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말안들인의 주4일제 학교생활 적응기

우리집 ADHD 외계인의 지구 학교 탐험 보고서

by 공주맨

새로운 실험: 주4일제 등교 시스템


요즘 우리 말안들인은 주4일만 학교를 간다. 그마저도 보통 1교시가 끝나고 등교하니까, 사실상 반쪽짜리 학교생활이다. 뭔가 아르바이트생이 "저 오후부터 나와요~" 하는 느낌? 학교 출석부에서 우리 이름만 빨간 글씨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것 같다.



1학년 VS 2학년: 천국과 지옥의 차이


1학년 때는 보조교사 선생님이 1대1로 말안들인을 전담해줬다. 말그대로 VIP 서비스! 친구를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기 전에 사전 차단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말안들인이 그 선생님 말은 그나마 들었다.


그런데 2학년 선생님은... 어째서인지 말안들인이 완전 거부했다. 우리 외계인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구별하는 촉이 남다르게 발달했는데, 선생님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레이더가 삐삐삐 울렸나 보다.


물론 말안들인의 그간 행적을 보면, 선생님이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려운 건 당연하긴 하다. 범죄 수사 파일만큼 두꺼운 사건사고 기록이 있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생님은 '빡침샘'이라는 별명을 얻었고(창의력 인정), 말안들인은 선생님 지시 거부, 때리기, 반말하기, 분노 표출의 풀코스를 선보이게 되었다. 마치 미슐랭 가이드 폭력 코스 요리 같았다.


2학년이 되니 보조교사 할당 시간도 줄어들어서, 결국 보조교사가 있는 시간에만 학교에 가기로 타협했다. 일종의 평화협정 체결이었다.


학교에 있을 때 말안들인



공주맨의 일상: 죄송봇 모드 가동


매번 학교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나는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조건반사로 "죄송합니다!" 하고 받을 지경. 가끔 말안들인의 횡포에 화난 동급생 엄마와 통화할 때는 더하다. 무릎이 닳도록 사과해서 이제 무릎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무릎뼈는 이미 분말이 되어 바람에 날아갔다.


교감선생님, 담임선생님과의 면담도 정기 스케줄이 되었다. 내 스케줄표에 "학교 면담"이라고 적힌 날이 국경일만큼 많다. 그때마다 받는 질문들은 마치 범죄 수사 심문 같다:



학교 측 단골 질문 TOP 4


"가정에서도 이렇게 폭력적인가요?" (아니요, 집에서는 천사입니다)

"폭력적인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나요?" (뽀로로도 폭력적이면 폭력적인 건가요?)

"혹시 부모님이 폭력을 쓰시나요?" (저희는 채식주의자급 평화주의자입니다)

"집에서 욕을 많이 하시나요?" (욕할 시간에 약 먹이기 바쁩니다)



반전: 집에서는 완전 다른 외계인

그런데 놀랍게도 말안들인은 집에서 '형아맨' 모드로 변신한다. 이게 진짜 같은 애 맞나 싶을 정도로! 쌍둥이 동생들인 아기맨들과 잘 지내고, 조용히 숙제하고, 좋아하는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로봇 만들며 평화롭게 지낸다. 완전 닥터 지킬과 미스터 하이드급 변신이다.

공주맨인 나는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완벽한 육아를 시도했다:


두 돌까지 미디어 노출 제로 (TV는 장식품이었음)

세 돌까지 가정보육 (어린이집? 그게 뭔가요?)

체벌 금지, 오은영 박사 양육서 정독 후 올바른 훈육 (박사님 책은 다 외웠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웠는데도 이 모양이다. 일단 말안들인에게 맞는 약을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고장난 CPU에 아무리 바른 값을 입력해도 결과는 늘 에러투성이인 것과 같다. 내가 프로그래머였다면 이미 컴퓨터를 창 밖으로 던졌을 것이다.


말안들인이 그린 애완물고기 베타


슈퍼 말안들인의 등장


지난주까지는 폭세틴의 영향으로 '슈퍼 말안들인'으로 진화해서 더 깽판을 쳤다. 마블 영화에 나올 법한 빌런으로 업그레이드된 것 같았다. 제어 불가 상태가 되어 학교를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실제로 교감선생님이 "대안학교는 어떠세요?"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마치 "이 제품 불량인 것 같은데 교환하실래요?" 하는 톤이었달까.



억울한 현실: 지원의 사각지대


ADHD는 분명 F코드가 나오는 정신과 질환인데, 자폐와 달리 학교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특수교육대상자 지정을 문의해봤지만, 장애 진단도 아니고 지능도 떨어지지 않아서 어렵다는 답변.


분명 교실에서 잦은 분노폭발과 깽판으로 수업이 어려운데도, 팔다리 멀쩡하고 IQ 우수하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 마치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니까 괜찮을 거야!" 하는 식이다.



특별출연: 공주맨의 학교 침투 작전


나는 심지어 수업시간에 말안들인을 제어하러 학교에 가기도 했다. 완전 매니저 모드로!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불편해하셔서 그것도 그만두게 되었다. "보조교사가 있느니 지켜보기로 할까요?“라고 하셨지만 표정에는 “불편해요.“가 선명히 적혀있었다. 결국 학교 매니저 활동도 조용히 은퇴하게 되었다.


선생님 입장에서도 '말안들인 전담 매니저'가 부담스러우셨을 거다. 이해한다, 정말.



의외의 발견: 주4일제의 장점


그런데 뭐, 주4일제가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신의 한 수였을지도!


말안들인의 새로운 일상:

오전에 미국 선생님과 화상영어 (학교 늦게 가는 핑계로 영어 실력 업!)

학교 안 가는 날에는 도서관에서 책 실컷 읽기 (사서 선생님과 절친 됨)

전시회 관람하기 (문화 생활 레벨 업)

평화로운 오후 시간 (세상이 고요하다...)


공주맨과 갈비맨(말안들인의 히어로적 자아)


우리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다. 어쩌면 말안들인에게는 이게 더 맞는 시스템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5일제 하는데 우리는 4일제! 일종의 프리미엄 교육과정인 셈이다. (긍정적 마인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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