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마스코트 IP] 캐릭터는 신뢰다
캐릭터, 그것도 IP가 될 캐릭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모든 사람이 유명인이 되려는 것이 아니듯, 모든 캐릭터가 캐릭터IP가 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다릅니다. 이 부분을 착각하면 안됩니다. 제품 디자인의 일부, 간판의 일부, 브랜드 식별용 등이 있습니다.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IP. 지적재산권이라는 단어로 캐릭터를 부르려면 당연히 이 단어가 쓰일 수 밖에 없는 복합 영역. 즉 글. 그림. 음악. 동작. 성격. 패션. 문화를 포함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너무도 주변에 익숙해진 나머지 본질을 상대적으로 생각합니다만,
처음보는 가상의 무언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문화? 패션? 다 그 뒤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어둠을 싫어하고 무언가들을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것은 바로 안전에 대한 불수의적 반응이 있기 때문입니다.신뢰가 없는 것은 안전하지 않고, 신뢰는 익숙함의 피드백 과정에서 나옵니다.
2008년,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전 세계 관객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슈퍼파워가 없습니다. 초인적인 힘도 없고, 마법도 쓰지 못하고, 첨단 무기도 없습니다. 단지 광대 분장을 한 인간일 뿐입니다.
그런데 왜 무서울까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커는 돈을 원하지 않습니다. 권력도 원하지 않습니다. 명확한 목적이 없습니다. "나는 혼돈의 대리인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협상이 불가능합니다. 달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다음에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배트맨은 예측 가능합니다. 그는 정의를 추구하고, 무고한 사람을 구하고, 악당을 감옥에 보냅니다. 우리는 그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압니다. 그래서 안심합니다.
조커는 예측 불가능합니다. 병원을 폭파할 수도 있고, 페리를 폭파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두렵습니다.
이것은 진화 심리학의 기본입니다.
원시 시대를 생각해봅시다. 수풀 속에서 소리가 납니다. 무엇일까요? 바람일까요, 사자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뇌는 즉시 경보를 울립니다. 심장이 빨리 뜁니다. 근육이 긴장합니다. 도망갈 준비를 합니다.
낯선 것은 곧 죽음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동물, 처음 보는 식물, 처음 보는 부족. 뇌는 예측할 수 없는 대상을 '위협(Threat)'으로 간주합니다. 공포 반응이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이것은 생존 본능입니다.
현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두운 골목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피합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불안합니다. 왜냐하면 "저 사람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광인에 대한 공포도 같은 원리입니다. 미친 사람이 무서운 이유는 힘이 세서가 아닙니다. 논리가 통하지 않아서입니다. 일반적인 사회 규칙을 따르지 않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조커가 무서운 이유도 이것입니다. 그는 광인입니다. 규칙을 따르지 않습니다. 다음 행동을 알 수 없습니다.
디지털이라고 이게 다를까요?
디지털은 더 심합니다. 여기에는 불쾌한 골짜기까지 있습니다.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마사히로 모리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그래프를 그려봅시다. X축은 "인간과의 유사도", Y축은 "호감도"입니다.
산업용 로봇(0% 인간)은 중립입니다. 무섭지도, 친근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기계입니다.
유사도가 올라갑니다. 장난감 로봇(20% 인간)은 귀엽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40% 인간)는 사랑받습니다. 호감도가 쭉 올라갑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급격히 떨어집니다.
인간과 거의 같지만(90% 인간) 미묘하게 다른 존재. 좀비, 시체, 너무 사실적인 로봇. 사람들은 혐오감을 느낍니다. 이것이 "골짜기"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심층적으로 해석하면, 이것은 "신뢰의 붕괴"입니다.
인간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기대합니다. "이 존재는 인간의 규칙을 따를 것이다." 눈 맞춤을 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웃을 것이고, 예측 가능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미묘하게 어긋납니다. 눈동자가 조금 이상하게 움직입니다. 미소가 0.3초 늦게 나옵니다. 피부 질감이 약간 이상합니다.
뇌가 경보를 울립니다. "이것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규칙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예측할 수 없다. 위험하다."
