서 이 녀석의 역사를 조사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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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0년 10월, 동독 부르크 기비헨슈타인 미술대학에서 유학을 마친 레 후이 번(Le Huy Van)이라는 젊은이가 하노이로 돌아왔지만 예술 관련 업무를 맡지 못했다고 합니다.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정부청사에서 독일어 통역관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정부 산하 산업협동조합의 기술부서로 자리를 옮겼는데 처음으로 상품 디자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1975년에 미국과 전쟁이 끝난 수도 하노이는 물자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전쟁 중에 하노이는 미군으로 부터 폭격도 많이 당했고 전력을 다해 전쟁을 했으니 소비재를 생산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1976년 당시 하노이에는 맥주 공장이 딱 하나만 있었고 제대로 된 맥주잔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회사에서 ‘하노이 맥주 전용 유리잔을 디자인하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합니다. 드디어 독일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실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죠. 획기적인 제품은 단숨에 만들어지기도 한다더니 한 시간 동안 스케치 끝에 하노이 맥주 전용 잔을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단 사흘 만에 공장에서 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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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바이 컵은 길거리 의자 위에서도 안정적으로 놓일 수 있도록 컵 바닥이 두텁게 디자인 되었습니다. 컵이 표면에는 떨어뜨리지 않게 미끄럼 방지 무늬가 도출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저렴하게 제작되어서 처음에는 500동에 만들어졌는데 지금도 제작비용이 1만동 (550원)이 안된다고 합니다.


하노이에서 맥주 한 잔 하실 때 이 콕 바이 (Coc Vai) 잔 스토리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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