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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Nov 03. 2024

결혼은 힘든게 맞다

인간이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과제


결혼을 해보니 알겠다. 

얼마나 결혼이 힘든 일인지.

그건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끝"


현실은 결혼하면 끝이 아니라, 정말 그때부터 시작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들었지만 세상 모든 일은 정말 남의 경험을 듣는 것과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내가 느끼는 결혼의 힘든 점은 너무나도 근본적인 문제인데,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삶이라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니야? 싶을 수도 있지만. 


나처럼 36년간 자기 생각이 아주 뚜렷하고, 내가 하고 싶은걸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게 살던 사람이 이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할 수야 있겠지만 그럼 결혼생활이 과연 이어질까) 새로운 이 삶의 구조 자체가 나에게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숙제임을 깨달았다. 


이젠 진짜 혼자가 아니구나




이 생각을 결혼하고 나서 자주 한다.

이게 좋을 때는 행복한 순간을 같이할 수 있는, 앞으로 내 삶을 함께 꾸려나가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는 뜻이 되고.

이게 나쁠 때는 이젠 진짜 나 혼자 마음대로 하고 사는 삶은 끝이구나라는 뜻이 된다. 모든 결정은 부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팀워크가 된다. 


결혼하고 나서 스스로에 대해서 새삼 알아가는 부분이 참 많다. 나는 나를 참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결혼을 해보니 이게 웬걸. 나도 몰랐던 나의 면모가 많았다.


1. 나는 참으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내가 내 인생을 창조한다'라는 모토로 아주아주 능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왔던 사람이기에 그만큼 자기중심적인 사람일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이 우선이고, 거기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함께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우리 가족에게 좋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이게 익숙하지 않지만 누군들 처음부터 익숙했을까. 나도 조금씩 양보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남편은 이게 참 자연스러운 사람이라서... 내가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그러면서 나도 조금씩 변해가는 중인 것 같다.



2. 받는 것에만 익숙한 나

1번과도 비슷한 맥락인듯한데 나는 내가 여자니까 당연히 받는 게 당연하지라는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을 받고, 챙김을 받고, 이해를 받고, 선물을 받고, 양보를 받고-. 그런데 남편이라고 해서 왜 그걸 받고 싶지 않을까? 


어떤 관계가 무조건 일방적인 방식으로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물며 왕과 신하의 관계에서도 왕이 신하를 어떻게 대해주느냐에 따라 신하의 충성도가 달라지는데... 나는 무슨 배짱으로 (?)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려고 했을까. 


언젠가 말다툼을 하다 남편이 "너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사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어쩌면 별로 없다는 깨달음에 정말 너무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깨달음 이후로는 과연 내가 남편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주고 있나?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에 사랑이 더 커지고 웃음이 많아지는 걸 경험했다. 




나는 결혼을 하고 나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성경에서 말하는 부부의 모습을 배웠다. 부부가 되어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사실 성경의 가르침을 연습하고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세팅이라는 걸 피부로 느낀다. 


나보다는 상대를 섬기고, 이해하고, 가끔은 긍휼히 여기기도 하면서... 그렇게 '나'만을 생각하면서 살던 이기적인 삶에서 '우리'를 위해 살아가는 삶을, 궁극적으로는 이 세상에 좋은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천국의 축소판이며 이 세상의 사랑과 질서가 시작되는 곳이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은 사실 적 (사탄, 악마)가 가장 싫어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에 이혼이 너무나도 만연하고 남녀의 진실한 만남, 결혼보다는 즐기자는 문화가 성행하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요즘은 유혹이 참 많은 세상이다. 

하지만 쉽게 오는 것은 쉽게 가고, 영원하게 지속되는 진정한 가치는 지키기는 어렵지만 그 노력의 보상 역시 크다. 


결혼생활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결실은 개인적으로는 인격이 성장한다는 점, 행복한 가정이라는 혼자서는 맛볼 수 없는 충만함이 주어진다. 


인간으로서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게임 같다고 나 해야 할까. 

부모가 되면 또 그다음 레벨이 된다고 하던데. 긴장 반 설렘 반인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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