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느린 속도와 여백을 즐긴 한 달
3월 회고 글을 발리에서 썼는데, 아니 왜 5월 초인가. 지금, 올해의 나는 계속 쉼,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에너지도 떨어지는 에이징 커브를 맞고 있어서 전보다 덜 하는데 더 시간이 빠르고 더 피곤한건가 싶기도 하는데,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지 하는 생각도 멈춰보니 확실히 여백이 생겨서 마음도 어느 정도 우울하기 보다는 평온해진 느낌이 든다. 다음달은 조금 더 액티브하게 보내볼 수 있지 않을까.
1.팔 부상
3월 한 달 좀 넘게 크로스핏을 중단했었다. 그래서 발리 다녀와서 충분히 쉬었고 살도 올랐으니 이제 운동 가야지 싶었는데 아니 이게 왠 걸, 가자마자 바로 철봉에서 떨어져서 4월 한 달 꼬박 깁스를 하고 살았다...어쩌면 움직임이 편치 않으니 가장 평온 할 수 밖에 없었던걸까 싶기도 한데, 나름 적당히 잘 즐겼던 것 같다. 첫 날 떨어지고 센터에서 굳이 굳이 병원에 가라고 하셔서 갔는데, 별 이상 없대서 신나서 집에 왔었다. 그런데 다음날 나는 출근했다가 아래사진 처럼 붓고, 검매진 손을 부여잡고 너무 너무 너무 아파서 다시 병원에 갔다가 뼈에 금갔다는 걸 알게되었다..^____^ 덕분에 mri 도 처음 찍어보고 스스로 아주 잘(?)했다는 생각에 억울할 수도 없었다...^___^
2.꽃, 봄
봄이었다. 꽃을 작년 만큼 많이 보았다. 팔이 아프니 빠르게 뛸 수도, 운동을 할 수도 없다보니 4월은 오로지 회사-집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덕분에 텅텅 빈 주말과 일정 속에서 짧은 산책만 가능했던 터라, 스치기 보다 가만히 오랫동아 꽃도, 하늘도 보면서 봄을 느끼고 시간의 흐름은 인지했던 4월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3.빵모닝,빵순이?
밀가루랑 거리가 멀리 살다가 작년부터 아무거나(?)가리지 않고 먹기 시작한 식성이 계속 남아서 일상 속에서 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회사 1층 카페가 크루와상과 휘낭시에를 꽤나 잘해서 팀원들과 자주 먹기도 했고, 개인적인 약속에서도 카페, 빵집을 자주 갔던 4월이었다. 동시에 다이어트가 점점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빵을 외면하지 않고 먹고 있는 내가 미련해보이기도 하고, 인생 뭐 있나 싶은 경계에서 즐겼던 것 같다.
4.아이스크림...?
빵에 이어서 아이스크림이 갤러리에 꽤나 등장한 걸 보고..아.. 약간 자책감이 들었다ㅋㅋ 커피 대신 아이스크림으로 나는 요양이라는 명분(이라기 보단 핑계) 아래에 당을 단단히 즐겼구나 싶었다. 그래서 당충전 덕분에 한 달이 평온했던가. 그렇지 우울하고 기분이 안 좋거나, 피곤하고 졸릴 때는 당 만큼 직방의 효과를 주는게 있으려나. 5월은 좀 줄여봐야겠다 정말...^___^
6. 한강
4월 한달 동안 주말 마다 집 근처 한강을 산책 + 러닝을 했다. 팔이 다치고 깁스를 한 상태라 하루 일과에서 운동도 빠지고, 약속도 거의 뺴니까 주말에 정말 한적하게 집에 있으면서 아침 혹은 저녁에 산책을 갔었다. 팔이 점점 나으면서 살짝 러닝도 하면서 푸릇한 나무와 고요하면서 잔잔한 물결, 다채로운 노을, 그 시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속에서 이 공간, 이 시간에 나는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고민도 하고 혼자의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었다.
돌아보니 정말 먹고, 걷고, 자고, 매우 단순하고 쉬기 밖에 안한 4월이라는게 약간은 부끄럽기도 하다. 정말 시간과 에너지를 풍요롭게 아주 천천히 가져갔던 느낌이라, 다음달은 충전한 에너지를 조금 더 생산성 있게 쓰는 계획을 짜면서 연휴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