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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Aug 16. 2024

그저그런 여름을 보내는 방법

스치듯이 지나가지만, 스치기만 했을까. 스치기를 바란걸까

 날이 너무 덥다.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서 버티기 어려운 여름이 왔다. 최근 5년 간은 항상 더 더워진 여름을 맞이했던 것 같다. 


 더위보다 추위에 훨씬 약한 나는 어릴 때 여름이 버티기 힘들지 않았던 것 같지만, 쉽게 타는 피부와 습기에 약해서 여름이 반가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여름이라서 놀러 간 적도 잘 기억에 없다. 어릴 때 아빠가 바빠서 여름 휴가라는 이름으로 놀러간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어릴 때 부터 나는 여름 혹은 여름 방학이나 휴가가 기다려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영향인지 여름에 어딘가 놀러가고 여행, 휴가 계획을 짜는 게 나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곤 했다.. 장기로 여행 가는 것, 체력의 한계, 병원, 생일 등 이벤트로 휴가를 써도, '여름'이라서 휴가를 쓰거나, 무언가 이벤트를 즐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여름에 옷이 가벼워지니까 핫한 패션이나 레인부츠와 같이 장마룩, 수영장룩도 관심을 가질 법 하지만, 거의 쪼리 하나로 여름을 날 정도로 편함을 추구했고, 옷 보다는 다이어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커서 옷에 흥미가 가진 않았던 것 같다. 또 비가 오거나 습하면, 러닝,산책 등의 외부 활동도 제한 되고, 비오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보니 여름은 나에게는 스친듯 지나가는 계절으로 인식 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여름을 보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작년에 가본 에너지 넘치는 콘서트도 생각이 나고, 자정 가까운 시간에 나가서 산책하면서 전화하고, 좋아하는 팥빙수를 찾아다니고, 팥을 직접 만들어 먹고, 닭이 좋아서 삼계탕도 챙겨 먹었고, 푸릇함이 좋아서 아침 7시 전에 올라갔다가 10시쯤 내려온 등산, 만능 신발인 쪼리 신고 탄 발 등이 떠오른다. 적다보니 내 생각보다 나는 여름에 잘 보내려고, 또는 여름을 잘 보냈던 것 같다. 나에게 그저그런 계절인 여름을 보다 잘 보내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1. 음식

 음식 맛을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인데, 여름에는 '닭','팥빙수','과일'을 챙겨서 먹는 편이다. '닭'은 그래도 좋아해서 먹는 음식이다 보니, 삼계탕은 자주 챙겨먹으려고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팥'이 들어간 음식은 다 좋아한다. '팥빙수','황남빵','호두과자','붕어빵' 등 계절 가리지 않고 '팥'이 들어간 음식은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너무 인위적으로 단 것은 싫어해서 직접 '팥'을 불리고 (건강을 고려해서 설탕 대신)스테비아를 넣어서 '팥빙수'의 '팥'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여름 과일 '수박','무화과'는 꽤나 즐겨 먹는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 때 혼자서 큰 수박 반통을 수저로 퍼먹고 엄마한테 혼난 기억이 있다. 이걸 혼자 어떻게 다 먹냐고...^^;; 뭐 그 땐 그냥 맛있게 다 먹었던 것 같은데 지금 먹으라면 조금 많은 것 같긴 하다.ㅎㅎ

무화과는 어릴 때 되게 못생긴 것 같고, 물렁한 느낌이 너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생 때 우연히 가게에서 파는 걸 사서 먹어보고 반해서 여름에는 지나가다 보이면 한 박스 사서 한 번씩은 먹는 편이다.




2. 아이스 음료, 아이스크림

 나는 왠만해서는 따뜻한 음료를 좋아하고 우유를 좋아하는 라떼 파라서, 거진 커피를 주문하면 '따뜻한 라떼

'를 시키는 편이다. 그렇지만, 여름에는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기도 하고, 테이크아웃해서 자주 마시는 편이다. 특히 올해는 정말로 '따뜻한 라떼'는 거의 시켜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확장하면 '아이스 말차 라떼', '아이스 밀크티' 등 우유 들어간 차가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 같다. 재택 근무 할 때는 스무디(과일 + 초록색 잎채소)도 만들어 먹었지만, 요즘은 아침에 나가기 바빠서 거의 못 만들었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기도 한다. 어차피 커피는 어디서나 자주 마시니까, 살짝 지겹다 싶을 때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곤 한다. 확실히 더운 여름에는 차갑고 달달한 게 당기는 것 같다.




