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 멘탈 털고 일어나기.
2.주위 사람들 with 음식들, 조언들
7~8월 여름 부터 혹은 그 전부터 미뤘던 일정들이 점점 잡혔다. 컨디션이 좋아지면 보자고 했거나, 바빠서 일정을 못 맞춘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약속이 있다보니 어떻게든 먹는 자리에 계속 가있어서 힘들다고 살이 빠질 일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지난 회고글에도 썼던 것 같은데, 먹을 복은 너무 많은 것 같다..ㅎㅎ 다들 마음이 힘들거나, 몸이 힘들면 살이 빠진다는데 역시 나는 해당되지 않았다. 기운은 없지만, 먹을 자리는 너무 많았다.
만나서, 멘탈이 무너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다들 다 지나간다고, 어쩌겠냐고,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매우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조언들을 들었다. (1)본인을 가꾸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시간이 약이라고, 정말 나아지는 시간이 온다고 했다. (2)누군가는 과거에는 겁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의 나는 겁이 난다는 말을 했더니, 경험과 데이터가 쌓이니까 당연히 과거의 나와 달라지는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다. (3)누군가는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그동안 안 배웠으면 지금 부터라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본인만 상처받고 힘드니까,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놓고 수용하라고 했다. (4)누군가는 (일 관련된 내용인데) 거절했으면 그만이고, 더 뒤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뒤를 보기에 나는 이미 바쁘고 나를 찾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5)누군가는 너무 빈틈이 없어서, 너무 끝까지 하려고만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내려 두라고 했다.
미련이 그득 그득 하고 싶은 것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나라서, 최근에 수용하는 법을 배우라는 조언을 많은 들었던 9월이다. p.s 나의 넋두리가 반복되지만, 끝까지 듣고 뼈때리는 후배 최고....ㅎㅎㅠㅠ
3.레드 플래그
주말마다 강의를 듣고 있는데, 그 기관과 9월 수강료 결제 관련해서 이슈가 있었다. 온라인 결제창을 열어주고 나에게 결제기한을 말해주지 않았고, 나는 못들었다. 그래서 9월에 수강할 때니까, 9월에 결제했더니 너무 늦었다면서 차액을 부담하라고 했다. 말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고, 본인이 못 들은 것은 아니냐는....그런 전화 통화 과정에서 나는 약간 폭발했다. 화가 메인 감정은 아니었고, 사실 개인적인 일로 감정이 컵 넘치기 직전을 오가고 있던 상황이어서 그랬던지, 감정이 너무 올라와서 말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차액이 부담 못 할 돈은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뭔가 억울함도 있었고 공격적인 태도로 말하는 상황이 너무 벅찼달까.
이 일로 '요즘 진짜 나 꽤나 벅찬가 보다, 멘탈 또는 감정의 중심 잡는게 어려운가 보다' 라고 인지했다. 기력도 없어서 추석 연휴는 뭘 하려고 하지 않고, 아예 책 한 장 안 피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시간이 아까우니 등산도 가고, 러닝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거나 책 읽으러 나갔을텐데, 아 기력이 진짜 소진되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나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4.루틴 (크로스핏 + 요가 + 드럼) 유지
너무 기력이 없어서 사실 운동과 금요일 드럼 수업 모두 스킵할 생각을 했다. 굳이 해야 하나, 좀 쉴까 그런 생각을 했다 주말에 수업도 있으니 취미로 시작한 드럼은 안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굳이 루틴을 지켜야 하나 싶어서 루틴에 대한 글도 적었다. 해야 하는게 아니기도 한데 왜 나는 쉽게 접지 않고 있나, 꾸준히 하는게 나의 아이덴티티 이긴 하지만, 이게 정말 방향이 있는 것인가. 내가 요즘 흔들리다 보니, 루틴을 유지할 필요가 있나, 의미가 있다 하는 생각을 꽤나 했었다. 결론적으로 일상의 기둥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를 돌아보니, 루틴 밖에 기억에 안 남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일상 속의 일탈도 이벤트도 있지만, 올해들어 유난히 일상을 단조롭게 만들어서 힘을 빼둔 상태이기도 하고, 루틴을 잠시 멈춰서 내가 정말 쉬고 재충전이 가능한 사람인가 보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분명 가만히 못 있을 것 같아서 답답해하거나 다른 걸 한다면, 그냥 이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5.가을 날씨 마주하기
9월 중수에 있었던 추석은 말도 안되게 더웠다. 연휴에 남산에 갔다가 너무 너무 뜨겁고 햇살이 아파서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바로 버스타고 내려왔다. 추석에 비워낼 겸 옷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정리하거나 집어 넣을 옷이 안보였다. 그치만 추석이 지나니 확실히 선선해지고 바람도 불고 이제서야 10월 초 연휴에 옷 정리 하면 될 것 같다. 말도 안되게 많이 오던 비도 그치고, 더위도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시간이 많은 것을 지나치게 해준다.
올해 7~9월 3분기 내내 감정과 멘탈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일상의 루틴 또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마음은 따로 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타인에게 보이기에는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말과 표정에서 슬픔이 뭍어나곤 하지 않았을까. 3개월 연속 하는 말이지만, 아주 다행히 주위에서 그런 나를 보고 '그럴 수 있다, 그런 시기가 있다, 털고 일어나라'라는 시선으로 보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그 속은 다는 알 수 없겠지만!) 이제 그만 기대고 일어나야하지 않을까.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도 멈추는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10월 초에도 연휴가 있으니까 조금 더 버퍼 삼아서 충전하고 가을을 보낼 준비할 계획을 세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