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덕에 찾은 정원의 보물
지금 구들방 뗄나무가 쌓여있는 공간은 예전엔 집앞 화단이었어요. 장미, 꽃잔디, 맥문동, 낮달맞이꽃, 미스김 라일락이 너무 예뻐서 산에 가시는 분들이 한번씩 들여다 보곤 했었는데, 이번에 공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곳이었지요. (ㅠㅠ) 구들방 뒷마당 정리를 할 때 쌓여있는 나무를 어찌할 수 없어서 그곳에 쌓아놨는데 오며가며 그래도 꽃이 좀 살아있지 않을까... 하고 가끔 기웃거리기도 했어요.
다음주에 오랜만에 집이 북적일 듯하여, 아침 일찍 구들방을 쓸고 닦고 나와서 아궁이에 불을 때려고 나무를 몇 개 가지러 갔는데 맥문동이 나무사이에서 엄청 안쓰러운 모습으로 살아있는 걸 봤어요.
뗄나무들도 더 햇빛 있는 곳에 옮겨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쪽이 더 가까워서 쓰기도 편할 것 같고, 오늘 아침 화장실 창문때문에 약간 화도 나고 해서 장갑끼고 아궁이에 나무를 넣으면서 조금씩 옮기기 시작했어요.
많은데다가 높이 쌓여있고, 무거운 것도 많고해서 이걸 내가 할 수 있나 싶었지만...! 하나씩, 두세개씩 들어서 새벽부터 점심까지 거의 반은 옮겼습니다. 마대자루도 햇빛에 삭아서 손대면 툭툭 뜯어지길래 블럭쌓듯 쌓고 있는데, 오늘은 3봉지만 옮겼어요.
이만큼 옮기는데 정말 20,000보는 넘게 걸은 것 같아요. 다음에는 저 마대에 있는 작은 블럭같은 나무들을 잘 쌓아주고, 그 뒤에 있는 길쭉한 것들을 마저 옮겨줄꺼에요. 언제나 그렇듯 대강 끝내고 나서 보니 팔다리 온통 멍투성이가 되었지만 보람차고 좋아요! 김공이산 프로젝트는 꽤 오래 계속될 예정입니다.
나무 뿌리를 누르고 있던 것들을 열심히 치우고 있는데 나무 사이로 너무 예쁜 꽃이 보이는 거에요.
아마 다른 해였다면, 열심히 잡초 제거를 해버려서 못 봤을 꽃을 오늘 발견했어요. 정말 너무 예뻐서 집에 들어가서 가위를 가져다가 몇 송이 잘라서 꽃병에 꽂았어요. 씨앗 맺히기 기다렸다가 채집해 놓고 싶을 만큼 이계절과 햇빛에 잘 어울리는 꽃이에요.
이렇게 피는 계절 꽃을 테이블에 놓고 집들이도 하고, 정원에서 차도 마시고 싶었는데 올 가을은 진흙밭이 된 마당을 보면서 비오면 속만 끓이면서 보냈네요. ㅎㅎㅎ
그래도 정원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나 기쁩니다. 주택사는 행복이 뭐 별건가요.
근데, 대체 저 꽃이름은 무엇일까요. 내년에도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