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초에 작성한 브런치의 2023년 회고글을 보았다. 하하 기분이 상당히 묘하다. 1년 전에 나는 지금의 나를 이렇게 생각 또는 상상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예상과 너무 달랐지만, 어찌 저찌 보내버린(?) 2024년을 굵직 굵직하게 떠오르는 키워드로 정리해서 고이고이 접어두려고 한다.
1. 번아웃, 멘털
작년의 나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23년은 일로 힘들어하고 소진한 상태로 24년을 시작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잘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미 많이 방전된, 배터리 10% 상태로 한 해를 시작했던 것 같다. (이야기하다 보니까, 주위에서 말해주었던 비유가 정말 잘 맞았다.) 가족여행으로 뉴욕과 칸쿤에 잠시 머무는 동안 나는 바깥세상을 볼 생각이 정말 없었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오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도 스쳤으나 나에게는 그게 중요하진 않았다. 밥 먹으러 가라면 가고, 거의 일정을 따라 해도 아쉬운 게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알았다. 아 나는 좀 지쳤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24년 올해를 우선순위에 따라서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서 써보았으나, 원하는 결과와 다르게 완전히 불타서 소진된 상태로 24년 하반기를 보냈다. 여기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글로도 남겼었는데) 멘탈리티가 전부라는 것이었다.나의 신체는 문제가 없었다. 내 일과 회사도 약간 루즈하고 날 괴롭히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어지러우니까, 모든 게 편하지 않아서 힘들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25년은 최소한 0%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으로 보내길 바라고 있다.
2. 여행
돌아보니 엄마, 아빠랑 다녀온 미국 여행이자 가족 행사를 다녀왔고, 그리고 소소하게 국내를 다녀왔었다. 꽤나 환기가 잘 안 돼서, 노트북이나 책을 잡는 게 무의미한 것 같아서 11~12월 바람 쐬러 단풍도 보고 바다도 보러 다녀왔었다. 12월 말, 연말 부산 여행을 다녀온 지금인데, 전환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연애/결혼
작년에도 동일한 키워드가 있었는데, 쉽지도 수월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서 알게 된 시간이 있었으니 유의미하게 생각해보기로 하다.
4. 운동
1) 크로스핏
작년 12월 풀마라톤 완주 이후로 나는 인대를 다쳐서 4개월 이상 러닝을 쉬었었다. 그리고 새로 시작했던 크로스핏이 내 일상의 너무 큰 비중이 차지할 줄 몰랐는데, 꽤나 놀라운 결과이다. physically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던 평일을 시작하는 루틴이 되어주었다. (피곤하면 저녁에 가기도 하지만, 평균 주 4~5회는 꾸준히 갔던 것 같다. 정말! 단 주말은 절대 안갔음ㅋㅋ) 덕분에 밴드 3개 걸고 했던 풀업과 레그레이즈로 시작했던 나는, 맨몸으로 반동을 활용해서 풀업(스트릭은 못하겠다..ㅎㅎ)과 토투바를 하는 소소한 성장이 있었다. 대단히 욕심이 없었는데, 정말 그냥 꾸준히 하다 보니 좋아진 것 같아서 결과가 마음에 든다
2) 요가, 애증의 사내 동호회
요가와 사람들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 그저 내가 너무 지쳐있을 때 일이 벌어졌고, 운영 일이 많아서 더 지쳐나가떨어질 것 같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게 운영진도 생기고, 다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어서 하반기를 잘 보내서 연말 정산 모임도 하고, 1월을 소소하게 시작하고 있다. 수련을 거의 안 하고 있어서 냉정하게 수업을 진행하기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요가를 일상에서 가까이 붙여놓은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5. 새로운 취미, 드럼
24년에 새로 배워본 드럼. 매주 1번 40~50분 정도로, 빠진 적도 많지만, 그래도 악기를 손에 익혀본 것은 멀리 봐서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잠시 겨울은 쉬겠다고 했는데, 미련하게 꾸준한 나에게 멈춘다는 것이 큰 변화이긴 하다. 그렇지만 충전을 조금 더 하다가 봄이 오면 다시 시작하기로 정했다.)
6. 결국 시작한 공부
고민하다가 시작한 공부는 방향성이 애매하다고 했지만 꽤 재미있었다. 그래서 24년 여름~가을 주말을 모두 반납해지만 크게 후회는 없었다. 그래서 아마 올해 시험을 본다면 무지 공부하기 바쁠 시기지만 나는 잠시 홀드하기로 했다. 출퇴근과 회사에 머무는 시간 동안 집중력과 에너지가 소진되어, 책을 볼 때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이 계속 혼란하여서 멈춰보기로 했다. 조급해하지말고 충전을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남아돈다고 해야 할까. 유후 시간이 많아졌는데,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금 더 충전해서 다시 해보려고(물론 다 잊힐 것이 두렵지만) 일단 나를 챙기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기로 했다.
