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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형일 Aug 19. 2023

성난 사람들이 판 치는 세상에 “순정복서”

성난 사람들이 많다. 미움과 분노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건드리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마음들. 거칠어도 너무 거친 말들, 조롱하고 험담하고 힘겨루기 하는 사람들. 성난 사람들과 성나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씁쓸하고 고독한 이 여름. 

내게 작은 위로가 된 드라마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이름하여 <순정복서>. 

아니 이 사람이! 지금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이 무슨 순박한 제목이란 말인가! 


그러게 말이다. <순정복서>와 함께 가을-겨울-봄-여름을 지냈는데, 그 시간 사이에 세상은 좀 더 혼탁해지고, 사람들은 좀 더 갈라지고 미워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My 애증의 일터는 점점 더 ‘순정’ 같은 단어가 발붙이기 어려운 데가 된 것 같다(어디 KBS만의 일이겠습니까만은...). 


재밌다고 우겨봤자, ‘순정’ 따위가 재미있을 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주 쪼끔일 것 같고... 

다만 나는 성난 사람들과 외로운 세상의 경계 위에서 <순정복서>와 함께 한 지난 1년이 그래도 꽤 괜찮았다고, 대본의 어느 자락들, 배우의 어떤 표정들 속에서 따뜻한 위로와 감동, 그리고 선한 자극을 받았다고 말하고 싶다. 영리한 최상렬 감독의 계산된 연출에 홀려 어떤 씬에서는 정말 맘껏 울기도 했다(누군가는 갱년기라 그렇다고 하지만~ 최감독의 전작 ‘희수’가 영국 어느 해안 도시에서 펼쳐진 TV페스티벌에서 이 세상 엄마들의 마음을 울리며 작품상을 받은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리하여 감히 권해본다.  

세상의 성난 사람들에게 치이고 좌절하고 상처입은 채 뚜벅뚜벅 집에 돌아온 어느 월요일이라면, 

내 안의 분노와 싸우고, 누군가에 대한 미움으로 지치고 지쳐 너덜너덜해진 어느 화요일이라면, 

KBS 2TV 월화드라마 <순정복서>를 봐보시라. 지친 하루에 의외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거다. 

8월 21일 다음주 월요일 밤 9시 45분 첫 회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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