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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간회고

2025년 1월 회고

새해라는 생각이 없는 그런 일상을 보내는 중

by 다만하

인지하지 못하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는 와닿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아 정말 1월, 새해 같지 않게 새롭지 않은 느낌이라 묘하다. 돌아보니 이래저래 밥먹으러 바빴던 것 같은데, 살은 야무지게 찌고 있으니까, 마음도 채워지는 중이길 바라며 회고를 시작해본다.




1.멈춤,정지

드럼 수업을 환불하고 1월 수업은 등록하지 않았다. 12월 한 달 온전히 시간을 쉬면서 충전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자잘하게 시간 쓴 것으로 더 채우기는 부족한 것 같아서 좀 더 비우려고 마음 편하 멈추는 중이다. 입버릇 처럼 올해 목표는 심신의 안정이라고 하고 있는데 어서 내가 0으로 충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눈이 내린다. 잠시 멈추고 밖을 보는 순간들이 있었다.


2.사람들과의 대화

신년회 겸 친구 지인도 만나고 12월 부터 회사 내에서 살짝 지나쳤지만 이야기 하고픈 사람들과 밥 또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들은 다양했다. 소개팅을 시작하는 친구,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친구, 30대 후반의 연애 이야기, 사람에 대한 기대하지 않는 삶, '오히려 좋다'의 삶, 이직 또는 승진 이야기 등 다들 괜찮은(?) 일상과 소식을 전해주었다. 나는 별로인 시간이 많은 24년 이었지만, 25년은 새로운 마음으로 마이너스가 아니라 0에서 시작해서 흑빛이 아닌 핑크빛 아니 눈부신 한 해를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ㅎㅎ





3.체력의 한계가 오는 출퇴근

내가 찾은 최적의 출퇴근 동선에 '한남동'이 있다. 한남동은 빨간 버스타고 판교로 내려가는 길목이다. 기본적으로 출퇴근도 왕복 2시간이 넘긴하는데, 작년 계엄령 이후로 최근까지 시위로 너무 길이 막혀서 판교에서 한남동 까지만 1시간이 더 걸렸던 적도 있고, 기존 버스정류장이 무정차해서 아침부터 후다닥 뛰어다니기도 하는 등으로 내 체력의 한계점에 계속 다다르는 날이 꽤나 많았다. 정말 버거웠던 최근 두 달간의 출퇴근 길에 나는 굉장히 진지하게 '차'와 '이사'를 고려하게 되었다...


하하하하하하... 2025.01 @한남동, 한남오거리


4.사주

사실 예정된 일도 아니었다. 작년 12월에 학교 선배 언니가 추천해준 사주 가게가 있었다. 이태원역라서 내 동선에서 가까운 편이지만, 사람도 많다고 하고 기다리면서까지 사주 볼 만큼 마음이 안 들어서 가지 않았었다. 그러다 하루 퇴근하는데 판교에서 한남동 까지만 1시간이 더 걸렸던 날, 강제로 한남 오거리에서 하차하고 걸어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날 피곤한 상태로 이태원역으로 걸어오다가 급 생각이 나서 대기가 많은가 보았더니, 두 명 뿐이었다. 이 곳에는 세 분의 선생님(?)이 계시는데, 랜덤으로 보게 된다고 했는데 또 운이 좋게 언니가 추천해주신 분에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서...오늘 저녁은 좀 지쳤다는 생각에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보았다.(사실 이곳이 굉장히 유명하다고 들었다.그렇지만) 나는 생각보다 쏘쏘했다. 나한테 정신없이 바쁘게 살라고, 다재다능한데 밸런스를 잘 가져가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매력에 비해 나이가 적지 않으니 서두라고...ㅋㅋㅋㅋ 뭔가 내 메인 재능을 못 쓰고 있는 기분이라서 일과 회사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는데 그냥 유튜버도 하고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다 하라고..그런 말을 들었다. 크게 25년에 대한 내용도 아니었고, 뭔가 답을 들었다는 느낌도 아니었지만, 나한테 잘 된다고 했다.(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래, 앞으로 잘 되면 되었다. 하는 생각으로 집에 와서 엄마랑 사주 이야기를 했었던 평일 저녁이 있었다.




