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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간회고

2025년 3월 회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잘 놀았다

by 다만하


겨울부터 지금까지 4~5개월 간 더 뭘 할 의지도 힘도 없어서 일을 하지 않은 빈 시간을 꽤나 흥청망청 써보았다. 나는 보통 할 일을 찾거나 약속으로 채웠을텐데, 최대한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여행도 가고 이야기도 듣다보니 지금이 되었다. 올해 1분기를 마무리 하면서 나는 어떤 걸 보고 듣고 생각하고 알게되었는지 돌아보려고 한다



1.재정비

러쉬 스파, 머리, 네일 등 재정비를 했다. 그냥 시기가 도래해서 머리도 하고 네일도 하지만 좀 더 당겨서 해버렸다. 할 일을 없애버리니(안 하고 멈췄다는 말) 빈 시간이 늘어서 빨리 to do를 해치우고 싶었다. 잠시지만 자기한테 잘 해주어야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서 홍진경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남이 나를 우스워하더라도 나는 내가 먹고, 입고, 쓰는 것, 베개,침구 등을 좋은 것으로 잘 가꾸어 주려고 한다. 그게 자존감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겸사 겸사 방 구조도 바꾸고 그랬다. 이사 가려고 고민해서 좀 방치했던 방인데(어차피 잠만 자고 저녁에는 침대에서 노트북만 하기에) 있는 동안 더 잘 치우고 버려서 깔끔하게 유지해려고 생각했다. 확실히 머리가 복잡할 때 청소와 정리는 도움이 되고, 재정비도 기분 전환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2. 사람들과의 만남

점심시간 틈틈히 만나서 나눈 이야기도 있었고, 퇴근길을 함께하면서 여러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그러다 길어져서 한강 가고…ㅋㅋ ㅠㅠ) 지금 나이 대에서 겪는 고민을 투자로 해소하기도 하고, 일로 승부보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연애 이야기는 항상 끝이 없고..ㅎㅎ. 나는 일의 방향에 대해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방향 잃었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도메인으로 왔지만, 이게 최선이야?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골라 골라 공부하겠다고 하다 뻗은게 작년이었다. 다시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엄두가 안나면 이게 내 길인가, 그냥 어렵다고 피하는가 생각 중이다. 혹은 진정 원하는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계속 들어서 혼란의 도가니였다. 긍정적으로 과정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조바심을 내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우물쭈물하다 미래의 내가 준비되지 못할까 못할까 두려웠는데… 이미 그 단계를 직면한 것 같고, 삶은 어떻게돨지 모르니, 좀 더 담대하게 책임지는 자세로 버티는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포기하고 욜로는 하지 말자는 생각 정도.



3. p가 아닌디 p같은 일상

나는 j에 좀 더 가까운 사람이다. 그치만 요즘 나는 무계획으로 있다가 움직이곤 한다. 삼일절에도 갑자기 저녁 다되서 오후5시에 사촌오빠 집에 조카 보러 가고, 주말 오전에 급 오후에 노트북하러 동기를 부르고 지나가는 약속 사이에 커피도 마시고…11일 정도 되는 휴가를 준비 없이 있다가(고민만 하고)우 갈 나라를 정해 비행기표만 사고 있다가 도착해서 계획을 세우고 숙소를 잡아서 다녔다. 확실히 unsure, uncertainity 불확실성이 달갑지 않고 나를 더 불안하게 하는 걸 알았다. 미리 준비,계획하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거나 귀찮아서 미룬 것이 화근인데, 뭐 지치니까 대충 그리 살아보았으나 본디 내 스타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이리 살아도 또 일이 해결되기도 하는 구나, 어떻게 방법은 나온다는 것도 느꼈다.



4. 3월 하늘

또 이렇게 맑은 하늘이 보이고,봄이 오고 개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시간은 늘 가고 있다는게 무섭지만,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다채로운 모습이 눈을 정화해주었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감각을 예민하게 열어보면 세상은 아름답고 맑은 구석이 많은데 하하..



