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짐을 만든 사람들
정기적인 모임이 본격화되면서, D군은 자연스럽게 디짐의 회장이자 관장이 되었다. 디짐 공간과 모임을 시작한 당사자기이기도 하고 소유자니 당연한 일이었다.
대학교 시절, D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손에 끼고 있던 반지다. 은색의 용 반지. 당시에도 패션아이템으로 반지를 끼고 다니는 남자들이 종종 있을 때긴 했지만, 모양이 용인 데다가 크기가 작지 않았기에 눈에 확 띄었다. 그때 여러 사람들을 대면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나 옷차림까지 명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손가락을 휘감듯 손에 껴져 있던 반지는 아직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첫 만남은 강렬한 인상이었는데, 의외랄까? 알고 지내면 지낼수록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웃음을 주고, 뜻밖의 섬세함과 깍듯한 면이 있었다. 또, 용반지를 당당히 끼고 다니는 성격답게 남자다운 호탕한 면도 표출하고 리딩하는 면이 있어 누구와도 잘 어울렸다.
알고 지낸 세월이 적지 않은지라 추억도 그리고 조금은 숨기고 싶은 비밀도 알고 있는 사이. 졸업을 앞두고 같이 몰려다니던 패거리들이 하나 둘 자신이 꿈꾸고 싶은 미래를 위한 도전을 할 때, D는 고시를 선택하였고, 현재 OO세무 법인의 세무사가 되었다.
당시에는 다소 의외라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직업적인 면에서 세무사가 가져야 할 성향도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동시에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적인 면모까지 모든 면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D의 소개는 여기까지. 더하여, D와 함께 지금의 디짐을 만들어 낸 두 명의 숨은 조력자가 있다. 보통 조력자라 하면 '든든한'이라는 수식어를 상투적으로 쓰기 마련인데, 이들에게는 전혀 상투적이지 않고, 아주 찰떡같은 표현이다. 왜냐하면 두 명 모두 체격과 근육이 딴딴한 또 다른 몸짱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S. S는 디짐에서 크게 튀지 않지만 무슨 일이 있거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는 이로 신의 아들이다. 그렇다. 신의 아들 건물주.
디짐데이에서 처음 소개받았을 때, 첫인상은 기개가 남달라 보이는 호걸형의 느낌이었다. 나와 나이가 같은데 단단한 외모는 왠지 형이라 불러야 할 것 같은 큰 덩치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단단함은 어쩌면 그의 성정과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런 몸을 만들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성실하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D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로는 20여 년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경이감이 들 정도였다. 상황이 어떠했던, 그 긴 시간 동안 꾸준했다는 것 만으로 신의 아들이 될 자격이 있고도 남는다.
그리고 또 다른 조력자 C, 디짐 1대(代) 몸짱으로 선발된 그는 구급상자로 디짐을 위기에서 구해낸 그 약사다. 지금도 약국에서 일하면서 손님이 없으면 틈틈이 아령을 드는 운동 마니아. 더하여, C는 긍정의 칭찬 자판기다. 운동을 하는 회원들에게 그리고 카톡 단체방에서 언제나 힘을 주는 응원과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는 따뜻한 이야기를 건넨다. 약사답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화법의 소유자기도 하다.
그리고 모임에 올 때마다 본인의 약국에서 숙취나 간에 좋은 약을 한 번도 빠짐없이 챙겨 와 한 사람씩 살갑게 나눠주는 기부천사기도 하다. 날개 대신 광배근이 발달해 있다는 것이 특징. 훗!
이렇게, S와 C. 디짐의 지원군이자 유일한 특별회원이다.
그들은 디짐에 무거운 헬스 장비를 나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부족해 보이는 기구들을 적재적소에 기부까지 한, 거창하게 말해 디짐을 세운 개국공신이다. 사실 공식적인 디짐 모임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미 디짐의 디렉터라는 칭호와 함께 명함까지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무슨 일이든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난관도 혹은 결정하기 힘든 일들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에서 함께 하기에 다양한 가치를 도모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역시나 디짐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D와는 알고 지내 온 시간이 깊지만, 아직 특별회원들과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금도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만 디짐이라는 모임을 통해 함께 한 시간은 이제 1년 남짓이다.
아직도 두 사람을 포함해서 디짐 회원 모두의 삶의 궤적이 궁금하다. 왜냐하면 서로를 알아야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려는 이해를 바탕으로 성립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과 그를 기반한 배려가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낸다 믿기 때문이다.
그러면에서 그들은 나를 어떻게 느꼈을까?
"옛날에 기열이 형, 엄청 까칠했어~ 장난 아니었다니까!'
D가 처음 디짐 모임에서 운동을 마치고 회식자리에서 나를 소개했던 멘트 중 하나다. 그들도 지금의 나를 그렇게 보고 있으려나. 또 다른 회원들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가고 있을까?
적어도 23년 한 해는 내게 디짐은 특별한 의미였다. 그리고 디짐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믿고 있기에 더 시간이 흐른 후, 우리의 관계가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