5. 선물 받기

이번달은 외가와 친척 분들께 설 명절 겸 과일을 내가 보내기도 했으나, 내가 받은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밥을 얻어 먹기도 하고, 동기가 여행 갔다가 사온 선물도 받고, 기분이 안 좋은 나에게 기분 좋아지라고(ㅋㅋ) 릴랙싱 롤온, 바디 로션, 가볍게 찜해둔 목걸이 등 주위한테 내가 챙김을 받았던 1월이었다고 느껴진다:)




6.1년 전에 내가 내게 쓴 편지

작년 1월 회고글에서 언급했던 편지가 1년 만에 돌아왔다. 이전 글에 잠깐 언급했었는데 24년의 내가 '나답길'바랬다는 걸 잊고 있었다. 24년의 나는 그런 바람과 많이 다른 시간을 보냈던 것 같고, 편지를 읽으면서 '아..'. '헉'하는 모먼트가 있었다. 생각보다 25년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한 해를 꼭 내가 보낼 수 있길 바래본다:)




7.한강

날이 춥고, 크로스핏 시작한 이후로 주말에 아예 운동을 안하고 있는데, 1월에 하루 러닝에 성공했다. 성공이라고 붙이는 것이 조금 웃기는데 왜 이렇게 문장이 나오는 걸까. 지금의 나는 러닝을 하는 것이 성공/실패를 나눌 수 없는 느낌이랄까, 그냥 어떤 날 커피 마시고, 어떤 날 커피를 안마시고 그런 느낌과 유사하다. (주말인 오늘도 아침에 러닝을 하려고 했으나, 더 잤다. 러닝하지 못했다는 게 크게 죄책감을 주지 않아서, 루틴이 아닌 마음 편한 운동이 되었다는 느낌이라서 나는 좋다.ㅎㅎ) 확실히 추웠던 날씨 덕분에 한강에 살 얼음도 얼어 있다는 것을 보면서 1월 날씨도 떠올려 보았고, 하루는 망원 스타벅스에 가서 잔잔한 물결을 보면서 평온함을 느꼈었다. 주위 사람들이 틔여 있는 공간이나 열린 공간을 좋아하고, 나도 회사나 공유 오피스 등으로 고층에서 밖에 보는 뷰가 익숙해지다보니 개방감이 좋아져서, 한강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나 말고 모두의 위시리스트일 수 있지만) 한강 근처에서 일상을 살 수 있는 나의 삶이 되길 바란다.ㅎㅎ




8.콘서트

삶의 의미가 퇴색되었을 때, 도파민이 뿜뿜하는, 미친듯이 아름다움 것을 보거나, 공연을 보았더니, 삶의 의미가 상기되었다는 독서모임과 글모임 멤버의 말을 듣고 작년 말에 콘서트를 하나 예매했었다. 계속 반복해서 듣는 노래가 몇 곡 있었는데, 그 중에서 <Beautiful things>를 부른 벤슨 분이 내한한다고 우연히 보고, 매진인 상태에서 예매 대기를 걸어두었는데, 결제가 가능해져서 크게 생각하지 않고 다녀왔다. 엄청난 팬심은 아니었고, 노래가 좋아서 라이브로 듣고 싶다는 마음에서 예매를 했다. 콘서트가 90분 안 했다는게 너무 충격이지만.... 노래만큼은 황홀했다! 콘서트를 보고서 급 나의 삶의 의미가 완전히 생겼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것이 있고, 아름다운 것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삶의 의미가 상기될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9.시골

할아버지 기일이 1월이라서 시골에 오랜만에 다녀왔다. 뭔가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눈에 힘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감정도 눈물이 솜털 같이 움직이는 사람이라서,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앞을 가리는 그런 때가 좀 나는 많다.) 시골은 날씨가 푹해서 따듯했다. 그렇지만 눈이 좀 덜 녹은 곳이 있어서 좀 털어내기도 하고, 모인 가족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나누고 돌아왔다.

다들 정신 없이 바쁘게 뚜벅 뚜벅 살아가고 있었다. 아가들도 정말 빠르게 크고 있고, 어른들은 일에 미친듯이 매진해가고...나만 좀 더 잘 하면 될 것 같으니...올해는 잘 해보는 것으로...!





1월은 내 바람대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멈춤'을 선언한 이후로 지금의 나는 나(?)를 알기 위해서 이런 저런 테스트도 해보고 이야기도 들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꽤나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크게 기복이 있을 만한 사건이 없기도 하고, 혹 있었더라도 내가 타격감을 못 느끼거나 안 느끼고 있거나 하고 있을텐데, 사주에서 들었던 것 처럼 '밸런스(!)'만 잘 유지하면서 적당히 잘 소화해내면 1월을 잘 마무리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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