1977년, 미국에 처키치즈(Chuck E. Cheese)라는 피자 레스토랑 체인이 생겼습니다. 핵심 콘셉트는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 밴드"였습니다. 로봇 쥐와 친구들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무서워했습니다. 로봇 동물들의 움직임이 너무 기계적이고, 눈이 초점 없이 움직이고, 미소가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불쾌한 골짜기에 빠진 것입니다.
"살아있는 것 같지만 살아있지 않다", "움직이지만 생명이 없다"는 느낌. 이것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핵심은 무엇입니까? 일관성의 결여입니다.
인간처럼 보이면, 인간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로봇처럼 보이면, 로봇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 있으면, 뇌는 혼란스러워합니다.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모릅니다.
예측할 수 없으면, 신뢰할 수 없습니다. 신뢰할 수 없으면, 불안합니다.
뇌는 패턴을 찾습니다. 이것이 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입니다.
아침에 해가 뜹니다. 매일 뜹니다. 뇌는 이것을 학습합니다. "내일도 해가 뜰 것이다." 예측합니다. 안심합니다.
어제 먹은 빨간 열매가 독이 없었습니다. 오늘 같은 빨간 열매를 봅니다. 뇌는 예측합니다. "이것도 안전할 것이다." 먹습니다.
패턴을 찾고, 예측하고, 안전을 확보합니다. 이것이 생존 전략입니다.
반대로, 패턴이 없으면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물이 어제는 이 장소에 있었는데 오늘은 없습니다. 내일은 어디에 있을까요? 모릅니다. 불안합니다. 갈증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사자가 어제는 낮에 나타났는데 오늘은 밤에 나타났습니다. 내일은 언제 나타날까요? 모릅니다. 공포스럽습니다. 언제 습격당할지 알 수 없습니다.
모르는 것은 위협입니다. 아는 것은 안전입니다.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것"을 좋아합니다.
맥도날드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일관성입니다. 서울에서 먹는 빅맥과 뉴욕에서 먹는 빅맥이 똑같습니다. 소비자는 안심합니다. "내가 무엇을 먹게 될지 정확히 안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뉴가 동일하고, 인테리어가 비슷하고, 서비스가 표준화돼 있습니다. 낯선 도시에 갔을 때, 스타벅스를 보면 안심합니다. "여기는 안다. 예측 가능하다."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저 사람은 항상 시간을 잘 지킨다", "저 사람은 약속을 지킨다", "저 사람은 화를 잘 안 낸다". 예측 가능한 사람을 신뢰합니다.
반대로, 예측 불가능한 사람은 불안합니다. "어제는 친절했는데 오늘은 차갑네",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어", "갑자기 화를 낼 수도 있어". 거리를 둡니다.
여기서 캐릭터 IP의 첫 번째 임무가 나옵니다.
안전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나는 예측 가능하다", "나는 위협이 아니다", "나를 신뢰해도 된다". 이 메시지를 전달해야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어떻게 할까요?
1943년, 오스트리아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를 발견했습니다.
아기의 특징을 나열해봅시다.
큰 머리 (몸에 비해)
둥근 이마
큰 눈 (얼굴에 비해)
작은 코
통통한 볼
짧은 팔다리
이것을 보면 우리는 "귀엽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왜 귀여울까요?
로렌츠는 말합니다. 이것은 생물학적 신호입니다. "나는 약하고 무해합니다. 위협이 아닙니다. 보호해 주세요."
인간 아기는 태어나서 몇 년간 스스로 생존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돌봐줘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도 본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육아는 고되고, 잠을 못 자고,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베이비 스키마가 작동합니다. 아기의 큰 눈을 보면,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됩니다. "보호하고 싶다", "돌봐주고 싶다"는 감정이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입니다.
강아지를 보십시오. 강아지도 베이비 스키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큰 눈, 둥근 이마, 짧은 다리. 우리는 강아지를 보고 "귀엽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안심합니다.
왜 안심할까요?
강아지는 우리를 공격할 능력이 없습니다. 작고, 약하고, 무해합니다. 뇌는 즉시 판단합니다. "위협이 아니다. 안전하다."
반대를 생각해봅시다. 늑대를 보면 어떻습니까? 날카로운 눈, 긴 주둥이, 큰 이빨. 베이비 스키마의 정반대입니다. 우리는 긴장합니다. "위협일 수 있다. 조심하자."