3. 쪼리

 위에서도 적었지만, 여름에 옷이 가벼워지니까 옷에 관심을 가질 법 하지만, 그렇게까지 자신 있게 몸뚱이를 들고 꾸미는 당당함이 나에게 부족했다. 아무래도 옷 보다는 다이어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나의 여름의 기본템은 '쪼리'였다. 조금 더 갖추어 말하자면 '플리플랍'이라고 할 수 있겠다.ㅎㅎ

스커트,바지,레깅스 등 어떤 옷에 그냥 신고 나가기 너무 적절했다. 쪼리 신은 자국대로 발이 탄 것도 생각이 나고, 아 (해외인턴 하면서 살림이 많이 안 갖춘 상태긴 했지만) 놀러갔던 싱가폴은 4일 내내 쪼리 하나로 충분하게 버텼다. 20대라 그랬던 거라기보다, 쪼리가 마냥 편하고 이뻐보였달까.ㅎㅎ 발이 아픈 건 많이 걸어서 아픈 줄 알고 그냥 그러려니 했던 기억이 난다. 러닝을 하고 부터는 운동화로 발을 보호하려고 하고, 전보다는 쪼리를 신는 비중은 상당히 줄었지만, 여전히 쪼리 신고, 편의점 가고, 레깅스 신고 운동 가고, 회사 출근하는 등(!) 나에게 여름 필수템이다.


4. 페디

 아무래도 발가락을 노출하다보니까, 여름에 젤페디를 꼭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항상 젤페디를 하진 않았다. 어차피 겨울이나 운동화를 신으면 잘 안보이니까. 그렇지만, 여름만큼은 6~9월 사이에 한 두 번씩 해주었던 것 같다. 나름 기분 전환도 되는데, 이게 색을 잘 못 고르면 그렇게 꼴 보기 싫을 수가 없어서 무난하면서도 시원한 색을 고르려고 한다.


5. 운동

1)요가

 요가에 빠져있을 때는 검정 레깅스 + 쪼리 조합으로 가볍게 다닐 수 있는 여름이 너무 좋았다. 따로 옷을 들고 다니지 않고 요가 수련하고 바로 집에 오는게 편했달까. 가벼운 옷 차림이 가능한 요가가 너무 잘 어울리는 계절이라고 생각했다.

 2)러닝

 코로나 때 러닝을 시작하고서는 여름에는 이른 아침 또는 늦은 밤 러닝이 너무 좋았다. 진짜 어쩔 수 없이 늦게 일어나고, 저녁 약속으로 (재택근무로) 낮 점심시간에 러닝하는 스스로 너무 고역이었다. 내가 그냥 뛰기로 나랑 스스로 약속했으니까 뛰는 거긴한데, 누가 뛰라고 하지도 안 뛰면 안되는 것도 아닌데 강한 햇살에 훈련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너무 싫었다. 한편 해가 일찍 뜨는 여름 새벽 러닝과 밤 러닝은 고요함과 선선함이 너무 좋았다.

3) 등산

 여름에 간다면, 늦어도 오전 7시 반 출발, 왠만해서는 보다 일찍 올라가곤 했다. 그렇지 않고서 많은 사람들과 더위를 이길 수 없어서 빠르게 올라갔다가 오전10시 전후로 내려와서 마시는 커피가 정말 좋았다. 말도 안되게 푸릇한 나무들과 풀, 파란 하늘은 자연의 생기로움을 일깨워주곤 했다. 물론 운이 안 좋게 비온 직후 또는 말도 안되게 습한 날씨에 등산을 갔다가...정말 그냥 운동이 아닌 노동을 한 적도 있었지만, 여름날 초록이 가득한 산은 너무 환상이었다. (참고로 올해 여름은 등산도 러닝도 안하고 크로스핏만 다니고 있긴 하지만...ㅎㅎ 조금 더위가 가시면 다시 주말에 봐야겠다.)

4) 수영

 독립했을 때, 집 정말 코 앞이 수영장이 있는 문화센터가 있었다. 나는 수영을 할 줄 알고 처음 부터 배울필요없어서 수영을 시작하는데 마음의 부담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 이게 이 곳에서 누릴 수 있는 여름의 최대 베네핏이라는 생각에 대기 타서 두 달 정도 아침 6시 수영을 등록했다.(그렇지 않고서..판교 출근하기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당시에는 최선이었다) 너무 시원한 상태로 물 속에 있고, 씻고 나오는 그 쾌감도 꽤나 좋았다. 확실히 쪼리 신고, 가벼운 옷으로 머리를 다 안 말리고 나와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여름 날씨라서, 여름에 수영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런 여름, 반갑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여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인지했던 것 보다 적어보니 나름대로 그동안 스스로 여름을 잘 보내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서 약간 재밌다(?)올해는 정말 시간이 증발하는 속도로 보내고 있는 것 같고, 여름 또한 스쳐지나가고 있음에 아쉬워서 오늘 하루 휴가 쓰고 잠시 멈추려고 나왔다.  초록 초록함을 보면서 이 여름을 기억하는 글을 적지 않으면 또 스치지나간다고 아쉬워 할까 싶었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어쩌면 내가 여름을 스쳐지나가기만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마냥 덥다고 하루 하루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올해 여름을 기억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며, 남은 여름을 보다 잘 보내보는 다짐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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