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Sep 26. 2020

김공이산 프로젝트

그덕에 찾은 정원의 보물

지금 구들방 뗄나무가 쌓여있는 공간은 예전엔 집앞 화단이었어요. 장미, 꽃잔디, 맥문동, 낮달맞이꽃, 미스김 라일락이 너무 예뻐서 산에 가시는 분들이 한번씩 들여다 보곤 했었는데, 이번에 공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곳이었지요. (ㅠㅠ) 구들방 뒷마당 정리를 할 때 쌓여있는 나무를 어찌할 수 없어서 그곳에 쌓아놨는데 오며가며 그래도 꽃이 좀 살아있지 않을까... 하고 가끔 기웃거리기도 했어요.


다음주에 오랜만에 집이 북적일 듯하여, 아침 일찍 구들방을 쓸고 닦고 나와서 아궁이에 불을 때려고 나무를 몇 개 가지러 갔는데 맥문동이 나무사이에서 엄청 안쓰러운 모습으로 살아있는 걸 봤어요.

뗄나무들도 더 햇빛 있는 곳에 옮겨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쪽이 더 가까워서 쓰기도 편할 것 같고, 오늘 아침 화장실 창문때문에 약간 화도 나고 해서 장갑끼고 아궁이에 나무를 넣으면서 조금씩 옮기기 시작했어요.


많은데다가 높이 쌓여있고, 무거운 것도 많고해서 이걸 내가 할 수 있나 싶었지만...!  하나씩, 두세개씩 들어서 새벽부터 점심까지 거의 반은 옮겼습니다. 마대자루도 햇빛에 삭아서 손대면 툭툭 뜯어지길래 블럭쌓듯 쌓고 있는데, 오늘은 3봉지만 옮겼어요. 


여기에서
여기로

이만큼 옮기는데 정말 20,000보는 넘게 걸은 것 같아요. 다음에는 저 마대에 있는 작은 블럭같은 나무들을 잘 쌓아주고, 그 뒤에 있는 길쭉한 것들을 마저 옮겨줄꺼에요. 언제나 그렇듯 대강 끝내고 나서 보니 팔다리 온통 멍투성이가 되었지만 보람차고 좋아요! 김공이산 프로젝트는 꽤 오래 계속될 예정입니다.


나무 뿌리를 누르고 있던 것들을 열심히 치우고 있는데 나무 사이로 너무 예쁜 꽃이 보이는 거에요.

아마 다른 해였다면, 열심히 잡초 제거를 해버려서 못 봤을 꽃을 오늘 발견했어요. 정말 너무 예뻐서 집에 들어가서 가위를 가져다가 몇 송이 잘라서 꽃병에 꽂았어요. 씨앗 맺히기 기다렸다가 채집해 놓고 싶을 만큼 이계절과 햇빛에 잘 어울리는 꽃이에요. 


정원의 보물찾기. 심봤다!
너무 작고 귀여운 꽃이 핍니다!
오늘의 사진

이렇게 피는 계절 꽃을 테이블에 놓고 집들이도 하고, 정원에서 차도 마시고 싶었는데 올 가을은 진흙밭이 된 마당을 보면서 비오면 속만 끓이면서 보냈네요. ㅎㅎㅎ

그래도 정원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나 기쁩니다. 주택사는 행복이 뭐 별건가요.



근데, 대체 저 꽃이름은 무엇일까요. 내년에도 보고 싶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어깨 뽕, 으쓱으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