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흐르는대로 흘러간 초여름
6월도 역시 순식간에 지났다. 5월에도 월초에 꽤 긴 연휴를 보내고 시작했는데 6월도 월초에 선거일과 현충일로 휴일이 많은 상태로 시작했는데 역시나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더더더더더더 빨리 지난간 느낌이 든다. 진짜 시간이란 무서운 놈이 맞다. 하하…^___^
1. 템플스테이
사실 5/30~31, 5월 말에 다녀왔었다. 회사 요가 동호회 멤버 중 한 명과 같이 다녀왔다. 삶의 의지가 여전히 없던 연초에 이야기 나와서 예약만 해두었는데 세상에 벌써 그 시기가 도래해서 다녀왔다. 생각보다는 너무 즐거웠다. 속세를 전혀 떠난 느낌은 없었고, 담당해주신 스님이 너무 재밌으셔서 좋았다. 그리고 함께 간 회사 동료와 하루 종일 대화를 했던 것 같다. 회사, 팀, 여자의 삶, 결혼, 연애, 건강, 노후 등 다양한 주제로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종일 함께 있었던 그녀와의 대화가 너무 즐거웠다(나는! 그녀의 생각은 모르지만…) 그래서 템플스테이에 대한 인상도 너무 좋게 느껴졌달까. 108배도 무리 없이 수행했고, 짧은 산책도 좋았고 아침 명상도 좋았다.(물론 나는 역시나 명상하면서 잠에 들었던 것 같긴하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스님과의 차담이었다. 스님도 고민이 있으시냐고 여쭈어 보았는데 바로 나온 대답은 ‘노후준비‘였다….ㅎㅎ 이게 정말 제일 웃겼다. 속세를 떠났으나, 속세를 떠난 것이 아닌 것인가 하는 생각과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보고 찌질하냐고 물어보신 것도 단어 선택이 너무 재밌어서 기억에 남는다.ㅎㅎ 당시에 들으면서 ’우아’ 이게 불교의 묘미인가 싶었는데, 한 달 지난 지금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ㅎㅎ 나의 기억력이란..) 그렇지만 확실히 좋았던 경험과 시간이었다.
2.역시 먹을 복이 넘쳤다.
이번달 회식은 점심과 저녁 회식이 있었고, 꽤 술 마실 자리가 있었다. 알콜쓰레기인 나는 약간의 성장을 했지만, 아직 와인 한 잔, 맥주 두 세 모금이 주량인 나에게는 꽤나 많은 횟수여서 힘들었다.(?) 아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하게 먹었다. 다이어트 생각은 내려놓고 동네에 마음에 드는 치즈케이크를 찾아서, 홀케이크을 사서 선물하기도 했고, 남영역에 정말 유명한 붕어빵을 파는 곳도 평일 점심에 지나가다가 바로 줄없이 구매해서 먹어보기도 했다. 이번달은 정말 풍요롭게 풍족하게 먹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제 살짝 식욕이 꺾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잘 먹는 한 달이었다. 정말로!
3.불교 again
어쩌다 보니 가는 길에 조계사를 또 들렸다. 템플스테이 이후로 확실히 불교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불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는데, 절 입구를 지나서 자리가 있는 곳에 가만히 앉아 있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비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사람들의 수 많은 바람과 염원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요행은 아닐까. 바라는 마음은 진정일까 생각하면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절은 분명 명상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은 든다.
4.산책,러닝
4월에 팔을 다치고서 거의 운동을 못하다가 깁스를 풀고서는 간간히 러닝을 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덥고 습한 날씨, 자외선 등으로 이제 러닝은 한동안 안 할 것 같다. (마지막 러닝 기록이 6월 14일이다.)그래도 이번 달에 가끔 러닝하면서 한강도 보고, 남산 산책하면서 노을도 보고, 살아있어서 좋은 걸 보았다는 순간들이 있었다. (음 나는 이 동네를 좋아하는게 확실하다)
5.크로스핏 again
답답함을 참지 못하다가 결국 다시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몸도 근질거리는데 6월 연휴도 있고, 러닝하기는 덥고, 헬스장은 싫고, 아 중간에 감기로 살짝 고생하면서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리니 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주5 아침 7시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팔도 다쳤었고, 무리하면서 운동하지 않는 편이라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했다. 다만 이 곳에 느껴지는 1년 전의 나의 모습, 만났던 사람들과 지금 나의 모습, 아직 이 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오버랩이 되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달까. 누군가는 이직, 이사, 결혼 등의 변화를 겪어낸 시간 동안 나는 어땠던가 공간이 주는 회상이 있었다.
6.혼자만의 시간
혼자 있었던 시간이 꽤 있었던 6월 이었다. 혼자 책도 보러가고, 카페나 아지트에 혼자 콕 박혀있고, 임장도 다녔던 것 같다. (이전 글에 썼었는데 요즘은 임장 겸 산책을 가고 있다) 약속도 좀 있었는데 너무 휘둘리지는 않고, 내 페이스에 맞게 옮겨지기도 해서 크게 스트레스까지는 안 받고, 적당한 밸런스였다. 혼자 노트북과 핸드폰 혹은 책을 쥐여주면 뭐 부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밀려오기도 하고, 그만큼 내가 무엇 하나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혼란함에 ‘정지‘상태로 시간을 가기도 할 때가 있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가 어리석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답을 찾는게 아니라면 혼란함에 파묻히지 말고 즐겨보자…즐길 수 있어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25년의 반을 보냈다. 번아웃에서 나오면서 누워있던 시간도 있고, 팔 부상과 감기로 강제로 쉬어가기도 하면서 알콩달콩한 시간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몸과 뇌는 ’정지’ 상태로 혼란함의 연속이었던 것 같은데, 부디 남은 반 속에서는 나만의 방향성 다시 잡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