5.거제

장기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떠났었다. 숙소가 준비되어서..?! 작년에 왔다가 너무 좋아서 다시 왔는데, 가기 못한 곳을 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웠다. 시작는 붕어빵과 헌혈이었고, 꽤나 유의미한 임팩트가 가득했던 시간이었다.아 멀리서 제대로 본 다도해…섬이 많다는 것을 위에서 보면서, 아 내가 보는 관점과 각도가 너무 모자란 것일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 사람도 일도 사물도 평면적으로만 보거나 입체로 볼 수 있는 시간과 능력,여유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게 생각이 들었고, 입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싶었다.




6. 기대하지 않은 도움과 선물

요즘 정말 신기하게 경험한 것은 내가 움직이지 않았는데 내 할 일이 해결되고 있었다. 나는 뻗어있는데, 모임 운영 또는 활성화 하는데 도와주는 멤버들도 있고, 퇴근이나 여행의 드라이브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오 예상치도 못하게 만나서 이야기 하다 자리를 제안하기도 하고(안타깝게 잘 되진 않았으나) 지나가는 말도 귀담아 듣고 챙겨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동안 이런 서프라이즈가 없던 것은 아닌데, 이전에는 쌍방이거나, 내가 주는게 편했다. 그런데 내가 가만히(!) 있는데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게…해결이 된다는게 신기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틈이 없고 그럴 기회를 타인에게 열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하던데, 꽤 맞는 것 같았다.



7.운동

와우 2월 말 크로스핏을 연장하지 않고 멈췄다. 거진 10개월을 평일 매일 나가다가 멈춰보았다. 이사도 고려는 하고 있고 장기휴가도 있어서 좀 멈출 수 있을 때 같았다. 살이 오르는 것이 무섭지만, 뭐랄까 지난번 드럼도 그렇고 멈춰보기로 했다. 6개월 정도 요가하다 가야지 싶은 생각인데, 내 몸뚱이가 통통해져서 더 빨리 갈 수도 있을 것 같다.ㅎㅎ 그래서 3월은 주말에 러닝 하러 나가서 한강을 본 날이 있었다. 가끔 홈트도 하고 회사 요가 수업 준비라 해도 운동량이 워낙 떨어지니…통통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식사량이 늘어가지고 큰일이다 하하하하하 한동안 다이어트 생각 없이 살았는데, 다시 일상에 돌아오겠다 싶다.



8. 리트릿, 발리

드디어 왔다 이곳에. 이렇게 정신이 없이 노준비로 올지 몰랐는데 어쩌다 그리 되었다. 비행기는 2주 전, 비자는 1주일 전, 이심과 공항 택시는 하루 전, 보험은 당일 공항, 숙소는 3일만 잡고 왔다. 와서 동행도 만나서 투어도 하고, 그래도 한국에서 봐두었던 곳 중에서 4일 요가 워크샵도 결국 듣고, 아 녜삐데이라고 발리 공휴일로 꼼짝없이 2일을 숙소에 콩 박혀있어야 하는 것도 와서 알았다...(이럴꺼믄 일찍 귀국하지 않았을까)오기 전에 내가 이걸 가는게 맞나, 이렇게 혼란함 속에서 이게 맞나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백지로 와서 기대 없이 채우니 부담이 없었고 아쉬움도 덜했다. 많이 알수록 더 아쉬울텐데, 아는게 없는 상태라 다 좋았다.(물론,,,블로그와 후기를 보면서 화창한 날씨와 함께한 사진 등을 보고 쓰라릴 때도 종종 , 간혹 더 생기기도 했다만…) 그렇게 녜삐데이를 보내면 한국에서 할 일도 하고, 가계부도 더 적어보면서 3월 회고글을 적으면 시간을 보내는데, 생각보다 역시 시간은 금방 가고 이제는 움직일 힘이 조금씩 올라오는 느낌이다. 리트릿 하기 잘 했다.



10일 이상 여행하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내 몸이 어떤지 두 발이 편한지, 잘 가꾸어 먹는지, 잠 잘 곳은 평안한지, 온전히 의식주만 집중하는 삶이 되어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이동을 하면서 쉬어 가는 시간도 있고, 너무 빡빡하지 않을 수 있어서 가지고 있던 혼란을 잠시 밀어내기도 혹은 그 혼란을 좀 딥하게 파보기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의 패턴도 다시 느끼고, 고민은 해결되지 않아도 에너지도 충전 했으니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이런 시간을 영양분으로 삼아서, 뿌리를 더 내리면서 덜 혼란하고 덜 흔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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