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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Feb 20. 2024

2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음주 연속 금지

예나 지금이나 술자리가 적지 않다. 굳이 비교해 본다면 예전에는 자주였고, 요즘은 가끔으로 그 횟수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릴 적. 또 다른 말로 팔팔할 때야 이래저래 힘들고 바빠도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셨다. 하지만, 요즘이야 물리적인 시간만 보면 저녁에 시간도 꽤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술자리 자체가 줄었다. 나이가 들면서 만나는 사람의 폭이 좁아진 것도 그 원인이라 할 수 있고, 건강관리를 하니 일주일에 일정 횟수가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한된 술자리에 만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 보니 언제나 시작은 최근에 어땠는지 짧은 근황 토크로 시작이다.


잘 지냈냐?
뭐... 별거 있나? 맨날 똑같지.


벼락 맞은 정도로 큰일이 아니라면, 불혹과 지천명쯤의 연배들은 매일 별일 없는 일상이다. 그렇게 하는 둥 마는 둥의 근황 이야기가 끝이 나면 늘 건강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주제가 건너간다.


경쟁적으로 요즘 어디가 아프다로 시작해 저마다 뭐가 좋다더라, 이렇게 하라는 둥 경험담이 쏟아져 나온다. 간혹 대화인지 내가 더 아프고, 약도 많이 먹는다는 자랑인지 하소연인지가 헷갈릴 정도다.


그러다 술도 좀 오르도 마땅한 주제가 없으면 이제는 옛날 추억을 꺼내든다. 매번 만날 때마다 번갈아가며 하는 이야기지만 과거로 기억을 돌려 보면 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닐 수 다. 그리고 누군가 불쑥 이런 질문을 던지고 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갈 거야?



다들 그냥 이야깃거리이자 돌아온 삶의 회고 언저리 정도의 안주 거리인데도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지해지는 것은 항상 똑같다. 그리고 답변도 늘 간다 안 간다로 한참을 떠들고, 이내 지금의 기억을 가져가냐 아니냐로 설전이 오간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아주 끔찍한 일들이 아니라면, 기억이라는 것이 원래 변형, 왜곡되어 좋은 기억으로 재포장되는 것이 보통이라는데 말이다.


하늘이 두쪽 나도 그럴 일은 없지만, 20대로 돌아간다면, 꼭 지키고자 마음먹은 것이 있다. 바로 술을 과도하게 연속해서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셨다. 이제부터 술을 먹어도 된다는 자격을 받은 것 마냥 그 시절은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았다.


그저 젊음이 가져다준, 그 시절에 주어지는 특권인 줄 그때는 몰랐다. 나만이 아니라, 그 나이에 주어지는 최고의 선물을 헛되이 소진했던 것만 같다. 그때 아끼고 잘 가꾸어야 나이가 들어서도 잘 쓸 수 있는데 말이다.


그때는 어려서 몰랐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쓰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고 오래오래 영유할 수 있도록 의도적인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더 이상 시간은 내 편이 아닌데, 그때는 젊었으니까 바보같이 느끼지 못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양귀자님의 '모순'이라는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다.

삶은 그런 것인가 보다. 겪어봐야 아는 것이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경험해 봐야, 실수를 해야만 성장할 있다.


그래서 지금.

술은 적당히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실수까지는 아니지만 방황은 20대 젊었을 때로 족하니까.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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