7. 소소한 문화 활동
올해 내가 직접 골라서 가려고 한 것은 아닌데, 너무 좋았던 전시와 뮤지컬을 보았다. 기대 하나 없이 주말에 수업 듣고 예술의 전당 메인 전시가 아니었는데도 너무 좋아서 엄마,아빠 표도 구매했었던 전시였다. 모든 작품이 좋았던 것은 아닌데, 일부 작가분의 의도가 울림이 커서, 잘 구매하지 않는 전시회 굿즈까지 구매했었다. 그리고 회사 팀원 분들이 고생해서 예매에 성공한 <킹키부츠>는 사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 스토리 상 재밌겠다 싶었는데, 세상에, 기분 전환할 수 있는, 너무 밝은 에너지를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정말 즐거웠던 순간이 있었다+_+
8. NO 다이어트!
정말 올해 음식과 다이어트에 대한 걱정,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던 한 해였다. 마르다는 말을 듣는 편이지만, 본투비 마르고 안 찌는 사람은 전혀 아니라서 평생 다이어트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올해는 크로스핏 덕분에 근력 운동을 하게 되어 무게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번아웃 등으로 다이어트를 신경 쓸 에너지가 없어서 다이어트 라는 생각은 버려두었다. 기력이 없다는 이유로 단 것도 자주 먹고, 간식이나 디저트를 꽤나 가리지 않고 너무 많이 자주 챙겨 먹어서 아마 당 충전은 역대급이었다. 여름부터는 아이스크림을 달고 살았다... (그나마 저 칼로리 아이스크림을 주문했지만, 파인트 한 통씩 먹어치우는 것은 좋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칼로리 걱정 없이, 아니 걱정할 수가 없이 마음 편히 먹고살았던 던 시간이었다.
디저트와 아이스크림를 인생에서 가장 많이 맛보았던 한 해 였던 것 같다.
9. 기타, 멀어진 것들
1) 러닝
23년 12월 풀마라톤 완주 이후로 인대를 크게 다친 이후로 아예 운동을 3개월 이상 중단했었다. 그때 이후로 러닝은 정말 안 했던 것 같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집에서 가까운 여의도 고구마런, 카카오뱅크 10km 마라톤 정도다. 25년도에는 기회가 된다면 조금은 더 뛰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2) 등산
정말 거의 가지 않았고, 생각도 안 났다. 여름부터 주말에 수업을 가다 보니까 등산은 거의 잊고 살았던 한 해였다. 25년은 기회가 되면 조금 더 다녀볼 생각이 있다.
3) 독서모임
주말에 수업을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안되고, 모임 운영 하는 게 좀 벅차서 힘들었던 시간이 많았다. 다행히 주위의 도움으로 조금 더 연장해서 유지하게 되었는데, 정말 24년에는 꽤나 거리를 두었던 주제였다.
쳇바퀴
최근 친구와 전화하다가 서로 왜 25년 1월이지!? 아니 아예 24년 1월이 더 좋았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사진첩도 돌아보고 적고 보니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차라리 24년을 안 보내는 게 더 좋았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올 한해 동안 나는 무얼 한 걸까. 친구도 비슷한 시간을 보냈는지, 쳇바퀴를 돌아 원점인 것 같은데 시간이 가서 너무 별로인 기분이라고 했다. 쳇바퀴, 꽤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말한대로 업그레이드, 우상향이 아닌 반복적으로 일상을 살아보니 한 바퀴를 돌아 그대로라는 느낌을 알 것 같았다. 스스로 돌아보면 1년 동안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고 , 좋은 것보다 험난한 게 많았고 의지가 있었지만 성장이나 결과가 없다시피 하고, 감정 소모와 무력감이 컸던 일 년이라고 느껴져서 유쾌하진 않았다. 차라리 1년 전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일었다. 이전에는 보통 지나고 나서 ‘힘들어도 배웠다, 경험했다, 알게 되었다.’라는 마음이었는데 정말 이런 마음은 꽤나 낯설었다.
그리고 이번주에 1년 전의 내가 스스로에게 쓴 편지를 받았다. 편지 속의 나, 1년 전의 나는 나다운 한 해를 보내길 바랬다. '아......' 이러는 말이 나왔다. 그 바람과 다르게 한 해를 보낸 것 같아, 꽤나 마음 쓰라리고 아픈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나답기를 바랐구나, 주체적인 선택을 더 하고, 스스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구나,
아쉽지만 시간을 돌릴 수 없으니, 쳇바퀴를 돈 지금의 나는 25년을 앞둔 나에게 같은 말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슬프지만 지난 것은 어쩔 수 없고, 조금 더 멀리보면 이 시간들도 나다움에 보태질테니까, 아쉬워하지 말기를. 25년은 허망함이 없는 멋진 시간으로 가득 채우자고!
p.s 위로라면, 코로나 때 22년도 허망했다가 23년을 바쁘게 살았던 패턴 처럼, 24년도 허망했다면 25년에는 많이 얻고 경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