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딸을 보낼 시간이 필요하다.
엄마, 나 오피스텔 월세 계약했어.
나 혼자 부동산을 다니며 집을 찾아보고 계약까지 마친 후에 엄마에게 말했다.
거의, 아니 완전한 통보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 진짜 독립 못할 것 같았어."
엄마는 상의도 없이 방을 계약한 것에 대해서 너무 속상해하셨다. 화가나신 것 같기도 했다.
"집에 있는 너 짐 싹~~~ 다 들고나가.
앞으로 집에 놀러올 생각도 하지 말고 각자 잘 살자."
나도 내심 너무 서운했다.
몇 년을 고민하고 망설이던 독립이었는데, 내가 결혼 전에 잠시 혼자 산다는 것도 응원해주지 않고...
내가 이사 가는 날에는 엄마가 외할머니를 보러 이모들과 같이 내려가기로 한 날이었다.
평일이라 남자친구가 도와줄 수도 없었고, 나 혼자 이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한테 모질게 말한 엄마는,
며칠 뒤 나 모르게 부동산을 찾아가서 내가 살 집을 혼자 보고 왔다.
내가 집을 잘 구했을지 걱정이 되었나 보다.
외할머니댁에 내려가는 날짜도 앞당겼다. 내 이사를 도와준단다.
이사 며칠 전에는 이사청소도 같이 해줬다.
청소용품을 사고 점심 즈음 도착한 우리는 짜장면을 한 그릇 시켜먹고 잠시 청소를 하다가 나는 출근시간이라 먼저 나갔다.
엄마는 저녁까지 혼자서 8시간동안 화장실, 바닥, 싱크대, 냉장고를 다 청소해주었다.
뜻밖에도 독립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느껴버렸다.
나한테 모질게 대하던 엄마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는 엄마만 있을 뿐이었다.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혼자 그 방을 청소했을까?
엄마는 언제든지 엄마 집에 와서 자고 가라고 했다.
내가 독립을 해도 이렇게 돌아갈 집이 있음에 감사하다.
독립 4개월 차인 지금은 엄마가 나보고 독립하길 너무 잘했다고 말한다.
하하
혼자 있으니 챙길 사람도 없고 아주 편하단다.
지금이 엄마의 한평생 제일 전성기라는 말까지 했다.
"거봐 엄마!"
엄마의 딸로 30년을 살아 본 결과, 너무 의지하고 가까우면 서로가 힘들다.
각자의 독립된 인생을 존중하고 응원해주는 게 가장 best이다.
일단 나와의 관계부터 잘 만들어보자.
처음으로 나로 온전히 살아가는 이 경험 너무 소중해.
예진,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