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시즌
결혼을 하고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삶이 크게 변한 지금. 주변 환경도, 제 개인적인 상황도- 모든게 아주 크게 변했죠.
도쿄, 싱가포르, 밴쿠버에 살며 도시생활을 좋아하던 제가 (제 기준) 미국 시골동네로 와서 산다는건 저혼자였다면 생각도 못했을 변화예요.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다음 이직할 회사를 찾고, 여행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즐겁게 살면서, 한편으로는 역시 이 삶을 함께 공유할 반려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 한켠의 틈을 느끼고 있었을거예요.
감사하게도 인생을 함께 하고싶은 소울메이트를 만나 결혼을 해서 원했던 것처럼 삶을 함께 꾸려나가게 됐죠.
그래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자유롭게 뛰어놀수있는 넓은 집을 살수있고, 남편이 출퇴근하기위해 LA에서처럼 하루 두시간씩 길에 낭비하지않아도 되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동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의 가족분들 가까이에서 살수있다는 점에서 이 동네로 오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 결정을 내리는게 쉽지는 않았어요. 저에게는 너무 큰 변화이기도 하고 처음엔 마치 내가 원하는걸 포기해야한다는 느낌이었고, 이제는 내 마음대로 못산다?는 느낌에 정말 솔직히 말하면 화도 났던것 같아요.
저는 워낙 내가 원하는건 어떻게서든 갖는다라는 마인드가 강한 사람이라...
'내가 원하는 삶'에서 '우리를 위한 삶'
하지만 남편과 지내면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남편이 나이는 어리지만 많은 면에서 저보다 더 성숙한 부분이 많다고 느끼기 시작했던것 같아요.
제가 그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남편은 당연히 거기에 따라줘야한다는 마음을 가지고있었다는걸 깨달았고, 남편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옵션', '우리 가족의 장기적 행복을 위한 옵션'에 촛점을 맞춰서 생각을 한다는 걸 알았어요.
저처럼 싱글일때처럼 똑같은 마인드셋으로 내생각만 하는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성숙하지않은 태도인지 깨닫고나니 참 부끄럽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포기해야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제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얻었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얻게 될지를 잠시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돈으로는 살수없는, 노력한다고 성취할 수 있는게 아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또 이제는 힘들땐 기댈수 있고 행복은 나눌수 있는 든든한 반려자가 있다는걸요.
"I'll give you everything you want. I promise"
"난 네가 원하는건 뭐든 다 해줄거야, 약속해."
라며 결의에 찬 눈으로 이야기하는 남편. 과연 우리 부모님말고, 이런 말을 진심으로 할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면 더 이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야지란 마음이 들어요.
자연에 계절이 있듯,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는 걸 정말 피부로 느끼는 요즘인것 같아요.
아이에는 별 관심이 없던 제가 부쩍 요즘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건 참 성스럽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생. 말그대로 한 사람의 생명 창조해내는 일이야말로 정말 멋진 일이란 생각을 해요.
올해 제 나이 37살, 정말 이제는 제 인생의 새로운 계절에 들어선 느낌이 들어요. 이 계절에는 어떤 경험을 하게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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