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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육오늘 Sep 01. 2023

꽃의 도시 피렌체로 가는 길

#11_이탈리아 피렌체 4박 5일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

2022.11.21 - 26



아침부터 분주한 기차역


모두들 자신이 탈 기차의 플랫폼 넘버를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 앞마다 사람들이 몰려있다. 그들 한 명처럼 내가 탈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광판에 눈길을 떼지 못하고 서있었다. 전광판에 뜬 플랫폼 넘버를 확인하자마자 사람 많고 복잡한 기차역을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재빠르게 플랫폼을 찾아갔다.

기차 안에서도 도난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살짝 긴장이 되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긴 자전거 자물쇠도 이날을 위해 준비해 뒀고, 좌석도 제일 좋은 좌석으로 예약해 뒀다. 기차를 탔을 때 이미 좌석의 반 이상이 찬 상태였다. 짐을 올려두는 칸은 거의 차 있었고 놔둘만한 곳이 없어 그냥 의자 밑 다리 두는데 눕히고 밟고 앉았다. 아무도 나처럼 짐을 둔 사람은 없었지만 불편한 것보다 안전한 게 더 마음 편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만을 상상했던 피렌체였는데 피렌체역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기차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홈리스들과 겉모습이 좀 껄렁거려 보이는 청년들이 계단에 누워있거나 몰려있어서 빠져나오는데 작은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도 나한테 관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움츠려드는 이 기분…


‘외국인은 조용히 있다 가겠습니다.’


이전 여행까지 돌바닥에서 캐리어를 끄는 게 크게 힘들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유독 울퉁불퉁한 건지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게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조용한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마치 '여기에 여행객 왔어요!'라고 소문내고 다니는 것처럼 울려 퍼지는 내 캐리어 바퀴 소리가 거슬렸다. 정적을 깨는 바퀴소리가 듣기 싫어 빠른 걸음으로 반 들고 가다시피 했다.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그런지 조용했고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소박해 보이는 동네 마트나 미용실 같은 작은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호텔이 아닌 가정집으로 예약을 했다. 여행 갈 때 호텔보다 에어비앤비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번에는 숙소 예약이 너무 늦어져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상세 설명을 잘 읽었어야 했는데.. 주인과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하필 설상가상이라고 통신사 연결이 안 되어 전화도 인터넷도 사용이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장소를 옮겨가며 통신사가 잡히는 곳을 찾은 끝에 주인과 연결이 되어 들어갈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 가파른 계단이 나왔다. 진짜........ 기초체력 부족한 사람은 쓰러집니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분명 나올 때만 해도 그렇게 날씨가 나쁘지 않았는데 한 십 분 정도 걸으니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우산을 챙겨 나올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얼마나 비가 내리겠냐 싶어 걷던 길을 계속 걸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점점 날씨가 황토색으로 변하더니 베키오 다리에 들어서자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프라하에서도 이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정말 하늘 뚫린 것처럼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길에 있던 사람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폭우였는지 비를 피하기 위해 나처럼 천막 안으로 숨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넋 놓고 주변만 두리번거리며 보고 있었다.


'기다리다 보면 그치겠지.. 오늘 아무 계획도 없는데 그냥 기다리자'


비 내리는 피렌체 도시 전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벤베누토 첼리니의 흉상을 바라보니 왜 이렇게 쓸쓸하고 고독해 보이는 건지.. 아직까지 오늘의 피렌체는 나에게 꽃의 도시라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흉상


절대 안 멈출 것처럼 비가 하늘에서 쏟아지더니 신기하게 15분 정도 지나니 조금 잠잠해졌다. 그 틈을 타 근처 카페로 무작정 들어갔다. 우산 없이 걷기에는 여전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기에 조금 더 잠잠해질 때까지 카페에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문할 때 뭔가 친절한 듯 친절하지 않은 듯한 남자직원의 태도에 인종차별 당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는데 구글 평점을 찾아보니 나처럼 느낀 사람이 많았다.

3층이나 되는 큰 카페 안, 단체로 있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 있는 나에게 서빙해 주시는 아주머니께서 말을 걸기 시작하셨다. 자신은 한국인들이 친절해서 좋다며 편하게 있다 가라, 팁은 안 줘도 된다. 저쪽에 화장실도 있으니 사용하고 가라 등등 일하시는 와중에도 한 마디씩 해주시는데 무뚝뚝한 표정과 반대되는 따뜻한 말들이 나의 꿀꿀한 마음을 풀어주었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과 달달한 디저트가 필요했던 순간 마신 이곳의 에스프레소는 예전 유럽여행을 막 다녀온 언니가 나에게 해 준 말을 떠오르게 했다.


"유럽의 에스프레소는 달아."


다양한 그 나라의 커피를 마셔보았고 특히 유럽에서 마신 커피 모두 매번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그 언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커피를 마시고 그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진짜 유럽의 에스프레소는 달았다.



꽤 오랜 시간 창밖을 보다, 인터넷을 하다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비가 멈추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한두 명씩 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밤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카페를 나섰다. 어딜 가지 않아도 도시 자체가 예뻐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기분 좋아지는 피렌체다. 유럽은 야경이 정말 아름답다.

길을 걷다 눈앞에 너무 아름다운 산타마리아 노벨 대성당과 맞닥뜨렸다. 여태껏 보았던 성당들 중 외관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질 만큼 우아하고 섬세함하며 독특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고딕 양식, 로마네스크 양식 그리고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상징이 된 거대한 빨간 돔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완성되며 피렌체의 상징이 되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of Santa Maria Novella)


찬찬히 그림을 감상하듯 성당의 파사드를 감상하며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푸른 밤하늘과 주변의 따뜻한 불빛이 성당의 외관을 비추니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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