캐릭터 디자인은 이것을 알고 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는 대부분 베이비 스키마를 활용합니다. 큰 머리, 큰 눈, 작은 코, 통통한 몸. 이것은 "나는 무해합니다"라는 메시지입니다.
1928년, 미키마우스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디자인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미키는 쥐입니다. 사람들은 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쥐는 더럽고, 질병을 옮기고, 무섭습니다. 하수구에 살고, 쓰레기를 먹고,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게 합니다.
월트 디즈니는 이 혐오감을 없애야 했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첫째, 팔다리를 통통하게 만들었습니다. 날씬한 쥐는 민첩하고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통통한 팔다리는 느리고 귀엽게 보입니다. 베이비 스키마입니다.
둘째, 장갑을 끼웠습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쥐의 발은 날카로운 발톱이 있습니다. 긁을 수 있습니다. 상처를 낼 수 있습니다. 위협입니다.
미키에게 장갑을 끼우면? 발톱이 보이지 않습니다. 날카로움이 사라집니다. 무해함의 시각화입니다.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발톱이 없어. 안전해."
셋째, 둥근 귀를 강조했습니다. 실제 쥐의 귀는 얇고 핑크색이고 약간 징그럽습니다. 미키의 귀는 크고 둥글고 검은색입니다. 베이비 스키마의 "큰 특징"을 활용한 것입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쥐를 싫어하지만, 미키마우스를 사랑합니다.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이지만, 디자인이 "안전 신호"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1974년, 산리오는 헬로키티를 출시했습니다. 전 세계적 성공을 거뒀습니다.
헬로키티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무엇입니까? 입이 없습니다.
왜 입이 없을까요? 산리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헬로키티는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야기합니다."
아름다운 설명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입이 없다는 것은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입니다.
사람들은 말로 상처받습니다. "너는 못생겼어", "너는 멍청해", "너는 쓸모없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때로는 칼보다 아픕니다.
헬로키티는 입이 없습니다. 절대로 당신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습니다. 비난하지 않습니다. 판단하지 않습니다. 안전합니다.
그리고 입이 없기 때문에, 당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습니다.
헬로키티는 화나지도,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표정이 중립입니다. 마치 빈 캔버스 같습니다.
당신이 행복하면, 헬로키티도 행복해 보입니다. 당신이 슬프면, 헬로키티도 슬퍼 보입니다. 당신의 거울입니다. 당신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1세대 캐릭터의 전략입니다. 이미지로서의 존재입니다.
귀엽습니다. 무해합니다. 안전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굿즈를 삽니다. 성공입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대화할 수 없습니다.
헬로키티는 당신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묻지 않습니다. "힘들었구나"라고 위로하지 않습니다. "나도 그래"라고 공감하지 않습니다.
입이 없으니까요.
이미지는 아름답지만, 관계는 형성되지 않습니다. 소유할 수는 있지만, 교감할 수는 없습니다.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지만, 왠지 조용하면 여전히 외로울 수 있습니다.
2019년, EBS에서 펭수가 등장했습니다. 10살 자이언트 펭귄. 남극에서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펭수는 헬로키티와 완전히 다릅니다.
입이 있습니다. 그리고 말을 합니다. 엄청나게 많이.
"야, 너 왜 그래?" "나 돈 많이 벌고 싶어." "EBS 사장님, 월급 올려주세요." "BTS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펭수는 거침없이 말합니다. 필터가 없습니다. 10살 아이처럼 솔직합니다. 때로는 버릇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캐릭터가 이렇게 말해도 돼?" 하지만 곧 열광했습니다.
왜일까요?
성격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헬로키티는 이미지입니다. 예쁜 그림입니다. 하지만 펭수는 인격체입니다. 태도가 있고, 의견이 있고, 욕망이 있습니다.
"돈을 벌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욕망입니다. 펭수는 그것을 숨기지 않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공감합니다.
"회사가 월급을 적게 준다", "상사가 싫다", "일이 힘들다". 이것도 우리의 현실입니다. 펭수는 그것을 대놓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반전 매력입니다.
펭수의 외모는 귀엽습니다. 큰 눈, 통통한 몸, 노란 부리. 베이비 스키마입니다. 무해해 보입니다.
하지만 말투는 거칩니다. "야", "너", "왜 그래". 10살 아이가 어른에게 반말합니다. 의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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