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20분에 끝나지 않는다.
2011년 7월 15일, 전 세계 극장에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가 끝났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습니다. 10년간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나가지 못했습니다. 복도에 서서 울었습니다. SNS에 "이제 호그와트에 갈 수 없다"고 썼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이름 붙였습니다.
'포스트-포터 우울증(Post-Potter Depression)'.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수백만 명이 실제로 우울감을 호소했습니다. 상담 커뮤니티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해리 포터 없이 살아가나요?" 서로 위로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영화는 120분이면 끝나지만, 감정은 120시간 지속됩니다. 극장 불이 켜지면 현실로 돌아와야 하지만, 마음은 아직 그곳에 있습니다. 호그와트 복도를 걷고, 호그스미드에서 버터비어를 마시고, 퀴디치 경기를 보고 싶습니다.하지만 갈 수 없습니다. 영화는 끝났으니까요.
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5년, <응답하라 1988> 마지막 회가 방영됐습니다. 시청률 19.6%. 수백만 명이 동시에 봤습니다.
다음 날,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SNS에 올렸습니다. "쌍문동이 그립다", "정환이는 사천에서 잘 지낼까", "택이랑 덕선이는 어떻게 살까". 드라마는 끝났지만, 캐릭터들은 시청자 마음속에서 계속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영화와 드라마의 역설입니다. '완결성'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지지만, 동시에 '지속성'이라는 태생적 약점도 가집니다.
2시간 또는 16부작으로 완벽하게 끝납니다. 감독이 의도한 결말에 도달합니다.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끝났다는 사실이 팬들을 슬프게 합니다.
끝났기에 더 그립습니다.
J.K. 롤링은 팬들의 우울을 봤습니다. 그리고 대답했습니다.
2012년, 포터모어(Pottermore) 웹사이트를 오픈했습니다. 무엇을 제공했을까요?
기숙사 배정 테스트: 20개 질문에 답하면, 당신이 그리핀도르인지 슬리데린인지 알려줍니다.
지팡이 선택: 길이, 나무 재질, 코어를 골라 나만의 지팡이를 만듭니다.
마법사 여권: 호그와트의 시민이 됩니다.
이것은 게임입니까? 아닙니다. 퀘스트도 없고, 전투도 없고, 레벨업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입니까? '입학 허가서'입니다.
팬들이 원한 것은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세계에 '입학'하는 것이었습니다. 호그와트의 학생이 되고, 기숙사에 배정받고, 지팡이를 받고, "나도 마법사야"라고 선언하는 것이었습니다.
포터모어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픈 첫날 서버가 다운됐습니다. 수백만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호그와트에 가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나옵니다.
영화 속 세계관의 '시민권'을 부여하라.
관객을 관객으로 남게 두지 마십시오. 주민으로 만드십시오. "당신은 그리핀도르입니다", "당신의 지팡이는 떡갈나무에 불사조 깃털입니다"라고 선언해주십시오. 정체성을 부여하십시오.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2007년, <다크 나이트> 개봉 1년 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샌디에이고 코믹콘 참가자들에게 조커 카드가 배포됐습니다. 카드 뒷면에 웹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었습니다. "IbelieveInHarveyDent.com". 접속하면 하비 덴트의 선거 캠페인 사이트였습니다. 진짜처럼 만들어졌습니다.
며칠 후, 다른 웹사이트가 나타났습니다. "WhySoSerious.com". 조커가 만든 사이트였습니다. 여기서 단서를 따라가면, 실제 전화번호가 나왔습니다. 전화를 걸면 조커의 음성 메시지가 들렸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실제 주소가 나왔습니다. 뉴욕의 한 빵집. 팬들이 찾아갔습니다. 빵집 주인이 봉투를 건넸습니다. 안에 조커 카드와 다음 단서가 있었습니다.
1년 동안 이것이 계속됐습니다. 전 세계 1,000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웹사이트 42개, 전화번호 수십 개, 실제 장소 방문 이벤트. 영화는 아직 개봉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이미 고담 시티를 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대체 현실 게임(ARG: Alternate Reality Game)'이라고 부릅니다.
무엇이 특별할까요?
첫째, '제4의 벽'이 사라졌습니다. 영화는 스크린 안에 있고 관객은 밖에 있습니다. 하지만 ARG는 스크린을 찢었습니다. 조커가 현실로 나왔습니다. 현실 세계 전체가 고담 시티가 됐습니다.
둘째, '능동적 참여'였습니다. 영화는 수동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ARG는 직접 단서를 찾고, 전화를 걸고, 빵집에 가야 합니다. 탐정이 됩니다.
셋째, '지속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영화는 2시간 30분입니다. 하지만 ARG는 1년 넘게 지속됐습니다. 영화보다 캠페인이 더 길었습니다.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도 같은 원리입니다. 영화가 끝나도, 세계는 계속됩니다. 100일 동안 계속됩니다.
그리고 현실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타임캡슐을 숨겼다면? 서울숲 특정 나무 아래 QR 코드를 심어놓을 수 있습니다. 팬들이 실제로 찾아갑니다. 스캔하면 보상이 나옵니다. 디지털과 현실이 만납니다. 17화에서 본 O2O가 여기서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성지순례가 단순히 "드라마 촬영지 가보기"가 아니라 "주인공이 남긴 메시지 찾기"가 될 수 있습니다.
