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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간회고

2025년 5월 회고

다채로운 5월이었다.

by 다만하

팔이 다친 4월, 깁스하고 풀고지낸 5월은 긴 연휴로 시작했다. 회사도 안 바쁘고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다. 그래서 정말 가만히 누워있으면서 잉여롭기도 했지만 머리는 꽤나 복잡했던 5월이었다.작년도 이맘때는 좋다, 잘 쉬었다 했던 것 같은데 극악의 하반기를 보내고 겨우 정신 차리니 25년 5월이라는게 정말 데자뷰 같기도 하다. 하나씩 과제를 쳐내가면서 다음 퀘스트를 가야하는게, 계속 미해결 상태로 많이 들고 있으니 몸은 무겁고 진도는 안나가는 악순환은 곧 끊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뫼비우스 띠에 갇힌 거수처럼 제자리인 내가 안타깝기도 한데 시간은, 그리고 나는, 답을 찾을거라고 믿어보며 한 달을 회고해본다.


1.요리

연휴동안 엄마가 집에 없어서 아빠의 아침을 챙기는 겸 간단하게 해먹은 파스타와 자취요리를 오랜만에 해보았다. 사실 요리가 아닌 조리의 가까운 수준이긴한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회사에서도 일찍 퇴근하고 집에 오면 운동 보다는 요리해먹으며 저녁식사를 했던 한 달이었다. 운동이 빠진 일상이라 식이를 조절해보려는 의도도 조금 있었고, 남아도는 파스타면도 처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대충 대충 면만 익으면 그냥 볶아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뭔가 챙겨먹는 느낌도 더 있었고 동시에 그냥 쉬고 싶은데 저녁에 뭘하고 치우면 시간이 가고 밥 먹고 움직이기 싫어서 게을러지기도 했던 것 같다. 가능하면 운동은 아침이나 집에 오자마자 해야 할 수 있지 아니면 저녁 먹고 늘어지기 십상이라는걸 다시 느꼈다.



2.한강

팔 다치고 크로스핏은 물론 요가도 거의 안하고 홈트 또는 러닝을 가끔했다. 아무래도 먹는양이 늘어서 몸이 무거워지는 것이 당연했기에 간간히 상황을 봐서 뛰었는데, 역시 한강은 언제나 좋았다. 저녁 무렵에 볼 수 있는 노을빛은 환상적이었다. 다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저녁시간에 자주 못 간 것이 좀 찔리긴한다.이렇게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람을 맞으면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으니 감사하다는 마음과 동시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반성하기도 했다. 매년 이맘 때도 건강하게 이 길을 뛰고 있을까. 어떤모습일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3.빵빵빵

최근 대전과 좀 가까운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빵도 자주 먹고, 작년부터 밀가루를 안 피했더니 회사에서도 빵을 먹는 것도 자주 있었다. 오 연휴에도 브런치카페도 가고 유난히 올해 빵순이의 삶을 사는 중이다. 먹다보니 어차피 탄수화물이니 밥이나 빵이나 그게 그거 같기도 하고, 대전 빵들은 성심당 버프 탓인지 다 맛있었다. 사서 선물하기도 하고, 진짜 맛있게 다양하게 즐겼던 한 달이었다.



4.사람들과의 만남

꽤 많았다!!!! 와 나는 진짜 혼자 있다가도 사람들 없이는 아예 못 지내나 싶었다. 연휴에도 약속을 몰고 다음날 뻗기도 했고, 대충 말이 나온 것들은 그냥 가기도 했던 한 달이었다… 마케터의 일상, 30대초중반 미혼 여자의 고민들, 연애,결혼, 독서모임 운영, 돈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것의 두려움, 회사에서 있던 이야기, 유산, 결혼 할 때 중요한 가치란 등 적고보니 너무 내 주위 그룹의 고민들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현실을 더 알수록 이 것도 저 것도 못하겠다는 마음이라는 게 이해가 되었었다. 인플레의 시대 속에서 나는 어떤 포지션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걸까 , 계속 밀리려나, 어딘가 한 방이 있을까, 아님 아예 다른 게임을 하고 싶은가 등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불안한 감정이 빠지기도 했었다. 어떻게든 이 게임을 끝내거나 빠져나가거나 다음 퀘스트로 가지?! 싶다가 자신이 없다가 등 오락가락 하는 일상이랄까. 다들 그러나 싶기도 하고, 나만 그런가 싶기도하는 답답한 감정 선에 빠져 있었다.




5.꽃

봄은 봄이었다. 밖에서 노랑색 꽃이 유난히 많던데 가볍게 기분을 낼 수 있었다. 꽃 살 돈으로 커피를 사고 케이크를 사먹을까 싶었는데, 이 덧없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이 비합리적인가, 그렇다고 말할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이런 선택을 보고 느끼는 감정들이 나인가 싶었다.



6.헌혈

오랜만에 헌혈을 했다. 전혈 헌혈 주기가 2달이라서 오랜만에 갔다. 다만 바보 같이 뼈가 부러진 왼팔 혈관이 좋다고 팔을 내민 내가 모자란가 싶었는데, 뭐 내 뼈가 붙는 것과 혈관이 상관이 없겠지 싶었다. 생각보다 어지럽기도 해서 전혈은 무리인가 생각했지만 할 수 있을 때 해두고 언젠가는 이런 것들이 좋은 영향으로 돌아오길, 혹은 아니어도 괜찮고 타인에게 좋은 도움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7.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민음사 고전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고 와서 검색 중에 연극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표가 없었고, 자리도 한 두자리씩 취소표가 나오길래, 요즘 팔 다쳤다고 퇴근하고도 집에 있으니까 빨리 그냥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하루 전 날 예매하고 다녀왔다. 우선 책 내용은 알고 있었고, 대학생 때 연극 받고 컬쳐쇼크였던 기억이 났다. 와 뭐 이래. 대사가 뭐 계속 고도를 찾자고 하냐, 이해가 너무 안된다고 돌아온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정말 30대로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한 바가 있어서 그랬는지 내용이 오롯이 잘 이해가 되었다. 나의 고도는 무엇일까,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등,,, 그러다가 연극이 끝나고 배우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는데, ’한 우물을 파라‘라는 말이 나를 좀 돌아보게 했다.


쉬면서 다채롭게 보낸 5월이었다. 정말 운동도 공부도 해야한다는 강박 없이 흐르는대로 보내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확실히 전보다 에너지도 차서 어떻게 써야하나, 어떻게 살지를 모색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나를 알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흐릿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더 흔들리면서 불안해지는게 답답하기도한데, 잘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5월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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