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은 대단하다. 내 감정을 대변하기도,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음악의 가장 큰 힘은 추억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가 있다. 특정 순간에 자주 들었던 노래, 그 시절 유행했던 노래, 누군가를 생각하며 들었던 노래. 내 모든 순간과 성장은 각기 다른 음악과 함께 했고 모든 추억이 음악과 함께라면 선명하게 남아있다.
현실에 지쳐 있을 때 과거를 회상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지나간 사진첩을 들춰 보고, 그때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학창 시절 내 인생의 전부였던 아이돌 노래를 들으니 보고 싶은 친구들이, 조퇴하고 싶어 꾀를 부리던 순간이, 수업 시간에 친구와 몰래 장난치던 키득거림이 떠오른다. 다 잊은 줄 알았던 가사도 전부 기억한 채 자연스레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 당시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들의 노래도 지금 들으니 어찌나 좋은지. 하루 종일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 즐거운 회상에 잠긴다. 3,4분 남짓 이야기에 음을 붙였을 뿐인데 나는 이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다.
스페인에서 힘들 때마다 위로를 받는 노래들은 여전히 내 플레이 리스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때의 고통스러운 감정이 떠오른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이 안정되기도 해서 그 노래를 지울 수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는 가장 잊고 싶은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이기도 했다. 그 노래의 제목을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형상이 떠올라 괴로웠다.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이 떠오르는 것을 걷어내기로 했다.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주하며 괴로움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반대로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추억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어떤 노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 시절을 함께한 노래가 없던 것일까, 그때의 감정은 무뎌지고 단순한 기억만 남아서일까. 그가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다면 기억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을까.
우울할 때나 잠들기 전에, 마음에 안정이 필요하면 재즈를 듣는다. 청소를 하거나 샤워를 할 때는 어깨가 들썩이는 노래를, 등굣길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 듣는다.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은 그때를 함께하는 노래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노래는 감정과 함께 내 시간에 머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