뉴욕 첼시에 이상한 호텔이 있습니다. 맥키트릭 호텔(McKittrick Hotel)입니다. 실제 호텔이 아닙니다. 연극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의 무대입니다.
어떻게 작동할까요?
관객은 마스크를 씁니다. 하얀 가면입니다. 호텔 안으로 들어갑니다. 5층 건물 전체가 무대입니다. 100개가 넘는 방이 있습니다.
배우들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공연합니다. 하지만 무대와 객석이 없습니다. 배우들은 복도를 걷고, 방에 들어가고, 계단을 오릅니다. 관객도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마음에 드는 배우를 따라갑니다. 침실로 들어갑니다. 배우가 서랍을 뒤집니다. 편지를 꺼냅니다. 읽습니다. 찢습니다. 관객은 30cm 거리에서 봅니다.
다른 관객은 다른 배우를 따라갑니다. 다른 방에 갑니다. 다른 이야기를 봅니다. 같은 공연을 보지만, 모두 다른 경험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능동성'입니다.
일반 연극은 감독이 정한 앵글로 봅니다. 카메라가 있다면,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만 봅니다. 하지만 맥키트릭 호텔에서는 내가 앵글을 정합니다. 배우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 뒤에서 볼 수도 있고, 배우가 떠난 방에 남아서 서랍을 뒤질 수도 있습니다.
서랍 속에 편지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일기가 있습니다. 낙서가 있습니다. 무대에서는 안 보이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메제웍스의 팬덤 액티비티는 '디지털 맥키트릭 호텔'을 지향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방을 재현합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비추지 않았던 곳까지 상상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책상 서랍 속 일기장. 옷장 안 숨겨진 편지. 침대 밑 사진첩.
팬들은 클릭합니다. 서랍을 열어봅니다. 일기를 읽습니다. 영화 본편에는 나오지 않았던 주인공의 고민을 발견합니다. "아, 이래서 그때 그런 선택을 했구나."
영화는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줍니다.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팬덤 액티비티는 "카메라가 비추지 않은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 관람자가 아닙니다. 능동적 탐험가가 될 수 있습니다. 세트장을 뒤지고, 단서를 찾고,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합니다.
기술이 이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NeRF(Neural Radiance Fields)라는 AI 기술이 있습니다. 작동 방식은 놀랍습니다.
영화 장면 몇 개만 있으면 됩니다. 주인공 방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2D 영상. AI가 이것을 분석합니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은 공간까지 추론합니다. 그리고 360도 3D 모델을 만들어냅니다.
영화 <기생충>의 박 사장 집 거실을 생각해봅시다. 영화에서는 특정 앵글만 보입니다. 하지만 NeRF는 카메라가 비추지 않은 모서리, 창문 밖 풍경, 소파 뒤쪽까지 추론해서 3D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팬들은 VR 헤드셋을 쓰고 그 거실을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소파에 앉아봅니다. 창밖을 봅니다. 영화 속 공간이 현실 공간이 됩니다.
VR이 없어도 됩니다.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합니다. 팬덤 액티비티 앱 안에서 주인공의 방을 360도 돌려봅니다. 확대합니다. 책장의 책 제목을 읽습니다. 책상 위 사진을 봅니다.
'성지순례'가 진화할 수 있습니다.
과거: 실제 촬영지에 갑니다. 카페 앞에서 사진 찍습니다. "드라마 촬영한 곳이래!" 미래: 실제 촬영지에 갈 필요가 줄어듭니다. 앱에서 영화 속 그 공간에 들어갑니다. 카메라가 안 비춘 곳까지 봅니다.
디즈니가 갤럭틱 스타크루저로 시도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1박에 600만 원. 실패했습니다. 너무 비쌌습니다. 확장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은 다릅니다. 1명이 경험하든 100만 명이 경험하든 비용이 비슷합니다. 스케일이 무한합니다.
디즈니가 실패한 "24시간 롤플레잉"을 메제웍스가 모바일에서 구현하려 합니다. 비용은 훨씬 낮추고, 접근성은 무한대로 높입니다.
영화는 주인공을 따라갑니다. 2시간 동안 주인공의 여정을 봅니다. 하지만 조연은요?
조연에게도 삶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떠난 후, 조연은 무엇을 할까요? 궁금하지 않습니까?
마블이 이것을 잘 압니다.
<어벤져스> 영화는 2년에 한 번 나옵니다. 그 사이 공백이 생깁니다. 팬들은 기다립니다. 지루합니다.
마블은 그 공백을 채웁니다. 디즈니+ 드라마를 만듭니다. <완다비전>, <로키>, <팔콘과 윈터 솔져>. 영화의 조연이 드라마의 주연이 됩니다.
완다는 <어벤져스>에서 조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완다비전>에서는 주인공입니다. 그녀의 슬픔, 고독, 광기를 6시간 동안 봅니다. 영화에서는 10분밖에 안 나왔던 캐릭터가, 드라마에서는 입체적인 인간이 됩니다.
이것이 '확장 우주(Expanded Universe)'의 힘입니다.
메제웍스는 같은 전략을 씁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새로 만들지 않습니다. 팬덤 액티비티 안에서 조연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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