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카 Jun 15. 2023

착한 남자 캐나다, 빅재미가 없어도 좋아

싱가포르에서 7년을 거주하고 유럽으로 가려다 코로나 때문에 어쩌다 보니 방향이 바뀌어 오게 된 캐나다 밴쿠버 (왜 캐나다였냐고 물으시면 명상을 하다 답을 얻었다고 간단하게 이야기할게요). 


이제 이곳에서 거주한 지도 이제 2년 반 정도가 되어가는데 살면 살수록 참 마음이 편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빅재미는 없지만 착하고 성실한 남자 같은 느낌이랄까. 

일단 제 경험상 (항상 이런 글에는 "다 그런 거 아닌 거 아닌데요"라는 댓글이 달리기 때문에 강조) 지금까지 느낀 인상으로는 캐나다 사람들은 딱히 엄청 재미있진 않은데 다들 기본적으로 유하고 나이스한 것 같아요.


문화적으로도 뭔가 에지가 있다거나 스타일이 엄청 좋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특히 광고 같은 걸 보면 정말 단순한 1차원적인 메시지가 대부분이라 가끔은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어요. 이거 관련해서도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네요 ㅎㅎ 거의 대부분 "배가 고플 땐 xxx를 먹어!", "잉크가 필요하다면 xxx에 전화해!" 이런 느낌?


문화적으로나 사람들의 센스, 즐길거리로 빅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캐나다는 참 심심한 곳이 맞아요. 

제가 20대 중-후반에 이곳에 왔더라면 아마도 많이 심심했을 것 같아요. 싱가포르에 살 때도 항상 좀 더 화려하고 바쁜 옆동네 홍콩이 더 재밌어 보였고 뉴욕에도 꽂혀서 뉴욕병에도 걸렸었거든요. 

거기는 뭔가 항상 신나는 이벤트가 있는 것 같고, 바쁘고, 사람들도 더 재미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뉴욕에서 재즈바는 꼭 가아죠 

근데 지난달에 뉴욕에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밴쿠버에서 못 즐겼던 '문화생활, 신나는 나이트라이프를 제대로 즐기고 올 거야!'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4박 5일을 보내고 나니 딱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뷰가 환상적인 루프탑에서 칵테일도 마시고, 브로드웨이의 최고 수준의 쇼도 보고, 박물관도 가고, 고급 시푸드 레스토랑도 가고- 물론 그 경험 하나하나는 다 너무 좋았죠. 재미있고. 


근데 예전에는 나름 뉴욕의 낭만?이라고 생각했던 지하철은 이젠 그냥 너무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느리고, 우울했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어요. 예전엔 그게 참 신나고 재밌었는데 말이죠. 

도시의 야경도 멋지고 엄청난 높이의 빌딩숲이 멋지긴 하지만 결국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도 보이는 탁 트인 산의 전경이 그립더라고요.  

20대 중반에는 뉴욕에서 살아보는 게 인생의 목표였는데 비자문제 때문에 못 이룬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느끼는 날도 오는구나 싶어서 신기했어요. 


그렇게 4박 5일을 뉴욕에서 "재미있게" 보내고 밴쿠버에 돌아와서 그다음 날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산책을 간 거예요. 평화로운 하버뷰를 보면서 청량한 아침공기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데 어찌나 마음이 편하고 좋던지. 집에 온 것 같단 느낌이 들더라고요. 


오늘도 평화로운 밴쿠버

그리고 문득 이건 연애,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재미있고, 뭔가 항상 신나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에게 끌렸다면 이제는 엄청 재미는 없더라도 (당연히 있으면 더 좋지만!) 마음이 편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빅재미가 없어도 마음이 편하고, 안정감을 주는 착한 남자 같은 캐나다 밴쿠버. 

이제 저도 나이가 든 걸까요, 철이 든 걸까요 ㅎㅎ 




밴쿠버에 살고있는 여행작가, 마케터 에리카라고 해요. 

밴쿠버 여행팁, 일상은 인스타그램에서 보실 수 있어요. :) 

https://www.instagram.com/erika.jeong/


매거진의 이전글 현지 경력이 없어요, 로컬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