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채우고 있는 중
길었던 설 연휴 내내 크게 약속을 잡지 않았으나, 랜덤 하게 영화도 보고, 친구랑 차도 마시고, 임장도 가고 할머니 집도 가고... 정말로 뭘 해야겠다는 생각 없이 그냥 시간을 보내고 2월로 넘어왔다. 2월부터 슬슬 정신 차려볼까 싶었는데, 세상에 2주 간 일이 너무 많았다. 밸런타인 직전 3일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벌써 회고 글을 쓸 때가 돌아와서 황당하지만, 인생이란 시간이란 그런 법인 것 같다. 점점 빠르게 지나가서 돌아보니 아니 벌써라며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럼 바로 사진첩을 열면서 소소하게 잘 먹고 쉬었던 설연휴와 2월을 돌아본다.
1. 삿포로 여행
설 연휴가 길어졌는데, 아쉽지만 나는 준비한 게 없었다. 1년 전에 이 시기에 터키에 가거나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둘 다 멀어진 상황이라서 크게 준비한 게 없었다. 설 연휴 기간은 너무 사람도 많고 비쌀 텐데 싶었는데 휴가가 많은 관계로 설 연휴 직전에 조금 비행기가 저렴할 때, 하루 정도 휴가를 내고 3박 4일로 삿포로를 다녀왔다. 눈을 너무 좋아해서 보고 싶었으나, 눈 오기 직전의 삿포로를 보고 와서 우리나라 보다 더 따뜻하게 있다 왔다. 조금 더 멀리 가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확실히 환경 전환을 해주니 환기되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2. 10일에 가까웠던 설 연휴
다이어트 생각 없이 보낸 작년이었는데, 요즘은 좀 덜 먹어야지 싶었다. 그렇지만, 연휴 동안 운동도 안 하고(춥다고 러닝을 스킵하며) 야무지게 집에서도 외갓집에도 평상시 먹지도 않는 떡과 떡국을 가득 먹었다. 나이에 큰 감흥이 떨어지고 둔감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떡'을 먹을 때 '나이'를 먹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ㅎㅎ 연휴 동안 회사 경력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영화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친구와 지인과 했었다.
승진하고, 투자 생각이 많은 사람, 부동산에 운이 따른 사람, 결혼을 고려해서 임장을 다녀오는 사람, 낭만 있게 좋아하는 것에 계속 집중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운전을 해서 어디든 떠나기도 하고, 하루 이틀 어디 다녀와도 좋았을 것 같은데, 춥다는 이유로 10일 동안 서울에서 보낸 시간이 돌아보면 아쉽기도 한데, (아직은) 잘 쉬고 싶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마무리했다.
3. 사람들과 이야기
기분이 안 좋아서 알코올에 취약하지만, 술에 기대고 싶어서 퇴근하고 술 마신 날도 있었고, 1살 아이를 보러 집들이처럼 찾아간 날도 있었고, 모임 리더와의 이야기, 안정적인 연애와 커리어에 대한 고민하는 친구, 오랜만에 대학동아리 소모임, 여러 사람과의 여러 번의 대화가 있었던 것 같다.(돌이켜 보니 너무 많았던 것 같기도..@_@) 다른 사람의 일상과 이야기들은 참고 사항이고, 머릿속의 내 생각이 정리되진 않은 상태지만, 그래도 조금씩 덜 불안한 마음이라는 게 조금 희망적이랄까.
4. 소홀했던 운동
연휴 내내 크로스핏 박스에 가서 운동하지 않았고, 한 2주간은 일이 너무 바빠서 아침에 크로스핏 스킵하고 바로 출근하기 바빴다. 그래서 정말 먹고 안 움직여서 몸이 찌뿌둥하고 무거운 기분이 많은 편이었다. 그래도 운동할 시간이 없음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이런 시기도 있구나, 곧 루틴대로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좀 편하게 받아들인 것은 잘한 것 같다. 크게 아프지 않고, 몸이 크게 불어나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운동하는 시간이 인지하지 못했지만 꽤나 소중하구나라고 느꼈었다.
5. 맑은 하늘
뿌연 하늘이라서 등산에 가지 못했던 주말도 있었는데, 2월은 대체로 맑은 하늘을 자주 보았던 것 같다. 꽤나 하늘 사진이 많았던 2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쨍하게 정신이 드는 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하늘과 선명한 빛이 내려앉는 모습들이 꽤나 좋았다. 내가 보지 않았을뿐 더 감각적인 사람이라서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이 황홀하기 그지 없을까 하는 생각도 일었다.
5. 오랜만에 선물 요정
지난달 설이라고 한라봉을 외가와 친척 분들에게 보냈는데, 연말정산을 보고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내가 이렇게 많이 썼다고@_@_@_@ 실화라고@_@_@_@) 그렇지만 이번에 삿포로 다녀와서 너무 좋았던 초콜릿과 쿠키를 꽤나 사 와서 설 연휴 동안 나누고, 팀원들도 작게 챙겨 왔었었다. 집들이 겸 빵이랑 선물도 챙겨가고, 잘 쓰는 화장품도 전달하기도 했었다. 요가에 빠진 친구에게 점심시간에 아로마오일도 전하러 간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꽤나 이번 달도 받은 선물이 더 많아서 꽤나 풍요로운 그런 한 달이었던 것 같다. 연말 정산을 보고 좀 줄여야겠다 싶었지만, 사실 선물 때문이었을까...ㅎㅎ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는 그런 시간이 있었다.
이렇게 거의 3개월 간 충분히 잘 먹고, 뭘 못 했고, 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잘 쉬었으니, 앞으로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보고 싶다. 아 어제 용산역에서 지나가다 보았던 팝업스토어였는데... 내가 작년부터 유난히 많이 쓰는 카톡 이모티콘 굿즈가 있었다. ㅎㅎ 이런 마음으로 예민한 나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대담하게 나아가며 이번 달을 잘 마무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